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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발전비중 30%' 차지한 에너지는?

입력 2024-05-27 08:01 수정 2024-05-27 15:31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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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37)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가운데 가장 꾸준하고도 전 세계적인 이행과 그 성과가 나타나는 분야가 있다면, 바로 전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전기차, 인덕션, 히트펌프 등 기존까지 화석연료를 이용했던 장치들의 에너지원을 전기로 바꾸는 전기화(Electrification)도 꽤나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무엇보다 발전원의 전환 그 자체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 상황입니다. 지난주 전해드렸던 것처럼, 금세기 이래로의 통계만 보더라도, 1kWh의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매우 줄었습니다.

글로벌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2000년 전 세계 평균 517.84g/kWh였던 단위 전력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480.24g/kWh까지 낮아졌습니다. OECD 평균으로는 476.58g/kWh에서 341.07g/kWh로 무려 28.4%나 감소했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발전비중 30%' 차지한 에너지는?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다른 나라의 생산을 대리할 뿐만 아니라, 자국 내 수많은 인구와 그들의 활동으로 '글로벌 굴뚝'이 되어버린 중국과 인도의 경우에도, 이 기간 많은 감축을 달성했습니다. 중국은 2000년 783.31g/kWh에서 2023년 580.69g/kWh로, 거의 세계 최대 규모의 감축량을 기록했고, 인도도 740.04g/kWh에서 713.44g/kWh로 26.6g 가량을 줄여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461.59g/kWh에서 2018년 520.61g/kWh까지 무려 12.8% 급등했다가 다시 감소를 시작해 2023년 430.57g/kWh를 기록했습니다. OECD 평균의 1.3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같은 양의 전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선 여타 OECD 국가들 대비 더 많은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셈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발전비중 30%' 차지한 에너지는?
20여년의 세월, 무슨 변화가 있었길래 전기에서 비롯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리도 변화한 것일까요. 원자력,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주요 무탄소 발전원 4종의 발전량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무탄소 발전원 4종의 전체 발전량만 보더라도, 2000~2023년 사이 그 양은 거의 배가 됐습니다. 발전원별로 살펴보면, 원자력의 경우 2000년 2,540.46TWh에서 2023년 2,685.75TWh로 약 5.7% 증가했고, 태양광은 1.03TWh에서 무려 1,630.53TWh로 1,583배가 됐습니다. 풍력의 경우, 31.14TWh에서2,304.09TWh로 약 74배가 됐고요. 지난해 기준, 여타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태양광+풍력 발전량(3,934.62TWh)이 원자력 발전량의 1.5배 가량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OECD 국가의 통계를 보더라도,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증가세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태양광 발전량은 0.99TWh에서 755.36TWh로 763배가 됐고, 풍력 또한 28.7TWh에서1,134.47TWh로 거의 39.5배 성장했습니다. 덕분에 소폭 줄어든 수력(2000년 1,392.1TWh에서1,371.23TWh)과 19% 감소한 원자력(2000년 2,210.3TWh에서 2023년 1,791.26TWh) 발전량에도 불구하고, 전체 무탄소 발전량 자체는 크게 늘어날 수 있었죠.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발전비중 30%' 차지한 에너지는?
이러한 대대적인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의 증가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단지 해마다 일정 비례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해를 거듭할수록 그 증가폭이 매우 커진 것이죠. 이 과정에서 중국 한 나라의 통계는 중국을 제외한 그 외 모든 나라의 통계치와 맞먹을 정도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통계 기준, 2010년엔 전년 대비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이 60TWh 가량 증가한 반면, 2022년엔 전년 대비 증가량이 무려 309.07TWh에 달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2010년 전년 대비 22.21TWh 늘어났던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이 2023년엔 무려 279.6TWh 늘어났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발전비중 30%' 차지한 에너지는?
기술의 진보와 확산을 거듭한 결과, 재생에너지는 지구촌 전력 생산의 30%를 책임지게 됐습니다. 2000년, 20%가 채 안 됐던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0여년새 10%p.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OECD로 국한할 경우, 2023년 풍력의 발전비중은 10.43%, 태양광의 발전비중은 6.95%을 기록했고, 수력(12.61%), 바이오(3.03%), 기타(0.48%) 등 전체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33.5%로 더 높았습니다.

