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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고질적인 '구급차 사적 이용'…처벌 강화법안 발의됐지만

입력 2023-10-16 16:53 수정 2023-10-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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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를 다른 용도에 사용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구급차는 응급환자를 이송하거나 응급의료진의 이동 등의 목적 외에는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그룹 지오디(god)의 멤버 김태우 씨가 행사장 이동을 위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8년 3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사설 구급차를 타고 서울 성동구 행사장까지 이동했습니다.

당시 행사 대행업체는 김 씨를 대신해 구급차 운전기사에게 30만원의 이용료를 내줬습니다.

이 일로 김 씨는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구급차를 몰았던 운전기사는 응급의료법 위반에 더해 무면허 상태에서 구급차를 운전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김태우 씨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잘못”이라고 사과했습니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구급차.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사진. 〈사진=중앙DB〉

병원으로 이동하는 구급차.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사진. 〈사진=중앙DB〉

“다른 용도로는 사용 금지”…응급의료법상 구급차 용도는?


구급차는 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송하는 차입니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법에서도 구급차의 용도를 명시하고 있죠.

응급의료법 제45조에서는 구급차를 ▲응급환자 이송 ▲응급의료를 위한 혈액, 진단용 검사대상물 및 진료용 장비 운반 ▲응급의료를 위한 응급의료종사자 운송 ▲사고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진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람을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용도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구급차 운용자에 대해서는 영업 관련 허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또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죠.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늦어서' 구급차 이용


구급차의 용도가 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구급차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습니다. 구급차를 '빠른 택시'처럼 이용하는 겁니다.

2013년에는 한 코미디언이 지방 공연에 늦어 구급차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SNS에 올려 비판을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후 2016년 7월 국회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했습니다. 구급차와 같은 긴급자동차라고 하더라도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경광등과 사이렌을 쓰지 못 하게 한 겁니다.

하지만 법이 바뀐 뒤에도 구급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계속됐습니다.

지난 2021년 한 유명 포크 그룹 가수는 병원에 간다며 사설 구급차를 불렀지만 도착지를 행사장으로 바꿔 논란이 됐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몸이 좋아져 행선지를 바꿨다고 했지만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같은 해 전북 전주의 한 소방서장이 응급환자가 아닌 자신의 친척을 구급차에 태워 전북에서 서울까지 이송시킨 일도 있었습니다.
 

“처벌 높이고 탑승 가능자 규정해야”…개정법안 발의됐지만

구급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급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국회에서는 구급차 이용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구급차에 탈 수 있는 사람을 응급환자와 그 보호자, 응급의료종사자 등으로 규정해 이들 외에는 구급차를 탈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구급차에 탈 수 있는 사람을 법에 명시하자는 겁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도 응급환자와 보호자, 응급의료종사자만 구급차에 탈 수 있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에는 그 외의 사람이 위계와 위력, 그 밖의 수단을 사용해 구급차에 탑승하는 경우 탑승자와 탑승 허가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닥터카를 타고 사고 현장으로 이동해 닥터카의 현장 도착 시간이 지연됐다는 논란을 의식한 법안 발의로 보입니다.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나왔습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초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인데요.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에서 지난해 한 차례 논의된 뒤 진전은 없는 상황입니다.

당시 소위 논의에서 보건복지부는 “법안의 취지에는 대단히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구급차를 운용할 수 없는 사람이 구급차를 운용하는 경우에도 1년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행 규정과 동일하게 벌칙조항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계도·홍보하겠다”면서 “구급차, 사설 운송기관에 대해 투명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강구하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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