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도, 이들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던 잠수사도 지난 10년은 고통과 싸워야 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정인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황병주 씨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잠수사였습니다.
하지만 2014년 참사 이후 잠수복을 벗었습니다.
[황병주/세월호 민간 잠수사 : 울릉도로 (잠수)일을 하러 갔었어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도저히 못 해서 한 달 동안 일하고 (더이상) 못하고 나온 거죠.]
석 달 동안 매일 바다로 뛰어든 대가로 신장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틀에 한 번 4시간씩 투석을 받아야 합니다.
[황병주/세월호 민간 잠수사 : 투석 받을 때 어떨 때는 그냥 혼자 울어요. 내 마음과 몸은 이럴 망정 내 자신은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산다.]
잠수사였던 김상우 씨도 더이상 물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세월호 안을 수색하다 격실이 무너져 목과 어깨를 다쳤습니다.
[김상우/세월호 민간 잠수사 : 로프를 한 손으로 이렇게 올라갈 수가 없잖아요. 양손으로 올라가잖아요. 그러면 저는 희생자분들 안을 수밖에 없어요. 나도 모르게 이제 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부모님한테 모셔주겠다고.]
컴컴한 바닷속 기억이 트라우마로 찾아오고 뼈가 썩어가는 골괴사를 앓았지만 치료받을 때는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김상우/세월호 민간 잠수사 : (치료비를 국가에 청구하려면) 병원이 되게 불편한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병원이) 저희를 받는 걸 되게 꺼려했어요. 저희가 좀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그렇게 병원을 다녔어요.]
화물기사였던 윤길옥 씨는 술 없이 견디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배가 기울면서 식당에 있던 온수통이 발을 덮었습니다.
피부이식 수술 등 치료만 4년을 받았지만 원래대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겨우 2년 전부터 다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바다와 배는 여전히 무섭습니다.
[윤길옥/세월호 참사 생존자 : 처음에는 이제 배를 못 탔어요. 배 타면 그냥 막 식은땀 흘리면서 그냥 쓰러졌거든요. 그런데 이제 배 타러 갈 때 미리 한 30분 전에 수면제를 먹고.]
정부는 국가 보상을 받으려면 참사 이후 1년 5개월 안에 모든 증상을 증명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진단서엔 후유증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적어도 2년은 필요하다고 써 있습니다.
[윤길옥/세월호 참사 생존자 : 캄캄하면 잠을 못 자요. 불안해가지고 아직도. 그래서 이제 불을 켜놓고. 또 TV나 이렇게 보다가 잠이 들거든요.]
이들이 돌려받고 싶은 건 단 하나, 그날 이전에 누리고 있던 평범한 일상입니다.
[영상취재 정철원 / 영상자막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