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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을의 전쟁' 최저임금 차등적용…업종별 구분 필요할까?

입력 2023-06-15 11:40 수정 2023-06-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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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쯤 되면 전쟁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얼마로 할지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 이야기입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벌써 4차례 열렸지만 사용자와 노동자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맞추려면 적어도 시급이 만2천 원은 돼야 한다” “무슨 소리냐 경기도 어려운데 무조건 동결이다.” 이렇게 양측 모두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데요.

이처럼 안 그래도 복잡한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올해는 또 다른 변수가 더해졌습니다.

바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사용자 측이 내놓은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입니다. 최저임금이 하는 일에 따라서 달라져야 한다는 건데요. 그럼 하나하나 따져볼까요?

소상공인 "알바보다 못 번다...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필요"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사진=연합뉴스)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쪽에서 내놓은 근거는 아르바이트생보다 못 버는 사장이 말이 되냐는 겁니다.

주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쪽에서 나오는 목소리인데요.

2021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은 월평균 182만 원인 반면 자영업자 소득은 163만 원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이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더 올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전체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어렵다면 최저임금보다 못 받는 업종부터 하자며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노동계 "차등적용은 빈곤 악화...최저임금 근간 흔들어"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사진=연합뉴스)

반면 노동계에서는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업종별로 구분하는 건 이른바 낙인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건데요.

최저임금을 밑도는 업종에 취업을 꺼릴 수 있고 일할 의욕까지 떨어트릴 수 있다는 거죠.

안 그래도 이미 업종별로 임금격차가 큰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차등적용 하자는 것은 빈곤을 더욱 악화시킬 거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이미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구분적용 효과가 작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 내린 것도 반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계 내부에서는 이걸 양보하면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OECD 19개국 차등적용...우수인력 우대가 주목적

최저임금 인상요구하는 영국 노동자들(사진=CNN)

최저임금 인상요구하는 영국 노동자들(사진=CNN)

이런 최저임금 차등적용,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지난해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 국가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30개국이고 이 가운데 19개 나라가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우리나라와 멀지 않은 일본과 독일인데요.

일본에서는 최저임금을 업종뿐만이 아니라 지역별로 다르게 정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업종별 최저임금은 노사 동의를 얻어야 하고 지역 최저임금도 국가최저임금보다 높을 때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청년들의 취업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나이나 숙련도에 따라 차등적용하고 있는데요.

결국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임금 동결이나 줄이는 것을 목적이 아니라는 '우수인력 우대'라는공통점이 있습니다.

최저임금 둘러싼 '을 vs 을'의 전쟁 막으려면?

jtbc 캡처

jtbc 캡처

이런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을과 을'의 전쟁으로도 불립니다.

빤한 수입을 놓고 가게 주인과 점원 사이에 벌어져야 하는 안쓰러운 전쟁이죠.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중에서 누가 더 열악하고, 누가 더 불행한가를 두고 경쟁하는 구조입니다.

양쪽 모두 서 있는 위치가 다를 뿐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둘러싼 을의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본사, 건물주의 갑질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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