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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초등학생 학폭 가해자'가 늘어난다…왜?

입력 2023-04-13 10:30 수정 2023-04-1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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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캡처〉〈사진=JTBC 캡처〉

"몇 년 전부터 학폭 연령 낮아지고 있죠."(하동진 서울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

학교 폭력 가해자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 학교폭력 가해자 검거 건수는 140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2018년(555건)보다 2.5배 넘게 늘었습니다.

검거된 전체 학폭 가해자 중 초등학생 비중도 같은 기간 4.2%에서 9.7%로 증가했습니다. 중·고등학생에 비하면 낮은 비율이지만, 증가세는 가장 가파릅니다.

이은주 의원실은 “초등학생 가해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습니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도 "학폭이 점점 저연령화되고 있다"며 "이미 몇 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5년간(2018~2022년) 학교급별 학교폭력 검거 비율 〈자료=경찰청〉최근 5년간(2018~2022년) 학교급별 학교폭력 검거 비율 〈자료=경찰청〉

■ '학폭의 저연령화'…폭력적인 콘텐트 영향?


저연령화되는 학폭,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폭력적인 미디어에 너무 자주 노출되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성인만 시청 가능한 콘텐트들도 유튜브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거죠.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폭력적인 콘텐트를 자주 보면 폭력에 무뎌질 수밖에 없다”면서 “거기서 배운 욕설을 아이들이 게임이나 온라인에서 쓰기 시작하고, 또래끼리 그걸 모방한다”고 말했습니다.

성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언어폭력이 심각하다”며 “전체 학폭 중 언어폭력은 초등학교 3~4학년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 비대면으로 관계맺는 아이들…"공감능력 떨어져"

요즘 아이들이 비대면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점도 영향을 줬습니다.

김승혜 유스메이트 아동청소년문제연구소 대표는 "요즘 아이들은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대화하고 관계를 맺는다"며 "상대방을 직접 만나 표정을 보거나 말투를 듣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그러다 보니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이 부족한 세대 특성을 보인다"며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공감 능력이 결여됐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 높아진 학폭 피해 감수성도 원인

그렇다고 요즘 아이들이 특히 더 옛날보다 폭력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학폭 피해에 대한 민감도가 올라간 영향도 분명 있죠.

김 대표는 “2012년부터 학폭에 대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다루기 시작했다”면서 “대대적으로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학폭 감수성이 점차 높아져 신고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공동체 생활 경험이 부족한 초등학생들은 학폭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유경 이화여자대학교 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은 "초등학생은 중·고등학생에 비해 학교폭력 감지 민감도가 높다"며 "습관성 욕설, 비속어 사용 등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학교폭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 "초등학생 맞춤형 학폭 교육 필요"

저연령화되는 학폭에 분명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 맞춤형 학폭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성윤숙 선임연구위원은 "언어폭력이든 신체폭력이든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에 대해 더 어린 나이부터 교육할 필요가 있다"며 "자아가 형성되어가는 6~7세부터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정서적 역량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동진 계장은 "경찰에서도 학폭 청소년에 대해 선도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초등학생용으로 개발된 것은 없다"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예방 교육과 보호, 선도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적절한 처벌도 필요합니다.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학폭을 저지르고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으면 학습 효과가 없기 때문이죠.

하 계장은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학폭은 분명 피해자가 있는 범죄"라며 "학교 차원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등의 조치도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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