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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덮친 세상, 시로 감싸다…전세계서 온 '생존 신고서'

입력 2020-12-2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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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 오은 : 사람들이 모일 때 퍼지는 것이 있었다 사람들이 퍼질 때 모이는 것이 있었다]

모일 수 없는, 코로나 시대의 시간들은 시인의 노래에도 녹아들었습니다. 열여덟 개 나라, 쉰여섯 명의 작가는 생존 신고서를 쓰듯 감염병이 덮친 지구의 모습을 시로 담았습니다.

최하은 기자입니다.

[기자]

잿빛 가득한 재난 영화와 달리 맑은 하늘 아래 찾아온 감염병은 모두의 일상이 멈춰선 사이 170만 명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전 세계 시인들은 지금 이 시간을 시로 기록하고 기억합니다.

['코로나의 달을 둘러싼 단카 열 수' - 요쓰모토 야스히로 : 살면서 죽어있어요 나는 바이러스 맑은 후에 흐림 가끔 멸망]

얼굴 없는 죽음들이 쌓여 하룻밤 새 생기는 공동묘지, 자리가 모자란 병원, 바이러스의 위력은 이들의 노래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첫 대유행을 겪은 대구 시인은 '마왕거미가 친 기침 그물'에 갇혔다고 우리가 얼마나 가까웠는지 깨달았다 말합니다.

하지만 서로 눈만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은 마음의 거리도 벌려놓았고,

['그것' - 오은 : 입매가 사라지니 눈매가 매서워졌다 표정을 알 수 없어서 서로가 서로를 경계했다]

'퇴근 후 한 잔' 같은 소소한 일상은 사라졌습니다.

['여름밤 칵테일' - 황유원 : 어머나, 아찔하고 짜릿했다 살면서 겨우 그런 게 좋았다]

식물을 기르는 취미가 생긴 시인은 담담하게 그리움을 이야기합니다.

[황유원/시인 : 자주 가던 식당, 가게, 극장 한두 군데씩 문을 닫았단 얘기를 들으면서 충격을 받았고요.]

네덜란드의 시인은 사랑보다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씁쓸하게 말하고, 일본 작가는 소독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고 싶다며 더 애타게 사랑을 찾습니다.

가족과 따뜻한 포옹도 나누기 어려워진 오늘이지만,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요쓰모토 야스히로/시인 :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하기보단 지금 이 순간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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