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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잇따른 강제동원 배상 기각...현직판사, 반대논리 제기

입력 2023-04-20 15:50 수정 2023-04-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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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가 강제동원 정부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 할머니는 ″강제 노역하다 왼손 검지가 잘렸는데 일본인 감독관이 '웃기다'며 손가락을 공중으로 던졌다″며 피해 사실을 호소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지난달 7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가 강제동원 정부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 할머니는 ″강제 노역하다 왼손 검지가 잘렸는데 일본인 감독관이 '웃기다'며 손가락을 공중으로 던졌다″며 피해 사실을 호소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 15명 가운데 생존자 3명 등 5명이 정부 배상금을 거부해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직 끝나지 않은 다른 강제동원 피해 배상 소송들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중앙지법이 청구권을 제기할 수 있는 '소멸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소송을 기각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현직 부장판사가 유엔 총회 결의 내용을 토대로 "인도(인간 도리)에 반하는 죄는 시효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은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며 "신일철주금은 원고 1명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소멸 시효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앞서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 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3년 7월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선 "신일철주금은 피해자 별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일본 기업은 재상고했고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겁니다.

■ 광주고법 "청구권 제기 가능 시점은 2018년 대법 판결"

한 달여 뒤인 12월 5일 다른 피해자들 소송에 대해 광주고등법원도 "일본 기업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1억~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대법원 확정 판결 취지에 따른 겁니다.


광주고법은 2018년 10월 30일(대법원 확정 판결)을 소멸시효 시작점으로 봤습니다. 민법에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는 손해를 알게 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된다고 돼 있습니다.

■ 반면 서울중앙지법에선 기각 이어져..."소멸 시효 지났다"

이후 다른 피해자 유족들의 소송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다른 결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8월과 9월, 2022년 2월, 2023년 2월에 각각 기각해 모두 4건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소송이 기각됐습니다. 사유는 '소멸 시효가 지났다'는 겁니다.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식한 소멸시효 시작점을 2012년 5월(대법원 파기환송)로 보았습니다. 3년 뒤인 2015년 5월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겁니다.

현재 4건 가운데 3건은 항소가 제기돼 서울고등법원에 계류돼 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 대리인단의 전범진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소멸 시효 등 법률 지식이 없기 때문에 대법원 최종 결론까지 기다리고 소송을 결심했다"면서 "청구권 행사가 늦어진 점을 두고 피해자들을 비난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대법원 파기환송 뒤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6년 넘게 걸린 상황이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도에 반하는 죄는 시효 배제해야...UN 결의 사항"

이런 가운데 사법논집 3월호에 실린 전주지법 군산지원장 신우정 부장판사(국제법 박사)의 논문 '강행규범과 시제법-강제징용·위안부 사안을 중심으로'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신우정 부장판사 논문 중 강제동원과 위안부 피해 배상 소멸시효에 대해 언급된 부분 〈사진=논문 '강행규범과 시제법' 캡쳐〉신우정 부장판사 논문 중 강제동원과 위안부 피해 배상 소멸시효에 대해 언급된 부분 〈사진=논문 '강행규범과 시제법' 캡쳐〉


논문에 따르면 유엔 총회는 1968년 '전쟁범죄와 인도에 반하는 죄에 관한 시효 배제 협약' 채택을 통해 인도에 반하는 죄와 전쟁범죄에 대해 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채택했습니다. 2005년 12월 유엔 총회는 국제 범죄에 해당하는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과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행위에 대해 국내 민사법상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고 어떤 회원국의 반대 없이 결의했습니다.


신 부장판사는 이 논문에서 '강제동원·위안부는 '인도에 반하는 죄 금지' 요건에 충족된다'며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강제동원과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선 소멸시효 법리가 배제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UN총회 결의 내용은 국제법의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또 헌법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 대리인단은 해당 논문을 재판부에 의견서로 제출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공판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서울고법 재판부는 판단해야 합니다. 만일 판단하지 않으면 상고 사유가 되고 대법원에서 판단하게 됩니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법적 공방이 새 국면을 맞게 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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