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만들어낸 신조어가 우리나라 만큼 많은 나라는 없을 겁니다.
불과 7~8년 전 집값 폭락으로 집은 있지만 가난한 '하우스푸어'들이 대거 생겨났습니다. 2015년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급기야 '빚내서 집사라'면서 대출 규제를 대폭 풀었습니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번 정부에선 다주택자에게 '똘똘한 한 채'만 가지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너도나도 똘똘한 한 채 갖기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자고 나니 1억 올랐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면서 부동산 쏠림은 더 심해졌고 이젠 영혼까지 끌어서라도 부동산 급행열차에 올라타려는 '영끌' 세대까지 등장하면서 수많은 '부린이'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산 세대는 6개월 연속 30대가 차지했습니다.
새 집 주인 10명 중 3명은 30대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7명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저희는 부동산 시장에서 여러 상황에 처한 30대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또 여러 비판을 받고 있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생각도 물어봤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부동산 사다리' 순서대로 풀어봤습니다.
#청포족 #신혼부부 #30대맞벌이성원준·정해리 부부(30대/경기도 고양시) : (청약) 기대가 크지는 않아요. 100% 추첨 타입이 아니면 일단 소득 제한에 걸려버리기 때문에. 특별공급은 (맞벌이) 소득 제한에 걸리고 일반 청약으로 들어간다면 최소 60점대는 돼야 가능성 큰데, 아무리 행복 회로를 돌려봐도, 3~4년 후라 쳐도 30점대를 벗어나기 쉽지 않으니까.
#전세난민 #2016년결혼 #상대적박탈감정모 씨(30대/서울 문정동 전세): 빚을 내서 신혼집을 충분히 살 여력이 있었는데, 그 때 몇 천만 원 더 주고 샀더라면. 2년 뒤 (전세) 나올 때 7억~8억 정도였으니 들어갈 때보다 두 배 이상 올랐거든요. 빚을 제하더라도 그 집 팔아 다음 집, 또 다음 집도 살 수 있었을텐데.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나 계단이 될 수 있었는데, 그걸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순간의 선택이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는 데 대한 분노는 없으세요?
정씨: 분노보다는 우울감이 굉장히 심하고요. 주변에 집 사서 성공한 사람들 얘기 들으면, 상대적 박탈감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 부모님이 지원을 해 줘서 집을 산 사람들은 지금 더 비싼 집을 자산으로 갖고 있으니까. 부의 대물림이 계속 이뤄지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네요.
기자: 곧 전세 만기 다가오시는데 어떻게 할 계획이세요?
정씨: 지금 집 주인 아들이 결혼한다고, 계약 연장 안하기로 한 상황이고요. 또 다른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물량도 많이 줄고 가격이 너무 올라서 걱정입니다.
#인서울 #경기도민의꿈이모 씨(30대/경기도 수원시 전세): 한번 서울에서 빠져나오면 재입성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면 집값이 계속 오르는데 소득이 못 따라가니까.
#영끌 #실수요자 #죄인취급A씨(30대/서울 답십리동 자가): 2018년 11월에 33평을 8억9천만 원에 샀어요. 3억5천까지 대출 받아서요. 30년 상환이니까 저축을 따로 하지 않고 대출금 갚는 걸 저축 개념으로 생각했어요.
취재하면서 만난 '청약포기족'부터 '유주택자'까지, 30대가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상대적 박탈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박탈감은 더 빨리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조급증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0억원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폭주하는 부동산 급행열차, 그 종착역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