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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아빠가 7년 전 함께 단식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력 2021-04-27 13:20 수정 2021-04-27 13:31

"함께 단식하며 진정성 보여준 문 대통령...진상규명 힘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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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단식하며 진정성 보여준 문 대통령...진상규명 힘써달라"

46일 동안의 단식 투쟁. 문재인 국회의원의 동조 단식.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건넨 손편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2학년 10반 유민 양의 아빠 김영오 씨는 박근혜 정권에서 '세월호 투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참사 이후 7년. 그는 전남 무안으로 귀농해 아피오스(인디언감자)를 기르는 초보 농사꾼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무서워서' 인적 드문 시골을 택했고, '잡생각이 없어져서' 흙을 택했습니다.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전남 무안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일베 공격은 버텼지만, 함께 촛불 든 사람의 공격은 큰 상처"

-7년 동안 잘 지내셨나요?
“잘 지냈다고 하기는 좀 그런 것 같고요. 너무 큰 상처를 사람들한테 받아서 그냥 풀밭에서 치유받고 있어요. 풀밭”

-과거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지금은 어떠세요?
“3년째 귀농 교육받고 농사짓다 보니까 불면증도 없어졌어요. 건강한 체질도 많이 돌아오더라고요. 단식 처음에 끝났을 때(2014년 8월 28일)는 몸에 기가 다 빠져나가서 근육도 없고 지방질도 다 타버렸어요. 이후 한 3년 정도 힘을 못 썼어요. 농사도 1년째는 힘들었어요. 힘이 없으니까 삽질을 못 해서. 지금은 굉장히 몸은 건강해졌어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JTBC와 인터뷰를 하는 김영오 씨. 〈사진=JTBC 뉴스룸 캡처〉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JTBC와 인터뷰를 하는 김영오 씨. 〈사진=JTBC 뉴스룸 캡처〉

-귀농을 결심한 것은 결국 치유가 필요했기 때문이군요?
“네, 도피하고 싶었죠. 일베나 보수단체, 또 일부 언론들이 너무 저를 조롱했어요. 가짜뉴스는 퍼뜨려지고. 한 3~4년 제가 겪었잖아요. 이건 버틸 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한 4년 지나고 나니까 같이 촛불을 들었던 시민 중 몇몇 분들도 이상한 소문을 내기 시작하는 거예요. 저에 대해 수군거리고. 너무 상처를 받았어요. 일베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니까' 하고 제가 다 넘겼는데, 우리 쪽에서 함께 투쟁하고 촛불을 밝혔던 분 중에서 일부가 저를 비난하고 소문을 퍼뜨리고. 이게 너무 싫었던 거예요. 그래서 도피하다시피 광주로 내려왔어요.”

-지금도 그런 루머가 끝난 게 아닌 건가요?
“지금도 매우 많아요. 제가 2017년도 말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광주로 내려왔는데 거기에서 또 루머를 만들어 내는 거예요. 나만 다치면 되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상처를 받아요. '유민이 보상금 때문에 온 여자다' '유민이 보상금 가지고 호의호식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막 하면서 공격들을 하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졌어요. 제일 무섭고 싫어지고. 그래서 지금도 딱 만나는 사람 외에는 안 만나요.”

◇"참사 다음 날 나가 본 침몰 해역...뛰어 들고 싶었다"

-그동안 세월호 침몰 해역으로 나가 진행하는 선상 추모제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7주기에 처음 나가게 되셨어요. 용기가 필요하셨던 걸까요?
“네, 못 가겠더라고요. 제가 2014년도 4월 16일 날 세월호 참사가 나고 그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다른 가족들하고 같이 바다에 갔었어요. 가서 봤는데 막 뛰어들고 싶은 그런 마음 있잖아요. 내가 막 구해주고 싶은 마음. 근데 사고 현장은 바로 제 눈앞에 보이는데 제가 탄 배는 가까이 대주질 않더라고요. 그때 그런 마음을 받았기 때문에 침몰 바다로 가는 게 솔직히 두려웠어요. 현장에 가면 또 유민이 생각이 너무 날 것 같고. 근데 이제 가봐야죠. 힘들더라도. 힘들더라도 가봐야죠.”

유민 아빠는 세월호 참사 7주기인 지난 16일 다른 유가족 20여명과 함께 침몰 해역에 갔습니다. 7년 만에 바다 위로 국화를 놓으며 그는 “왜 꿈에도 나오지 않아. 아빠 보러 꿈에 와. 사랑해 유민아. 이제 매년 올게. 아빠가 무서워하지 않고 이제 매년 올게”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바다에 나가면 유민 양에게 어떤 말해 주고 싶으신지?
“아이고. 그냥 아빠가 다 죄인이지. 내가 잘 살았으면 아마 세월호 사고도 그렇게 안 났을 거예요. 내가 너무 없이 살다 보니까 사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관심을 안 가졌었거든요. 대한민국이 얼마나 안전하지 않았다는 걸 세월호가 터지고 유민이가 죽고 나서야 이제 하나씩 하나씩 배우고. 그걸 몰랐기 때문에 제가 죄인인 거죠. 그래서 용서를 구하고 싶어요. 유민이한테. 그리고 너무 보고 싶다고.”

