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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늦었지만 반가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목소리

입력 2024-06-03 08:00 수정 2024-06-03 13:59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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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38)

에너지전환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에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이 다루는 핵심 어젠다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라마다 에너지전환 정책의 속도나 접근 방식은 상이하나 공통된 지점이 있다면 '새로운 에너지의 확대'입니다. 대체 에너지로 불리며 '이런 신기술도 있다', '미래에는 이런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의 PR 영상이나 홍보 리플릿에만 등장했던 것이 '주력 에너지원'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죠. 그 결과,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전기 가운데 재생에너지에서 비롯된 전기의 비중은 30%를 넘어서게 됐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선진국, 그 중에서도 유럽 일부 국가에서나 가능한 숫자로 여겨졌던 숫자가 '전 세계 평균'이 된 것입니다.

글로벌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인 엠버(Ember)가 최근 〈Global Electricity Review 2024〉를 발표하며 함께 공개한 국가별 전력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지역별 또는 개별 국가별로는 더 큰 진전을 보였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중남미 지역은 이미 생산 전력의 61.99%가 재생 전력인 상황입니다. 44.28%의 EU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보다도, 33.49%의 OECD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한 파라과이를 비롯해 코스타리카(재생에너지 발전비중 95.75%), 우루과이(89.77%), 브라질(88.68%), 에콰도르(78.44%), 콜롬비아(66.49%), 엘살바도르(63.43%), 칠레(60.82%), 페루(58.87%) 등에서 재생에너지는 소위 '주력 발전원' 이상의 '절대적인 핵심 발전원'으로 거듭났죠.
 
[박상욱의 기후 1.5] 늦었지만 반가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목소리
이들 나라 외에도 케냐(94.02%), 라트비아(76.64%), 리투아니아(76.44%), 조지아(76.08%), 미얀마(58.51%), 루마니아(50.39%), 에스토니아(44.29%), 베트남(42.38%), 튀르키예(42.01%), 보스니아(40.71%), 세르비아(35.91%), 북마케도니아(32.45%) 등 신기술의 도입 및 확산에 불리할 것처럼 여겨졌던 개도국에서도 재생에너지는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녹색성장의 기치를 내걸었던 우리의 경우, 8.95%로 Ember의 글로벌 80개국 데이터 세트에서 최하위권(72위)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지역별 통계인 OECD 평균(33.49%), 전 세계 평균(30.3%)뿐 아니라 아시아 평균(26.84%)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죠. 반면, 우리나라가 ODA나 기술지원 등을 해줘야 할 국가인 몰도바(9.68%), 몽골(10.74%), 코소보(11.48%), 이집트(11.79%), 카자흐스탄(12.76%), 남아공(12.95%), 우크라이나(19.85%), 사이프러스(20.22%), 나이지리아(20.54%), 파키스탄(27.33%) 등은 도리어 우리보다 더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기준을 단순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아닌 '청정전력 비중'으로 바꿔보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무탄소전원의 비중을 따졌을 때, 우리나라의 숫자는 8.95%에서 38.33%로 크게 높아집니다. 그러나 이렇게 기준을 바꿨을 땐 전반적인 평균치 자체가 커집니다. EU의 청정전력 비중은 67.23%에 달하고, 중남미도 63.97%, OECD는 49.97%, 전 세계 청정전력 비중 또한 39.42%로 높아지죠. 모두 우리나라의 청정전력 비중보다 높습니다. 그렇다보니,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무탄소 발전원을 모두 합쳤을 때, 우리나라의 청정전력 비중 순위는 주요 80개국 중 50위로 소폭 상승하는 데에 그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늦었지만 반가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목소리
이러한 통계는 지금까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의 기대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세계 평균 수준으로만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청정전력으로의 전환에 발 빠르게 다가설 수 있다는 기대 말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16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① 건강한 해상풍력 산업생태계 조성, ② 질서있는 태양광 확산, ③ 새로운 시장에 맞는 제도 전환, ④ 해외 시장 진출 지원이라는 4가지 주요 추진 방향을 통해 연평균 6GW 규모의 보급을 추진한다는 전략입니다.

재생에너지의 확산, 특히 태양광의 확산이 언급됐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재생에너지의 전 세계 발전비중이 30%를 넘어서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발전원이 바로 태양광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주민 수용성뿐 아니라 전력망 연결 및 생산 전력의 수요 등 계통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산업단지 태양광의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입지규제 완화와 안전기준 수립 등을 통해 영농형태양광의 확산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건물부문의 경우에도, 기존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정책과 함께 건물의 외벽을 발전에 활용하는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 Voltaic, 건물일체형태양광)의 활성화 기반도 마련할 방침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늦었지만 반가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목소리
이와 더불어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 산업생태계의 복원과 미래 시장에 대비한 핵심기술 확보, 글로벌 패권 경쟁 대응 및 안보 강화를 위해 각종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LG-한화-현대 '대기업 태양전지 트로이카'가 LG전자의 사업 철수로 깨지고, 국내 유일의 태양전지용 웨이퍼 생산 기업이었던 웅진에너지의 파산으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난 만큼 아쉬움은 짙지만, 다시금 한국 기업이 글로벌 태양광 모듈 판매량 Top 10에 복귀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주 연재에서도 설명해 드린 것처럼,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은 태양광발전이었고, 이러한 태양광발전의 성장을 이끈 것은 중국이었습니다. 글로벌 통계를 왜곡할 만큼, 그래서 '중국 외 전 세계'라는 새로운 기준으로도 통계를 따로 분석해야 할 만큼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태양광발전 시장 자체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졌습니다.

