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만원 씨가 줄기차게 왜곡해 주장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5·18 민주화운동 때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군, '광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명백한 허위라는 것이 이미 여러 차례 걸쳐 확인됐지만, 최근 정치권의 도움으로 다시 확대재생산되는 모습입니다. 지 씨에게 광수로 지목된 이들은 "수십 년째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라면서 울분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정해성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딸이 5살 때 아버지가 북으로 떠났습니다.
6·25 전쟁 1년 전인 1949년.
표무원 당시 국군 소령이 월북했고, 이후 남쪽에 남은 가족들은 숨죽여 살아야 했습니다.
연좌제라는 낙인이 찍혀서 누군가 항상 감시했고.
[표무원 씨 딸 : (안기부 직원이) 내 뒤를 1년을 따라다녔대요. 내 뒤를. 누구 딸인 걸 알고는]
남산 인근으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붙잡혀 있었던 24시간 내내, 딸은 '빨갱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70년 동안 감췄던 아버지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 든 것은 지만원 씨였습니다.
지 씨가 5·18 시민군을 자신의 아버지라고 지목한 것입니다.
월북자라는 이유만으로 광주에 투입된 북한특수군 '광수 234호'로 둔갑시켰습니다.
[표무원 씨 딸 : 희한하다… 어떻게 이렇게 사실이 아닌 게 나올 수 있나]
취재진이 직접 전문가에게 얼굴 분석을 의뢰했는데 황당하다는 반응부터 나옵니다.
[최창석/명지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 성형수술을 해도 이렇게 성형수술 하긴 어렵거든요.]
광주 5·18 당시 시민군을 찾아갔습니다.
'184번 광수'로 지목된 곽희성 씨.
39년이 지났지만 사회는 바뀐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곽희성/5·18 당시 시민군 : 손가락질이나 이런 말에 휘둘릴까 하는 생각에 마음도 굉장히 아프고. 영령들 보면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도 미안한 감이 계속 밀려와요. 난 할 것은 했는데. 또 우리 자식들한테 떳떳했는데.]
'42번 광수'로 지목된 김규식 씨는 요즘, 건물 옥상에서 철심 박힌 곤봉으로 맞았던 그때가 자꾸 떠오른다고 합니다.
[김규식/5·18 당시 시민군 : 지만원이야 원래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지만. 그걸 보고 맞다고 해주는 사람들은 또 어떤 사람들이냐…]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극우 세력의 지지로 '북한군 침투설' 등 5·18 망언은 국회 공청회장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시민들은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냈지만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