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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콜 기다리는 헬스장 사장…성탄 전날 '폐업' 앞둔 이도

입력 2020-12-14 21:21 수정 2020-12-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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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거리두기는 일상이 됐습니다. 그 여파로 일터에서 일상을 잃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버티고 버티던 많은 사장님들입니다. 분식집, 헬스장, PC방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폐업의 바람이 불어 닥쳤습니다. JTBC는 지금 그 사장님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취재를 하는 동안에 크리스마스이브에 폐업을 하겠다는 사장님도 있었습니다.

김지성, 박병현, 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화물 트럭을 모는 김모 씨, 오전부터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김모 씨/화물차 운전기사·헬스장 폐업 : 빨리 읽고 손도 빨리 해야 하고… 아, 채갔어. 채갔어요.]

한 시간 뒤 겨우 일 하나를 맡습니다.

[김모 씨/화물차 운전기사·헬스장 폐업 : 해운대 우동 가는 거요, 이거 파이프 길이 얼마나 되나요?]

주로 서울과 부산을 오갑니다.

거리가 멀어 고되지만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습니다.

올봄까지 김씨는 청년 사장님이었습니다.

3억을 투자한 헬스장을 4년간 운영했습니다.

장사도 잘됐습니다.

[김모 씨/화물차 운전기사·헬스장 폐업 : 오픈하고 오픈하고 그럴 계획을 했죠. 2호점, 3호점 이런 식으로…]

하지만 코로나 19로 꿈이 깨졌습니다.

삼분의 일로 손님이 줄었습니다.

운영 비용은 그대로였습니다.

[김모 씨/화물차 운전기사·헬스장 폐업 : 월급 나가고, 월세 나가고, 관리비 나가고…]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김모 씨/화물차 운전기사·헬스장 폐업 : (한 달에) 1300만원 정도 마이너스죠. 그렇게 5천만원 쌓이니까 감당 안 되더라고요.]

끝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철거 비용에 천만 원이 들고, 은행도 숨통을 죄어왔습니다.

사업자 대출로 받은 돈이 문제였습니다.

[김모 씨/화물차 운전기사·헬스장 폐업 : (빚 갚으려) 아파트를 팔았죠. 장사 안 돼 돈 못 벌어서 폐업을 했는데 빚을 바로 갚으라 하면…]

다시 일어나기도 어려웠습니다.

아령 대신 운전대를 잡은 지 넉 달.

끼니는 주로 빵입니다.

밤 10시가 지나 부산에 도착하면 하루가 끝납니다.

근처 모텔에서 쪽잠을 자고, 날이 밝자 다시 물건을 싣고 서울로 향합니다.

[화물 고객 : 주소는 여기예요. 물류 주소. 사인 하나 해주시고.]

힘듭니다.

그래도 꿈을 놓지 않습니다.

[김모 씨/화물차 운전기사·헬스장 폐업 : 빚잔치 끝내고 PT숍(헬스장) 다시 할 수 있으면 좋죠. 누구나 와서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기자]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이태원역에서 200미터 걸어오면 나오는 테마거리입니다.

여긴 이태원에 있는 샐러드집, 검색하면 나왔던 음식점입니다.

4년 전 문을 연 뒤, 건강한 음식을 찾는 손님들 입소문을 탔던 곳인데요.

코로나19 여파에 시달리다, 지난 5월 문을 닫았습니다.

독특한 인테리어를 한 이 식당은 이태원에서 프랑스 가정식으로 유명했습니다.

 2012년 문을 열어 9년 간 영업을 했습니다.

역시 올해 문을 닫아 지금은 이렇게, 임대라는 종이만 붙어있습니다.

직선거리로 200m 되는 이 골목에만 9곳이 올들어 문을 닫았습니다.

외식업 단체는 올해 들어 8월까지 전국에서 식당 2만9천여 곳이 문을 닫은 걸로 보고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이 계속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지만, 지원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정부가 실태를 제대로 파악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 : 국세청에 폐업을 하려면 신고를 해야하잖아요. 각 세무서에. 그 자료를 달라, 그러면 정확하게 나오지 않습니까. 안 주는 거에요. 핵심은.]

자료 공유가 안 된다는 겁니다.

[국세청 관계자 : 소상공인진흥공단하고 업무협약도 돼 있습니다.…자료를 달라고 했으면 자료를 다 줬을거고]

이러다 보니 지금까지 3조2천 억 원을 지원했는데도, 지금도 지원금을 받는 기준이 뭐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위기에 몰리고도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문 닫기를 기다리는 '시한부' 소상공인을 만나봤습니다.

음식 주문을 받는 대신 폐업 상담을 합니다.

[정주영/음식점 주인 : 원래대로 원상복구하는 걸 기본으로 해가지고 견적을 좀 주세요, 사장님.]

정주영 씨는 서울 북창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했습니다.

다음 주 문을 닫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산전수전 겪으며 15년을 버텼지만, 코로나19 위기에 손을 들었습니다. 

[정주영/음식점 주인 : 폐업을 해야 되겠다 생각한 게 여름 지나면서 생각을 하게 됐어요.]

버티려 노력했습니다.

[정주영/음식점 주인 : 저는 소상공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저리로 3000만원까지 은행에서 빌려준다고 하니까 저 은행을 갔었어요. 저는 소상공인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종업원이 줄었지만 소상공인 혜택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정주영/음식점 주인 : 아르바이트가 매일 바뀌잖아요. 그게 다 그냥 인원수로 들어가는 거예요.]

지난 석 달, 매달 천만 원씩 적자가 났습니다.

서울 명동의 작은 기념품 가게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명동 상인 : 처음에 몇 달 갈 거라 예상하고 빚을 내서 했는데.]

이들은 일시적인 재난지원금은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임대료 해결이 더 큰 고민이라는 겁니다.

[명동 상인 : (가게세 감면?) 제일 절실하죠. 솔직히.]

(영상그래픽 : 박경민·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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