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n번방 사건은 주범 조주빈 같은 운영자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많은 유료회원, 소위 '관람자'가 있습니다.
범죄 영상을 고의로 공유한 이상 전원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셉니다.
하지만 온라인은 '돈만 내고 조용히 영상만 봤다', '처벌은 과하다'는 식의 주장도 나옵니다.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범죄로 규정할 근거들, 따져봤습니다.
[앵커]
이가혁 기자, 경찰과 검찰이 '가담자 전체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이제 밝혔는데 그런데 문제는 이른바 '관전자'들이 '나는 그냥 보기만 했다,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이렇게 문제를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 보면, 소위 '관전자'들도 형법상 방조죄에 해당합니다.
적용 대상이라는 게 명확하게 분석이 되는데요.
범죄라는 걸 알면서도 이걸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적인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범행 도구나 장소를 제공하는 물질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범인이 범행을 꼭 저질러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부추기는 행위 등도 정신적인 방조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러면 실제 n번방에서 어땠는지를, 그동안 취재된 내용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텔레그램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이 방에서 벌어진 범죄행위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비밀을 준수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 적힌 공지사항을 확인해야 했고요.
또 운영자들은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를 하고 있는 사실을 그냥 알리는 걸 넘어서 수시로 과시했습니다.
또 유료 회원방에 입장하기 위해서 낸 수십만 원 입장료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방 유지비' 격으로 추가 금액을 내기도 했습니다.
또, 운영자들이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배포하기 전에 이렇게 '원하냐'는 식으로 예고 메시지를 올리면 적극적으로 '원한다'는 답변을 하면서 호응하기도 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운영자를 추앙하는 분위기까지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검찰이 구체적으로 개인별로 입증을 해서 방조 행위로 판단을 하면 자칭 '관전자'들도 상당수 방조범, 나아가서는 교사범이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질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나는 정말 아무런 댓글도 안 달고, 조용히 올라오는 동영상을 보기만 했다'라거나 아니면 앞서 말한 그런 입증이 좀 어려운 경우가 있다면 어떤가요?
[기자]
그런데 n번방에 공유된 사진이나 영상이 아주 구체적이고 악질적인 범죄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이게 중요합니다.
우선 미성년자 피해자가 등장하는 영상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 여성 74명 중에 16명이 미성년자이고, 이건 더 늘어날 수가 있습니다.
이런 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이 공유된 대화방 참가자들은 '청소년 성보호법상 소지죄' 적용이 가능합니다.
소지죄로 법정에 선 피고인들은 보통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건지 몰랐다' 이런 식으로 주장을 하는데요.
n번방의 경우는 운영자들은 영상을 올릴 때 피해자의 학생증이나 주민증까지 올렸습니다.
또 영상 속 피해인물이 미성년자임을 일부러 알리기도 했기 때문에 이 대화 참가자들은 알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또,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라온 영상은 터치 한 번으로 다른 사람에게 간단하게 공유할 수 있고요.
또 이 대화방을 마치 저장장소처럼 그대로 보관한 채 계속 동영상을 반복 재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 시청'을 넘어서 '소지'라고 보기에도 충분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미성년자 영상이면 소지만 해도 처벌한다, 그러면 성인 여성이 피해자인 영상인 경우에는 좀 다르게 적용이 됩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성인이 피해자인 불법 촬영물은 소지나 시청만으로는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관련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성 착취 동영상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돼야 하는 이유,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미성년자를 유인해서 불법 영상을 얻어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해서 협박을 하거나 성행위를 강요하는 추가범행의 위험성이 크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n번방 사건 생각해보시면 바로 헌재가 언급한 이런 위협이 성인 여성에게도 똑같이 반복이 됐습니다.
본인 의사에 반해서 유포되는 불법 촬영물에 대해서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처럼 소지해서 보는 사람도 처벌한다, 이런 법이 이틀 전에 발의가 된 상태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