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전년 대비 5% 인상하고 사용처도 대폭 확대했다. 〈사진=연합뉴스〉
「"추석 민생안정 대책에서 발표된 전통시장 소비 촉진 온누리 상품권 발행 확대 동행 축제 할인 행사 등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수출에 비해 국내 소비 회복이 더딥니다. 우리 대기업들이 올 추석 명절에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해서 상생과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이 협조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8월 29일, 윤석열 대통령 국정브리핑)
」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명절을 맞아 대기업들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첫 할인 판매가 시작된 지난 2일,
'온누리상품권 재고 소진'
시민들이 이른바 '오픈런'을 하면서 은행마다 재고가 없다는 문구가 붙었습니다.
'온누리상품권 재고소진' 안내가 붙은 지역 새마을금고.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렇다보니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예산 3514억 원을 투입해 5조원 어치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액면가 대비 지류형(종이)은 10%, 카드나 모바일은 15%를 할인해 준다는 말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이달 2일부터 사흘 간 약 4000억원 치가 팔렸고, 1조 원 규모의 2차 판매가 진행된 9일엔 수도권에서만 하루에 3000억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정부는 할인율을 지난해보다 5% 높였고, 사용할 수 있는 곳도 늘렸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시장 상인들 간의 온도차가 있습니다.
사용처, 지역상품권과의 비교, 상품권 강매 논란 등 말이 많습니다.
JTBC 팩트체크팀이 온누리상품권의 실효성, 확인해 봤습니다.
한국국제경제학회가 2022년 소상공인진흥공단에 제출한 '온누리상품권 경제적 효과 분석 및 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상품권 판매로 점포들의 하루 평균 매출액이 13.4~24.9% 증가(2020년 기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기준 전국 1728개 전통시장과 상점가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인한 매출액은 약 5조 원으로, 발행액 4조 원보다 1조 원 가량 추가 소비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노량진수산물시장에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 환급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중 타시장이나 구매처 등에서 전통시장으로의 소비 이전액이 5600억 원, 4400억 원은 기존 전통시장 이용자들의 소비 증가분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용역으로 작성된 온누리상품권의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 분석 논문에선 상품권 사용의 효과를 올리고 지속시키려면 '상인회 활성화를 통한 가맹점 확대, 개인구매고객의 1인당 구매 한도액을 상향, 상품권 보유와 사용 확대 방안 적극 개발'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9년간 정부는 논문에서 지적한 대로 필요한 추가 조치들을 이어왔고, 그에 따른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과 상점가 전체 매출액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은 대체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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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흥신소ㆍ점집 사용도 소비 진작과 전통시장 살리기다?
좀 더 깊게 들어가 보겠습니다. 정부는 상품권 사용처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지난 3일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 가맹 제한 업종을 대폭 완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까지 온누리상품권 사용할 수 없는 업종이 40종이었는데, 28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부터 사용 가능한 업종은 아래와 같습니다.
'교육서비스업(입시학원 제외)ㆍ담배 중개업ㆍ담배도매업ㆍ잎담배 도매업ㆍ모피 제품 도매업ㆍ법무 관련 서비스업ㆍ회계 및 세무 관련 서비스업ㆍ수의업ㆍ탐정 및 조사 서비스업ㆍ보건업ㆍ골프장 운영업ㆍ노래연습장 운영업ㆍ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눈에 띄는 업종들이 있습니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탐정 및 조사 서비스업, 골프연습장과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입니다.
민형사소송과 세금, 회계 문제 해결을 위해 선임하는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
이른바 흥신소로 불리는 곳도 일정 요건만 갖추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점술은 이른바 철학관이나, 점집 등이 포함됩니다.
온누리상품권은 상품권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겐 액면가보다 최대 15%까지 할인해서 팔고, 상인들이 상품권을 현금화할 땐 세금으로 보전한 돈을 포함해 100%를 채워 지급합니다.
다시 말해 10만원이면 1만5천원, 100만원이면 15만원, 200만원이면 30만원을 세금으로 대신 내주는 겁니다.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전통시장 혹은 상점가 내에 있는 경우로 제한했다지만 시장 활성화나 내수 진작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올해부터 온누리상품권 사용 가능해진 12개 업종 〈출처 : 소상공인진흥공단 홈페이지〉
중소벤처기업부에 점집이나 흥신소, 변호사 사무실 등이 포함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중소벤처부 관계자는 “상인회의 요구를 종합적으로 반영했으며 사람들을 모으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상인들의 평가엔 차이가 있었습니다.
”사용처를 넓혀서 시장 상인들 실망이 크다. 전통시장을 위해서라는 목적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 시민들이야 좋겠지만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다“ (김영오 대구시상인연합회장)”온누리상품권 쓸 수 있는 데가 많아졌더라. 너무 말도 안 되는 데가 많은데 병원이 소상공인인가. 노래방에서 써도 된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건 그냥 '나라상품권'이지 소상공인 살리겠다는 온누리상품권이 아니다“(인천 부평 전통시장 과일가게 K 사장)”취지에 안 맞다고 생각한다. 상품권 발행한 게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인가? 그렇다면 상인들에게 이익을 줘야지 맞는 거 아닌가” (광주 양동시장 건어물가게 Y사장)다시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를 확대한 명확한 근거를 요구했습니다.
중기부에선 의견수렴 외에 구체적인 조사나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등은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에는 1389개의 전통시장과 423개의 상점가(현대식 시장)가 있습니다.
이 곳의 점포 28만 4000여 개 중 사용이 가능해진 12개 업종 점포가 몇 곳이고, 이들로 어떤 효과가 예상되는지에 대한 분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사용 업종 확대가 시장 활성화나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건 근거가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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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상품권 사용이 전통시장 상인의 수입을 늘린다?
온누리상품권 사용액 중 전통시장 상인 매출과 무관한 곳으로 지출되는 비율이 적지 않습니다.
2020년 3만285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상품권 주요 사용처로 '전통시장 및 상점가 방문'을 택한 응답자는 54%에 그쳤습니다.
'식료품/생활용품 구매'가 34.4%, 식사(5.8%), 가족ㆍ지인 선물(3.7%), 의복ㆍ미용(2.2%)이 뒤를 이었습니다.
시장 내 마트나 편의점, 브랜드 체인점 등에서도 상품권 사용이 가능해 20~30대에선 '식료품/생활용품 구매'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출처 : '온누리상품권 경제적 효과 분석 및 제도 개선방안 연구'(2022년 11월, 한국국제경제학회)
2021~2023년까지 3년간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유통된 온누리상품권은 84억 원에 달했습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통시장 내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아리따움, 파리바게뜨 등 모두 19곳, 사용 가능한 매장 수는 총 953개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에 부정유통 문제도 있습니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올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건수는 235건, 부정유통액은 539억 원에 달했습니다.
시장 상인들의 주머니로 들어가야 할 이익에 누수가 있는 겁니다.
결국 앞서 확인한 것처럼 전통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실제 수입이 증가한다는 측면에선 절반의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자료조사·취재지원 이채리 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