지난 227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 배출 증가세 둔화, 기후변화 '덕분'?〉에서 설명해드렸던 것처럼, 지난해 전 세계 곳곳의 가뭄으로 전 세계 수력발전량은 2022년 대비 크게 줄었습니다. 이번 엠버의 자료에 따르더라도, 수력발전의 감소폭은88TWh로 매우 컸죠. 그럼에도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량이 전년보다 513TWh 증가하고, 그 외 청정 전력 생산이 68TWh 늘어 이를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사용한 전력의 양 자체가 무려 627TWh나 늘어나면서 우리는 결국 화석연료 발전량 또한 2022년보다 135TWh 더 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발전비중 30%' 차지한 에너지는?
무엇이 전력 수요를 이렇게 늘렸을까요. 엠버는 2023년 전력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부른 5대 주요 기술을 분석했습니다. 전기차와 히트펌프,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설비 등 전기화와 무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우리의 노력 자체도 전력 수요를 높인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감축을 위한 노력이 전력 수요의 증가로 이어진 것이죠. 또한, 기후변화로 사상 가장 뜨거운 지구 평균기온을 기록했던 2023년이었던 만큼, 공조 장치 사용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 또한 매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갈수록 소비자들의 수요와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이터 센터 또한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했고요. 결국, 감축을 위한 노력이든, AI나 ICT 기술의 발전에서 비롯된 문명의 발전이든, 모두 전기를 필요로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우린 더 많은 청정 전력을 생산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엠버는 국가별로도 수요의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이 통계에서 글로벌 주요 국가와 지역의 전년 대비 전력 수요 변화 데이터를 추려내 정리해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발전비중 30%' 차지한 에너지는?
지난해 전 세계 총 전력 수요는 2022년 대비 627.26TWh 늘었는데, 그렇다고 모든 나라의 전력 수요가 모두 증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EU의 경우, 도리어 전력 수요가 전년보다 94.42TWh나 줄었고, 미국 또한 58.54TWh 감소했습니다. 일본의 전력 수요도 20.03TWh 줄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6.1TWh 줄었죠.

반면, 중국은 전년 대비 606.48TWh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2021년 소비량과 맞먹는 만큼의 전기를 2022년보다 '더 쓴' 셈입니다. 인도의 전력 수요 또한 전년 대비 99.44TWh 증가했고, 미주(미국 제외)와 중동에서도 전년 대비 각각 70.42TWh, 21.39TWh 더 많은 전기를 사용했습니다. 대체로 개도국에선 전력 수요가 늘었고, 선진국에선 줄어든 양상을 보인 것입니다. 대부분의 전력을 화석연료에 의존했던 과거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다시금 급격하게 치솟았을 아찔한 통계이지만,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그 아찔함을 덜어줬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발전비중 30%' 차지한 에너지는?
앞서 중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의 전년 대비 증가량을 살펴봤다면, 이번엔 개별 발전원 차원의 그래프로 다시 이를 살펴보겠습니다. 금세기 초반, 재생에너지 확산을 이끌기 시작한 것이 풍력이라면, 태양광은 최근 10년새 무섭게 이러한 확산을 뒤에서 밀고 있었습니다. '전년 대비 증가량'이 이렇게 늘어난 덕분에, 연간 발전량 자체가 무섭게 늘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2018년 풍력 발전의 발전량 증가세를 따라잡더니 2023년엔 전년 대비 307.21TWh에 달하는 전력을 더 생산해내며 풍력의 증가량(205.57TWh)을 크게 뛰어넘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발전비중 30%' 차지한 에너지는?
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역대급 확산 속도입니다. 주요 발전원별, 처음으로 전 세계 발전량이 1,000TWh를 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소요됐는지, 엠버의 데이터를 이용해 그래프로 정리해봤습니다. 전통의 화석연료인 석탄은 무려 32년, 천연가스도 28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은 12년 만인 1983년, 풍력 발전도 12년 만인 2017년에 이르러 1,000TWh의 벽을 넘어섰죠.

