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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혼잡통행료' 왜 강남 방향만 무료일까?

입력 2024-01-04 18:44 수정 2024-01-0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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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과 연결도로 혼잡통행료를 이달 15일부터 도심 방향으로만 2천원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과 연결도로 혼잡통행료를 이달 15일부터 도심 방향으로만 2천원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1996년 11월 11일,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급증한 자동차 통행량 때문에 도심 차량 정체가 만성화되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통행료는 2000원. 당시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이 2200원 정도였으니 꽤 비싼 통행료였습니다. 이 때문에 통행료가 너무 비싸다는 시민들 불만도 적지 않았죠.

그래도 효과는 좋았습니다. 서울시는 혼잡통행료 징수 한 달 만에 남산 1·3호 터널의 통행량이 24% 줄었고, 통행속도도 80% 빨라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공기오염도 역시 크게 개선됐다고 했죠.

이후 폐지 논란이 몇 차례 있었지만 20년 넘게 유지되어 온 혼잡통행료. 요금도 2000원 그대로였습니다.

제도 폐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 2022년 말 서울시의회에서 '혼잡통행료 폐지 조례안'이 발의되면서였습니다.

당시 시의원들은 혼잡통행료가 징수 초기에 비해 효과가 현저히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도심 밖으로 나가는 차에 대해서도 징수하는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가 제기된 지 1년여 만에 결국 서울시는 '일부 면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도심 안으로 들어가는 방향은 지금과 같이 2000원을 걷고, 도심에서 강남 방향으로 가는 차량은 혼잡통행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강남 방향만 혼잡통행료 면제한 이유는?

지난해 서울시는 혼잡통행료 면제 실험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서울시는 혼잡통행료 면제 실험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왜 강남 방향만 혼잡통행료를 면제한 걸까요.

혼잡통행료는 터널 이용에 대한 요금이 아닙니다. '혼잡함'을 유발하는 것에 대한 요금입니다. 강남 방향의 통행료를 면제한다는 건 그쪽이 덜 혼잡하단 뜻일 겁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초 통행료 면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4월 10~14일은 '강남 방향' 통행료를 면제했고, 5월 8~12일엔 '양방향' 통행료를 면제했는데요.

실험 결과 강남 방향 통행료를 면제했을 땐 7만 5619대였던 차량 통행량이 7만 9550대로 약 5.2% 증가했습니다.

반면 양방향을 면제했을 땐 8만 5363대로 12.9%나 늘었습니다.

차량 통행속도도 따져보니 삼일대로와 소공로 강남방향은 각각 8.8%, 6.2% 감소했으나, 을지로·퇴계로·남대문로 등 도심의 도로들은 속도가 3% 미만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만큼 도심의 차량 혼잡도 강남 방향에 비해 높았던 거죠.

혼잡통행료 면제 실험 이후 서울시는 몇 차례 전문가 토론회와 시민 공청회를 거쳐 강남 진출 방향 통행료 면제 결론을 내렸습니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그간 축적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심 방향 통행료만 유지하는 것으로도 필요한 정책 효과를 상당부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15일부터 강남 방향 차 막힐 것…모니터링 하겠다"


통행료 면제는 오는 15일부터입니다.

서울시는 통행료 면제와 함께 남산 터널의 강남 방향 차량 통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실험에서도 방향과 무관하게 통행료를 면제하면 차량 통행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죠.

서울시 관계자는 "15일부터는 어쩔 수 없이 강남 방향 차량 통행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특히 오후 4시부터 많이 막히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량 통행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들이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들이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혼잡통행료 폐지에 반대해 온 환경단체들도 통행료 면제에 따라 혼잡도와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은 "교통체증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을 걱정해야 할 때 효과적인 교통수요 관리정책인 혼잡통행료의 폐지를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서울시의 2020년 교통혼잡비용은 14조원에 달했다"며 "교통체증으로 도로 위에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혼잡통행료 징수 방법과 구역 확대, 물가 인상을 고려한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 다른 물가들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대중교통 물가도 오른 상황이어서 혼잡통행료는 당분간 기존 요금 2000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혼잡통행료 폐지안을 발의했던 국민의힘 소속 고광민 서울시의원은 통행료 일부 면제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징수 제도 자체가 전면 폐지돼야 한다는 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로는 공공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료로 운영해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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