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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아이 낳으면 1억 지원"…저출생에 효과 있을까

입력 2023-12-19 18:48 수정 2023-12-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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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1억원을 지원하겠습니다."

최근 인천시가 발표한 저출생 대책입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원 규모의 현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요.

특히 지금은 정부에서 지원해주지 않고 있는 8~18세 학령기 아이들에게 매달 15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금 지원을 통해 양육비 부담을 줄이고,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게 인천시의 계획입니다.

과연 현금성 지원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1~7세는 연 120만원, 8~18세는 매달 15만원 추가 지원”

인천시가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8세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하는 출생 정책을 추진한다. 〈사진=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8세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하는 출생 정책을 추진한다. 〈사진=인천시 제공〉


사실 인천시가 발표한 '1억원'이 전부 신설된 지원금은 아닙니다.

1억원 중 약 7200만원은 이미 기존에 지급하고 있던 지원금인데요.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함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부모급여·아동수당·보육료·교육비 등이 모두 포함된 것입니다.

즉, 이미 인천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가구라면 7200만원 규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인천시는 여기에 더해 28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해 지원금을 총 1억원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2800만원 지원에는 우선 '천사 지원금'이 있습니다.

1~7세까지 연 120만원을 지원하는 건데요. 내년에 한 살이 되는 2023년생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또 8~18세 학령기 아이들에게 매달 15만원씩 지원하는 '아이 꿈 수당'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0~7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8세부터는 현금성 지원이 중단되는데요.

인천시는 이때 가중되는 양육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국내 최초로 8~18세에게도 현금 지원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다만 아이 꿈 수당은 2024년생부터 적용됩니다. 이 아이들이 8세가 되는 2032년부터 지급되는 셈입니다.

2024년 이전 출생자들은 일부 혜택을 받게 됩니다.

인천시는 내년에 8세가 되는 2016년생부터는 매월 5만원씩 18세까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2020년생부터는 매월 1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죠.

인천시 관계자는 "예산 문제가 있어 모든 연령대에 15만원씩 지원하지는 못했다"면서 "다만 연령대별로 지원 격차가 너무 커지지 않게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구는 느는데 출산율은 떨어지는 인천시의 고민

인천시의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은 0.75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인천시의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은 0.75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현금성 지원은 큰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대책입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정책이죠.

그런데도 인천시가 '1억원' 대책을 발표한 이유는 뭘까요.

인천시 관계자는 "이 정도로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대책을 발표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인천시의 인구는 299만명 수준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수도권 특성상 전입 인구가 많죠.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7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서울(0.59명)과 부산(0.72명)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죠.

인구는 늘지만 아이는 태어나지 않는 인천. 이런 식의 인구 증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거라고 인천시는 설명합니다.
 

“현금 지원, 저출생 문제 해결에 효율적인 대책은 아냐”

전문가들은 각종 수당과 지원금 등 현금 지원이 저출생 문제에 효과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각종 수당과 지원금 등 현금 지원이 저출생 문제에 효과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인천시의 현금 지원 정책이 저출생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양육비 부담을 완화하는 건 당연히 출생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들어가는 돈에 비해 효과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해마다 각종 수당을 확대하며 현금 지원을 늘려 왔는데요. 그럼에도 급속도로 추락하는 합계출산율은 현금 지원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걸 방증합니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는 "인천시의 대책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8세까지 수당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긴 하다"면서도 "다만 그게 저출생에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교수는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18세까지 아동 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는 저출생대책이기보다는 아동 복지나 가족 정책의 의미가 있다"면서 "현금 지원이 출산율 제고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출산율이 오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구 뺏기' 싸움에 불과할 거란 지적도 있습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 평가센터장은 "인천시의 지원책은 액수도 큰 편이고 지원 기간이 길어 당장은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출산율이 오른다기보다는 다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주소지를 옮김으로써 나타나는 효과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전라남도 해남군은 지난 2012년부터 아이를 낳으면 300만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정책이었고, 해남시는 한때 전국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했죠.

하지만 2019년부터 출산율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1.04명까지 떨어졌죠. 출산장려금 지급 기간이 끝난 뒤 다른 지자체로 떠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상림 센터장은 "저출생에 대한 현금 지원은 자칫 인구 뺏기에 불과한 정책이 될 수 있다"며 "나중에 청년 인구가 모자라게 되면 이런 식의 인구 뺏기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가정 양립이 우선…육아휴직 급여, 출산휴가 늘려야”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그렇다면 현금 지원보다 효과적인 저출생 대책은 뭘까.

전문가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장 중요한 대책으로 꼽았습니다.

홍석철 교수는 "일·가정 양립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저출생 정책일 것"이라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육아휴직 제도는 잘 갖춰져 있지만 지원이 약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은 40%대에 그치고 있고, 액수 상한도 150만원이어서 실질적으로 아이 키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현금성 지원보다는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높여줘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 대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조건을 그대로 둔 채 현금 지원을 하는 건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 "남성들의 육아 참여를 높이는 등 실제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남성들도 1~2달 정도의 출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해 육아 참여를 높이고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도 장기적으로 바꿔가자는 겁니다.

최 교수는 "당장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거나 늘리는 건 어려우니, 1~2달 정도의 출산휴가를 남성들도 보편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남성들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고,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현재 운영되고 있는 현금 지원책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석철 교수는 "부모급여, 아동수당, 첫 만남 이용권 등 현재 우리나라의 현금 지원책은 생애 초기에 상당히 많이 집중되어 있다"면서 "아이들이 자라면서 양육비용이 늘어날 텐데, 정작 7세 이후에는 비용 지원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아닌 정부가 나서서 생애 초기에만 몰려 있는 아동 수당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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