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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나이스 오류에 학교 현장 '대혼란'…“한숨만 나온다”

입력 2023-06-23 17:27 수정 2023-06-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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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요일 치르는 시험문제를 오늘(23일 금요일) 와서 바꾸라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숨만 나온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사

“출근하자마자 다른 선생님들 곡소리가 들리더라. 일부러 혼란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경기도 한 중학교 교사

JTBC가 단독보도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의 보안문제가 학교 일선에서 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학교 교사가 시스템에 접속했더니 다른 학교의 정답표(문항정보표)가 일부 출력되는 것으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되면서, 교육부가 23일 오전 앞으로 실시할 기말 고사의 문제 순서를 바꿀 것을 긴급지시했습니다.
 
나이스 시스템 상에서 정답지 유출을 막기위해 출력을 제한한 화면 〈사진=온라인 캡처〉

나이스 시스템 상에서 정답지 유출을 막기위해 출력을 제한한 화면 〈사진=온라인 캡처〉

 

나이스 오류로 정답표(문항정보표) 유출


정답표 출력 오류는 어제(22일) 오전 서울과 경기지역에 집중된 가운데 경기도 부천의 학교에서 포천의 모 고등학교 기말시험 답안지가 출력된 사례와 성남시내 학교 간의 답안지가 뒤바뀐 채 출력된 사례 등 전국에서 10건가량이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02년 도입된 나이스는 그동안 업그레이드를 하며 간혹 오류를 일으킨 적은 있지만, 기말고사 정답표가 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육부는 자체조사 결과 이번 오류가 나이스 시스템상에서 각 학교에서 정답지 역할을 하는 문항정보표 출력 요청이 동시에 이뤄진 경우 발생했으며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곧바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통해 나이스의 문항정보표와 지필평가학생답정오표, 수행평가성적일람표의 인쇄기능을 모두 제한해 출력오류를 막았다고 확인했습니다.

또 오늘 오전 각 교육청에서 일선 학교에 긴급공문을 보내 다음 주 월요일 이후 시험을 치르는 학교는 답지와 문항순서를 바꾸라고 지시했다며 문제 자체가 유출된 것은 아닌 만큼 공정성과 관련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나이스 오류관련 일선학교 안내문 〈사진=온라인캡처〉

나이스 오류관련 일선학교 안내문 〈사진=온라인캡처〉

 

다음 주 시험 앞둔 학교 현장 대혼란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업무가 마비되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모 중학교 김 모 교사는 “바로 다음 주 월요일이 시험이라 인쇄를 끝내고 분철까지 완료했는데 시험문제 순서를 바꾸라고 해서 지금 학교 현장은 멘붕사태”라며 “이번 혼란에 대 누구 책임을 지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다른 지역 이 모 교사 역시 “가장 민감한 성적 관련해서 전국 학교에서 다 쓰는 프로그램을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바쁜 시기에 없던 일까지 만들어서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추가적인 오류도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밝힌 사례를 보면 로그인이 안 되거나, 로그인하더라도 로딩 중이라는 화면만 뜨는 경우도 보고됐습니다. 또 교직원 복무상신 등 간단한 시스템도 오류가 빈번할 뿐만 아니라 학생 성적과 관련한 창의적체험활동 누가기록 등이 모두 제대로 이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교사노조는 “교사들은 불안한 시스템으로 성적 처리를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학교 현장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정답지 유출 관련 기말고사 시험문제 순서를 바꾸라고 지시하는 교육부 공문 〈사진=온라인캡처〉

정답지 유출 관련 기말고사 시험문제 순서를 바꾸라고 지시하는 교육부 공문 〈사진=온라인캡처〉

 

교권단체 “행정안일주의 교육부 규탄”


이처럼 오류가 이어지면서 항의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도 긴급성명을 내고 "수천억원이 들어간 학교 프로그램이 개통하자마자 먹통에 들어가고, 정답 유출이라는 어마어마한 보안사고까지 터지고 말았다“면서 "교육부는 디지털과 AI가 학교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해왔다. 그 결과는 학교 현장의 혼란, 그리고 가중된 불편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성명을 통해 “기말고사를 앞둔 중고등학교에서 시험 문항을 재배치해야 하는 초유의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며 “매번 현장 교사 의견을 패싱하고 행정안일주의에 빠진 교육부를 규탄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전교조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급현장 설문을 통해 교사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다음 주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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