◇"함께 단식하며 진정성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진상규명 힘써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2014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시절 광화문 광장에서 김영오 씨와 함께 단식했습니다. 김 씨의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한 동조 단식이었습니다. 동조 단식 10일째이자 김 씨의 단식 46일째 되는 날, 김 씨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두 사람의 단식이 끝났습니다.

 
2014년 8월 21일 당시 38일째 단식중이던 김영오 씨가 문재인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문재인 당시 국회의원은 김 씨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며 함께 단식했다. 〈사진=중앙일보〉2014년 8월 21일 당시 38일째 단식중이던 김영오 씨가 문재인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문재인 당시 국회의원은 김 씨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며 함께 단식했다. 〈사진=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4년 함께 동조 단식도 했고 당선 이후 세월호 유가족을 청와대에 초청했을 때도 서로 포옹을 하기도 했습니다.
“단식 당시 문 대통령은 본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런 이야기도 하고, 그때는 진정성을 봤어요. 고마웠죠. 다들 손가락질하고 언론도 저를 공격하고 있는데, 어느 누군가 힘 있는 사람이 제 곁에 와주길 바랐거든요. 그런데 문 대통령께서 직접 오셔서 앉아주셨기 때문에 그만큼 세월호가 더 알려지게 됐거든요. 굉장히 고맙고 진정성을 봤죠.”

-그런데 최근에는 세월호 유가족들도 “이번 정권이 1년밖에 안 남았다. 진상규명이 앞으로 영영 안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기대보다 더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세요?
“촛불 시민이 대통령을 만들었고, 또 가족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농성하고 단식할 때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해주셨기 때문에 '이번 정권은 세월호만큼은 알아서 정말로 진상을 규명해줄 것이다' 이렇게 믿고 지금까지 기다려왔어요. 그런데 남은 임기가 1년밖에 안되더라고요. 굉장히 저는 답답하죠. 불안하고. 정권이 바뀐다면 세월호 진상규명은 영원히 힘들 거라는걸 제가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1년 남짓 밖에 남지 않았는데 세월호는 아직 그대로고 진상규명 된 것도 없고 또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참패해버린 상황이라 더 불안한 거예요.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부탁·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직도 7년이 됐는데도 길거리에서 우리 부모님들이 싸우고 있잖아요. 일상으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아직도 다들 '의혹'이라고 말하잖아요. 진실이 안 밝혀졌기 때문에 우리가 '의혹'을 제기하는 겁니다. 빨리 판가름내고 규명을 해달라는 거예요. 그래야 가족들이 농사지을 사람 농사짓고 직장생활 할 사람 직장생활 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아니에요. 제가 바라는 건 그거에요. 가족들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지금 갈수록 부모님들은 더 답답하고 저도 그렇고요. 이게 10년 20년 30년 계속 투쟁가들이 될까 봐. 그게 두려운 거예요.”

 
2014년 8월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카 퍼레이드 도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영오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중앙일보〉2014년 8월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카 퍼레이드 도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영오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중앙일보〉

-당시 정보기관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2월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냈습니다. 사찰 피해자로 언급되는 당사자인 유민 아빠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이가 없죠. 기가 막히죠. 특조위 2기에서 정보 요원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다 밝혀냈어요. 그리고 국정원도 인정했어요. 이 사람이 사찰한 게 맞다고 인정한 상황에서 검찰은 무혐의 처분 내려버렸단 말이죠. 상부의 지시 때문에 사찰했다는 증거, 물증을 못 찾았다는 게 그 이유에요. 근데 나는 당했잖아요. 난 당했는데 상부의 지시나 물증이 없기 때문에 문서가 없기 때문에 무혐의다. 그럼 결국은 뭐가 되냐면요. 대한민국은 민간인 사찰하는 걸 합법을 시켜버린 거예요. 구두상으로만 지시하면 끝나는 거예요. '야, 저기 사찰 좀 해봐' 한마디 해놓고 걸리면 '보고용이다' 그럴 것 아닙니까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JTBC와 인터뷰를 하는 김영오 씨.〈사진=JTBC 뉴스룸 캡처〉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JTBC와 인터뷰를 하는 김영오 씨.〈사진=JTBC 뉴스룸 캡처〉

인터뷰를 마치고 그에게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김 씨는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으니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그럴만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응원은 바라지 않으니 지겹다고만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습니다.

“뭐, 그분들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말 할 거 에요. 남이 일이기 때문에. 저희가 싸우는 건 다른 사람들의 생명까지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고 봐요. 그러니 그냥 지켜만 봤으면 좋겠어요. 그냥 지겹다 이런 말 하지 말고 그냥 지켜만 봐주시라고. 대한민국이 얼마만큼 안전한 사회로 변할 수 있는지.”

이가혁 기자(gawa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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