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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북한도 겪는 저출산…"통일돼도 인구 보너스 없을 것"

입력 2023-12-29 16:03 수정 2023-12-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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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명. 북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 합계출산율입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8명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저소득국가의 합계출산율은 4.52명입니다. 중상소득국가는 1.90명, 고소득국가는 1.67명이죠.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고소득국가 수준인 셈입니다.

보통 합계출산율은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낮아지는데, 북한은 저소득국가임에도 합계출산율이 낮은 이례적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북한의 생산가능인구가 2030년 안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남북한 인구가 통합된다고 하더라도 '인구 보너스(생산가능인구가 늘고 부양비가 낮아져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북한 평양 주민들 모습.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평양 주민들 모습.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1.91→1.59→1.38…"북한도 1자녀 추세 굳어져"


한국은행이 '북한이탈주민 조사를 통해 본 북한 출산율 하락 추세와 남북한 인구통합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현재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친척·지인들의 결혼·출산 경험을 설문조사 했는데요.

북한이탈주민의 친척과 지인 1137명의 결혼·출산 경험을 조사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은 탈북 과정에서 결혼 및 출산 의사결정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 표본에서 제외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북한 합계출산율은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 1990년대에 1.91, 2000년대 1.59, 2010년대 1.38로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북한에서도 저출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1970~1980년대생 여성들 사이에서는 자녀를 한 명만 출산하는 것이 사회적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2016년 탈북한 P씨는 "평양에서는 90년대 들어 1자녀 추세가 굳어져서 70년생들의 자녀가 2명 이상인 가정을 찾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2013년 탈북한 K씨도 "고난의 행군 시기 기아를 경험했던 세대는 부모와 함께 굶었던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다"면서 "식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여성들은 첫째 자녀도 낳지 않으려 하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와 탁아소 정상 운영이 중단되면서 출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건데요.

실제 1960년대생의 39세 누적출산율은 1.91이었지만, 1970년대생 여성은 1.57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결혼 늦어지고 여성 시장활동 늘어 출산율 하락"

북한에서도 1970~1980년대생 여성들은 1자녀만 낳는 추세다.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에서도 1970~1980년대생 여성들은 1자녀만 낳는 추세다.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경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여성들의 만혼과 시장 활동 증가도 출산율이 낮아지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29세 북한 여성 결혼율은 1960년대생 93.7%, 1970년대생 92.2%, 1980년대생 89.7%로 조사됐습니다. 점점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겁니다.

특히 평양 등 도시 지역의 하락세가 컸는데요. 평양에 사는 1980년대생 여성의 29세 결혼율은 82.7%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탈북한 J씨는 "북한 사회 관습상 여성이 독신으로 지내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결혼은 하되 최대한 결혼을 늦춰 30세에 도달하기 직전인 29세 결혼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28세에 맞선을 보고 29세에 결혼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들의 시장 활동이 증가한 영향도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식량배급체계가붕괴되고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약화됐는데요.

이때 많은 여성들이생계유지를 위해 장마당 소매업, 소규모 도매업에 종사하면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습니다.
 

"2030년 안에 북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세…인구 보너스 기대 어려워"


지금과 같은 합계출산율이라면 북한의 생산가능인구는 2021~2030년 중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습니다. 총인구도 0.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2020~2030년 사이에는 고령사회(65세 인구 비중이 14~20% 미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북한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4.5%에서 2010년 10.7%, 2020년 11.6%, 2030년 16.1%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북한이 통합된다고 해도 그에 따른 인구 구조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31~2040년 중 남북한 인구가 통합된다고 해도 생산가능인구 감소 폭은 연평균 1.6%로 예상됩니다. 남한의 감소 폭(연평균 1.7%)에서 조금 줄어드는 데 그치는 거죠.

같은 기간 고령인구 비중도 남한만 봤을 땐 29.8%지만 통합된 남북한은 27.6%로 추정됩니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극적으로 늦추는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 겁니다.

연구진은 "남북한 인구통합은 인구구조 개선에 미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늘어나고 부양비가 낮아져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인 인구 보너스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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