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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편의점에 불투명 시트 붙여 청소년 담배 근절? 직원들 잡겠네"

입력 2023-04-17 10:21 수정 2023-04-17 16:06

"불투명 시트지로 가린다고 담배 판매 줄지 않아..각종 범죄 우려만 커져"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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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 시트지로 가린다고 담배 판매 줄지 않아..각종 범죄 우려만 커져" 비판 목소리

서울시 마포구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는 담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있었다. 〈사진=이세현 기자〉서울시 마포구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는 담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있었다. 〈사진=이세현 기자〉
"누가 오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 안 했으면 좋겠어요. 불안해요."(30대 편의점 직원 A씨)

JTBC 취재진이 평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시 마포구의 한 편의점을 방문해봤습니다. 출입문 유리에는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있었습니다.

이 시트지는 편의점 안쪽의 담배 광고물이 보이지 않도록 단속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2021년 7월부터 부착하게 한 것입니다.

이는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입니다. 만약 밖에서 편의점 담배 광고물이 보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불투명 시트지로 편의점 유리를 가린다고 해서 청소년 흡연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면 편의점 안이 보이지 않아 편의점 직원이 각종 범죄 위험에 노출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시트지로 담배 판매 줄지 않아"…통계에서도 청소년 흡연율 변동 없어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중1~고3) 흡연율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4.5%로 집계됐습니다. 시트지 등의 금연 정책을 시행했지만 청소년 흡연율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30대 편의점 직원 A씨는 "(시트지) 부착 이후로 담배가 덜 팔린다거나 그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청소년이 편의점 등에서 담배를 얼마나 쉽게 접하는지 확인하는 지표인 '구매 용이성 비율'은 시트지 부착 후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2022년 기준 구매 용이성 비율은 74.8%로 시트지 부착 시행 이전인 전년(67%) 대비 7.8포인트(p)나 올랐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편의점. 담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안에서 밖을 볼 수 없었다. 〈사진=이세현 기자〉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편의점. 담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안에서 밖을 볼 수 없었다. 〈사진=이세현 기자〉


■늘어나는 편의점 범죄…"시트지 제거하면 예방 효과 있어"


편의점 안이 불투명 시트지 때문에 가려지면서 편의점내 범죄에 직원이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한 편의점에서는 시트지 부착으로 안에서 밖이 보이지 않는 점을 활용해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음란 행위를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올해 2월에는 인천의 한 편의점에서 흉기에 찔려 쓰러진 편의점 점주가 50분 만에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편의점 업계에선 점주가 50분이나 지나 발견된 건 시트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 비슷한 시간대인 주말 새벽 0시 30분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이 편의점 출입문과 창문 역시 시트지가 부착돼 있었습니다. 편의점 안쪽에서 바깥을 보려고 했지만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이 편의점 직원 20대 B씨는 "폐쇄회로(CC)TV가 있긴 하지만 밤에는 한계가 있다"며 "시트지가 없으면 그래도 누가 오는지 바로 볼 수 있는데 지금 상태론 파악하기 어렵다. 솔직히 범죄 발생 우려가 제일 큰 새벽이라 무섭긴 하다"고 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 예방을 위해선 감시 기능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교수는 "시트지를 제거해 안에서 밖이 들여다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범죄 예방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는 담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있었다. 〈사진=이세현 기자〉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는 담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있었다. 〈사진=이세현 기자〉


■편의점 점주·복지부 논의나섰지만 입장 팽팽…편의점 업계 "시트지 임의 제거 고려"

이처럼 시트지 부착이 근무자의 강력 범죄 노출 우려를 높인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자 업계와 유관 부처는 대책 논의에 나섰습니다.

이달 5일 편의점주들은 보건복지부와 만나 시트지가 근무자의 안전을 해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광고 노출 제한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결론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편의점 업계는 시트지를 임의로 없애는 등 자체적인 안전확보 방안 마련에 나설 예정입니다.

당국이 불투명 시트지를 붙이지 않은데 대해 벌금을 물리더라도 편의점 직원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전국편의점주협회 관계자는 "시트지 부착으로 밀실처럼 밖이 보이지 않아 안전에 대한 근무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야간 근무자를 구하기 어려웠는데 시트지를 둘러싼 범죄가 이어지며 더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시트지 부착으로 금연을 독려하겠다는 건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방법"이라며 "개선된 정책 등이 나오지 않는 만큼 근무자들의 안전을 위해 전국의 편의점들이 부착된 시트지를 동시에 떼고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편의점 근무자들이 안전 우려를 호소하는 만큼 시트지를 대체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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