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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목포 녹슨 세월호 선체 주위엔 '노란 추모리본' 물결

입력 2023-04-14 17:02 수정 2023-05-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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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김천 기자〉〈영상=김천 기자〉

오늘(14일) 오후 세월호 선체가 놓인 전남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두고 세월호가 놓여 있는 목포신항에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9년 전 4월 16일처럼 비가 내렸습니다. 검붉은 색으로 녹슨 채 빗속에 우두커니 선 세월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 옆면에 쓰인 'SEWOL(세월)'이라는 글자. 이젠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녹이 슬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실감 났습니다.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서 침몰했습니다. '다녀올게'라는 들뜬 목소리로 현관을 나선 아이의 모습은 유가족의 마지막 기억이 됐습니다.

바닷물이 집어삼킨 세월호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바닷속에 3년 동안 잠겨 있다가 2017년 인양됐습니다. 인양 뒤에는 줄곧 이곳에서 비바람을 견디고 있습니다.

세월호 주변 울타리에는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리본 수백 개가 매달려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현장르포] 목포 녹슨 세월호 선체 주위엔 '노란 추모리본' 물결
〈사진·영상=김천 기자〉〈사진·영상=김천 기자〉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색 바랜 리본들은 오랜 시간에도 '기억하겠다'는 다짐처럼 제자리를 지켰습니다.

 
〈사진=김천 기자〉〈사진=김천 기자〉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두고 방문한 추모객들. 울타리 너머로 세월호를 바라봅니다.

오랜 시간과 비바람에 거칠게 할퀴고 덧난 세월호의 모습을 봅니다.

목포에 사는 이모 씨는 "세월호 참사 9주기가 다가와서 지나가는 길에 한번 보자고 해서 왔다"며 "멀리서는 봤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같은 고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찢어진다"며 "가까이서 보니 더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김천 기자〉〈사진=김천 기자〉

미수습자 5명(박영인 군, 남현철 군, 양승진 님, 권혁규 군, 권재근 님)의 사진 앞에는 과자가 놓였습니다.

추모객들은 사진 앞에서 서 이들의 사진을 바라봤습니다.

사진 아래 적힌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라는 말이 보입니다.

광주에서 방문한 김모(27) 씨는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이라면서 "아무래도 나이가 같다 보니까 세월호 참사가 남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월호 참사는 단순 사고가 아닌 구분되어야 할 '인재'"라며 "미완의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진실 규명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세월호는 2029년까지 현재 놓인 곳의 건너편인 목포 고하도로 옮겨질 전망입니다.

4.16재단 관계자는 JTBC 취재진에 이같이 밝히며 "선체를 어떻게 활용할지, 기억관을 어떻게 구성할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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