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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미 투(Me, too)'.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

입력 2018-04-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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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미 투(Me, too)'.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미투' 목소리가 나온 곳은 주로 문화계와 정치권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반 회사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은 직장에서도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방송국으로 미투 관련 제보가 쏟아졌지만 취업준비생들의 제보는 없었습니다.

취업난 속에 청년 구직자들은 우리 사회의 '슈퍼 을'이 되어버렸지만, 소속된 곳이 없으니 성폭력 안전지대에 있는 걸까요. 과연 그럴까요. 

 
[취재설명서] '미 투(Me, too)'.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


한 구직 공고사이트에서 취업 면접 때 10명 중 7명이 갑질에 시달리지만, 꾹 참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이런 의심은 더 깊어졌습니다.

취재가 쉽지 않았습니다. 면접 중 성희롱을 당했다는 익명 글들은 인터넷에도 꽤 올라왔지만 아무도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았습니다. 어렵사리 한 피해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당일 날 아침, 약속 장소를 확정하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피해자가 받지 않았습니다. 이틀 전 밤까지만 해도 연락이 계속 됐기 때문에 잠깐 통화가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번의 전화와 문자에도 답이 없었습니다. 만나기로 한 지역에 가서 계속 기다렸습니다. 약속 시간 직전, 메신저가 왔습니다. "미안하지만 못하겠다. 부담스럽다". 그 후론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면접 때 성희롱 당해도 신고 못하죠. 신고자가 누군지 100% 알 거고, 수습 기간에 해고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 회사에 안 다닌다고 해도, 업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취재설명서] '미 투(Me, too)'.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

[취재설명서] '미 투(Me, too)'.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


마침내 용기를 낸 다른 피해자들에게서 왜 취업준비생들이 유독 '미투'를 꺼리는지 그 이유를 들었습니다. 같은 직장 직원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서 제대로 처벌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가해자가 유명인이 아니라 일반인이라서 오히려 드러내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들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취재설명서] '미 투(Me, too)'.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


아르바이트생이나 인턴도 성폭력에 시달렸습니다. 20대 남성 A씨는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여성인 사장과 매니저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성기 크기에 대해서 묻고, 성관계에 대해서 묻고. 내가 그걸 왜 대답해야하느냐고 해도 무시하고 계속 그랬어요. 몸도 만지고…"

처음으로 성희롱을 당했던 날, A씨는 해고될까봐 항의를 못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상대방은 A씨를 무고죄와 사기미수죄로 맞고소했습니다. A씨 혼자 힘으로 법적 다툼을 1년 동안 벌였습니다.

"상대방은 변호사까지 선임했더라고요. 입닫고 살아야 하나.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하는게 잘못된 것이었나 내내 생각했어요."

그나마 매니저가 했던 성희롱은 그날 함께 있던 다른 직원이 증언해줬습니다. 하지만 사장과 둘만 있을 때 당한 추행은 입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매니저만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고, 사장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이 났습니다. A씨는 허탈해 했습니다. 

 
[취재설명서] '미 투(Me, too)'.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

1년 넘게 고생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신고를 안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성희롱 피해가 입증된 것만으로도 기뻐요. 정말 힘들었는데 제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미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 다무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란 것을 우리 사회가 청춘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셈입니다.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대부분인 약한 처벌도 청년들이 '미투할 용기'를 꺾습니다.

용기를 쥐어짜서 내놓은 청년들의 '미투' 발언에 정부와 국회, 사법부가 '위투', "우리도 나서겠다"고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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