태양광 발전량이 1,000TWh를넘기기 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8년. 석탄화력발전의 4분의 1, 수력발전의 5분의 1 가량의 시간 만에 1,000TWh의 전력을 생산할 만큼 확산이 이뤄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발전설비 관련 기술의 발달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해당 설비를 짓고, 가동할 때까지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평생 전기의 소비자로만 살아왔던 일반 시민들이 전기의 프로슈머, 소비뿐 아니라 생산까지 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 제도적, 비용적 장벽이 낮아진 것도 이러한 전례 없는 확산 속도를 보인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엠버는 최근 발표한 〈Global Electricity Review 2024〉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일사량과 실제 발전비중을 담은 표 또한 공개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의 데이터를 추려 다시 그래프로 만들어봤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x축은 각국의 자연적 조건을, y축은 각국의 2023년 기준 태양광 발전비중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개별 국가별 원의 크기는 절대적인 발전량(TWh)을 의미하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발전비중 30%' 차지한 에너지는?
엠버가 제시한 세계 평균 일사량은 206W/㎡, 세계 평균 태양광 발전비중은 5.53%였습니다. 이러한 평균을 기준으로 사분면을 만들면, (1) 자국 내 자연 자원을 십분 활용한 나라, (2) 평균 대비 적은 일사량에도 태양광 확산에 노력해 그 가능성을 실현한 나라, (3) 풍족한 일사량에도 태양광 확산에 소극적인 나라, (4) 평균 대비 일사량도 적지만 태양광 확산 노력도 저조한 나라, 크게 4개의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칠레의 경우, 세계 평균보다 많은 일사량을 십분 활용하며 IEA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태양광의 발전비중 목표(20%)에 근접한 19.91%를 이미 기록한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전통의 화석연료 강국인 UAE(태양광 발전비중 4.5%)와 사우디아라비아(태양광 발전비중 0.21%)는 자국 내 우수한 햇빛 자원이 무색하게 태양광발전의 발전비중이 매우 낮은 상태였습니다. 물론, 이 두 나라뿐 아니라 다수의 GCC(Gulf Cooperation Council, 걸프협력회의) 국가들은 최근 그 누구보다 빠르게 에너지전환에 대응 중인 만큼, 수년 내 발전비중과 절대적인 발전량 자체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독일은 상대적으로 적은 일사 조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집중하며 12.2%라는, 세계 평균의 배 이상의 태양광 발전비중을 기록했습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경우, 10.87%의 발전비중과 110.14TWh의 발전량을 기록했죠. 발전비중으로 보면, 독일보다 소폭 낮았지만, 발전량은 독일의 1.8배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두 나라보다도 더 나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4.78%라는 낮은 발전비중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발전비중은 5.6%로 세계 평균 수준에 머물렀으나 발전량은 238.12TWh에 달했고, 중국은 무려 584.15TWh의 태양광 발전량을 기록했고요.

엠버는 “한국의 태양광과 원자력발전은 최근 국가 전력부문 배출량의 감소를 도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화석연료 발전비중이 62%에 달하며 G20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1인당 배출량을 기록했다”며 “한국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비중은 세계 평균뿐 아니라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더딘 에너지전환의 속도는 그저 '더딘 감축 속도'로만 이어질까요. 전례 없는 확산 속도를 보이고 있는 태양광발전 시장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지, 에너지전환이 그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설치 확대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 뒷이야기에 대해선 다음 주 연재를 통해 보다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발전비중 30%' 차지한 에너지는?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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