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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이래도 종이컵 괜찮나요?…다회용컵 쓰면 탄소배출 44%↓

입력 2023-11-08 17:19 수정 2023-11-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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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 1년에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은 약 84억 개.

이걸 모두 다회용컵으로 바꾸면 탄소 배출은 얼마나 줄어들까요?

25만톤.

한국에서 1년 동안 9만 2000대 넘는 자동차가 내뿜는 탄소 배출량입니다.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을다회용컵으로 바꾸기만 해도 1년에 자동차 9만 2000대를 줄이는 효과가 나는 겁니다.
 

"일회용컵, 다회용컵으로 바꾸면 탄소 배출 최대 44.3% 줄어"


그린피스가 '동아시아 지역 다회용컵 및 일회용컵 시스템의 환경성과 전과정평가(LCA) 비교'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다회용컵과 일회용컵을 생산하고 사용한 뒤 폐기하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분석한 겁니다.

그린피스는 다회용컵을 카페나 식당에 빌려주고, 세척과 배송까지 담당하는 '다회용컵 대여'업체가 있는 도시들(부산, 도쿄, 홍콩, 타이베이)을 위주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부산에서는 일회용컵을 다회용컵으로 대체할 때마다 탄소 배출이 최소 36.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회용컵 수명을 3년으로 두고 1년에 20번 재사용할 경우 탄소 배출은 36.6% 감소했고, 40회 재사용하면 42.4% 줄었죠. 1년에 60번 재사용할 경우 탄소 배출이 44.3% 줄어,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탄소 배출량이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회용컵 사용시 환경 성과 개선 비율. 〈자료=그린피스〉

다회용컵 사용시 환경 성과 개선 비율. 〈자료=그린피스〉


일회용컵을 다회용컵으로 바꾸면 화석연료 고갈과 물 고갈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에서는 다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재사용 빈도에 따라 화석연료 고갈은 47.3~57.3%, 물 고갈은 33.3~36.8%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 1년에 버려지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을 약 84억 개로 보고 계산해보면 탄소 배출은 1년에 25만톤을 줄일 수 있는 겁니다.

또 올림픽 공식 규격 수영장(3750㎥) 480개 이상을 채우는 양인 180만㎥ 이상의 물을 절약할 수 있고, 100만 배럴 넘는 석유를 아낄 수 있는 셈입니다.
 

다회용컵, 친환경 세척·재사용 빈도 높여야 효과적


다만 다회용컵을 사용할 때에도 고려해야 할 점은 있습니다.

다회용컵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물과 세제가 사용되고, 세척한 뒤 다시 컵을 매장에 배송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다회용컵은 생산부터 사용, 세척, 폐기 전 과정 중 세척 단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 배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린피스는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세척 방식을 채택하고, 재사용컵 배송 과정에서 배기가스 배출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회용컵 재사용 횟수를 늘릴수록 환경영향 저감 효과가 커지는 만큼, 재사용 빈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울 마포구 한 제로웨이스트 카페에서 제공하고 있는 다회용 컵. 음료를 포장해가는 고객에게는 이 컵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 마포구 한 제로웨이스트 카페에서 제공하고 있는 다회용 컵. 음료를 포장해가는 고객에게는 이 컵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일회용컵, 아예 만들지 말아야"


반면 일회용컵은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 모두 만드는 과정에서 강과 호수에 유기물이 많아져 조류가 지나치게 번식하는 '부영양화'를 초래합니다. 또 물과 화석연료를 부족하게 만듭니다.


한번 사용하고 버려진 뒤 매립되거나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보다 일회용컵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에서 비롯되는 환경 문제가 심각한 겁니다.

그린피스는 "일회용컵 시스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일회용컵의 완전한 퇴출을 목표로 생산을 억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활용을 통한 배출량 감축은 그 잠재력이 제한적이며, 전 세계적인 일회용품 의존도를 낮추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핵심은 일회용컵의 원천적인 제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일회용 종이컵 규제 철회한 환경부…"종이컵 사용 늘어날 것"

정부가 7일 식당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 철회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7일 식당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 철회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일회용컵 생산 자체를 줄이고, 다회용컵을 최대한 여러번 재사용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게 그린피스의 결론입니다.

그러려면 "다회용컵의 자발적 사용에서 벗어나 사회적 차원에서 재사용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린피스는 강조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보다 다회용컵 사용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경부는 지난 7일 일회용 종이컵을 일회용품 사용제한 품목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해외 어느 나라도 종이컵 사용을 규제하지 않는 데다,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면 소상공인들의 세척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규제 철회에 따라 앞으로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 종이컵을 사용해도 되는 겁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규제 철회 전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있었다"면서 "종이컵을 사용제한 품목에서 제외하더라도 종이컵 사용이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일회용 종이컵 사용이 늘어날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 때 종이컵은 재활용이 가능하고 국민 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규제 품목에서 제외했었다"면서 "이후 종이컵 사용은 급증했고 5년 새 일회용컵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2018년 8월부터 매장내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적용된 뒤 개인 텀블러 및 다회용컵 사용 비율은 2018년 44.3%에서 2019년 93.9%로 급증했다(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협약 맺은 15개 프랜차이즈 카페 기준)"면서 "자율 감량보다 사용 규제가 일회용품 사용 저감에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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