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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팽목항과의 작별…"아이들이 많이 운 것 같아"

입력 2017-03-31 07:19

다윤·은화 엄마 세월호 배웅하러 또 다시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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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윤·은화 엄마 세월호 배웅하러 또 다시 바다로

비 내리는 팽목항과의 작별…"아이들이 많이 운 것 같아"


"아이들이 많이 운 것 같아서."

세월호가 최종 목적지인 목포신항으로 '마지막 항해'에 나서는 31일 오전 5시께.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또 다시 비가 내렸다.

동이 트지 않아 사방이 컴컴한 이른 새벽, 단원고 고(故)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와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떠날 채비를 했다. 3년 만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와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굵은 빗줄기를 본 은화 엄마는 "세월호가 올라 올 때도 비가 왔고 떠나는 날도 비가 온다. 엄마들이 현장에 들어갈 때 비가 온다. 아이들이 많이 운 것 같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두 엄마는 세월호 팽목 분향소로 향했다. 그 곳에서 사진 없는 9개의 영정을 챙겼다.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영정이었다.

'세월호에 아직 다윤이가 있습니다', '세월호에 아직 은화가 있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두 엄마는 영정을 정성스럽게 닦아 준비한 상자에 하나하나 담았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딸 친구와 은사들의 영정 사진을 말없이 바라보던 은화 엄마는 "친구들아, 선생님들, 9명이 가족 품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빌었다.

다윤 엄마가 눈물을 보이자 "울지 마세요. 다윤이 찾으러 가는 거예요. 우리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라고 다독였다.

두 엄마는 팽목항을 떠나기 전 "우리 같은 사람이 없길" 소원했다.

또 "이제 시작"이라며 "목포신항에 (세월호를)올리는 작업이 남아 있다. 작업이 잘 되길, 일하는 분들이 안전하게 작업하길,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이 모두 유가족이 될 수 있길" 기도했다.

은화 엄마는 "우리 같이 아픈 사람이 두 번 다시 없기를 바란다. 이게 세월호의 아이들이 주는 교훈"이라며 "그래야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로 인해 아파하고 슬퍼하고 눈물 흘리고 함께 했던 많은 엄마와 아빠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며 살길 바란다. 저는 우리 은화한테 밥 한 번을 못 해주고 한 번을 안아줄 수 없다"고도 했다.

진도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은화 엄마는 "정말 감사하다. 아이를 찾아 데려가서 수습되면 나중에 다윤이 엄마와 다시 내려와서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분향소를 나온 두 엄마는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아내 유백형씨 등과 함께 차를 타고 서망항으로 향했다. 그새 빗줄기는 더 굵어져 있었다.

해양수산부가 준비한 배를 탄 이들은 세월호가 있는 바다로 다시 출발했다. 딸에게 줄 노란 목도리와 눈사람 인형이 담긴 상자를 든 다윤이 엄마는 "아이 데리러 갔다 올게요"라는 말을 남겼다.

두 엄마는 배를 타고 세월호가 목포신항까지 옮겨지는 모습을 지켜볼 예정이다. 나머지 가족들은 이날 오전 차를 타고 목포신항으로 이동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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