글로벌 Top Tier와의 기술 격차나 양적 생산 능력의 차이가 이미 크게 벌어진 풍력터빈과 달리, 그나마 기술력만큼은 세계적 수준인 태양전지의 경우,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절실했습니다. 학계의 R&D와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져야 기술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고, 정책적으로 대대적인 확산에 나서야 생산설비 확대 등 양적 성장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산업계와 학계의 당시 절박한 상황은 지난 2022년 전해드린 151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바람은 유럽산, 햇빛은 중국산? '재생에너지 제자리걸음'의 나비효과〉에서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실제 정부의 의도는 파악할 수 없지만, 당시 국내외 시장에서 그간의 정책은 '안티 태양광'으로 읽혀졌습니다. 그 결과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태양전지 기업은 국내 사업 축소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내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는가 하면, 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정도였죠. 이 회사의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사례였습니다. 정부의 이번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이 반가우면서도, 최소한 1년만 더 앞서서 발표됐다면 어땠을까, 그 1년 사이 무탄소 발전원 간의 무의미한 싸움만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이유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늦었지만 반가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목소리
새로이 재생에너지의 확대, 태양광발전의 확대를 정부가 강조한 상황에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어떨까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태양광 패널을 판매한 상위 10개 기업 목록을 보면, 10곳 중 9곳이 중국 기업인 상황입니다. 한때 우리가 1위였던 순위표입니다. 앞서 언급한 2022년의 연재에서 전해드렸던 2021년 기준의 태양광 모듈 글로벌 공급량 순위에서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상위 10개 기업 중 9곳이 중국 기업이었죠. 차이점이 있다면, 당시 유일한 '중국 외 기업'이 한국 기업(한화큐셀 8위)이었다는 점입니다.

이와 더불어, 엠버가 공개한 데이터 가운데 2015~2023년 사이, 글로벌 태양광 발전 관련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중국의 태양광 발전량은 2015년 39.48TWh에서 2023년 584.15TWh로 14.8배가 됐습니다. 미국 또한 39.03TWh에서 238.12TWh로 6.1배가 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 Top 2를 더욱 공고히 하는 사이, 그 아래 순위를 두고는 혼전 양상이 거듭됐습니다. 중국과 함께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의 근원지로 최근 불리는 인도의 경우, 순위를 9위에서 3위로 여섯 계단이나 끌어올렸습니다. 중국, 인도와 함께 대표적인 신흥개도국으로 분류되는 브라질 또한, 2015년 12위로 Top 10에 들지 못했던 것과 달리 2023년 6위 자리에 오르며 마찬가지로 여섯 계단 상승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태양광 발전량은 2015년 4.23TWh에서 2023년 29.37TWh로 6.9배가 됐습니다. '몇 배가 됐느냐'로 봤을 때엔 “선전했다”고도 풀이할 수 있지만, '세계 최고수준의 태양전지 기술을 보유한 나라', '한 때 전 세계 태양광 모듈 공급량 1위였던 나라'라는 기준에서는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2015~2018년,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 순위 11위를 기록하다 2019~2021년 반짝 9위로 발돋움하고, 2022년부터 다시 10위로 내려온 그래프에서도 여실히 나타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늦었지만 반가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목소리
관건은 앞으로입니다. 엠버는 향후 전환의 속도, 즉 재생에너지의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3년, 전년 대비 307.21TWh 증가했던 태양광은 올해 600TWh 더 늘어나고, 풍력의 전년 대비 증가폭 또한 지난해 205.57TWh에서 올해 289TWh로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엠버의 전망입니다. 또한, 지난해 전 세계적인 가뭄으로 수력 발전량이 대폭 줄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발전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원자력 발전량은 예년의 증가 수준을 보일 것으로 보이고요.

그런데, 이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전망이 있습니다. 바로 화석연료의 발전량입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해마다 전년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야 합니다. 지난해엔 앞서 언급한 수력발전의 감소로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올해의 상황은 다릅니다.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더욱 많이 완공됨에 따라 발전량 또한 더욱 늘어날 것이고, 수력발전 또한 제몫을 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올해는 전 세계 화석연료 발전량이 전년보다 무려 333TWh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 것이죠.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볼 수 있을까요. 강원도 삼척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가 논란 끝에 지난달 상업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 발표 등 최근의 정책 의지가 과연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늦었지만 반가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목소리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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