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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도 리스크, 기후변화 대응도 리스크

입력 2024-07-15 08:01 수정 2024-07-15 11:0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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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44)

뜨거운 6월을 지나 찜통더위와 호우가 번갈아 찾아오는 7월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은 지구 차원에서 '역대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됐습니다. '더는 놀랍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우리 지구는 13개월 연속으로 '역대 최고 월 평균기온'을 기록 중이니까요. 기후변화에 따른 고온 현상은 이제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일상, 이른바 '뉴 노멀'이 됐습니다.

'역대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된 2023년이 지나고, 2024년은 새해 벽두부터 2023년의 기온을 웃도는 나날들이 이어졌습니다. 7월에 접어들고 나서야 기온의 상승세가 소폭 꺾이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됐죠. 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12개월(2023년 7월~2024년 6월)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1.64℃ 높다”고 밝혔습니다.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인 1.5℃가 깨진 것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도 리스크, 기후변화 대응도 리스크
지구의 기온이 이 선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은 앞서 이미 나온 바 있습니다. 2021년부터 워킹그룹별로 공개된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6차 평가보고서에선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는 경우(SSP5-8.5 시나리오), 지구 평균기온이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산업화 이전 평균 대비 1.6℃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었습니다. 실제, 전 지구 차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그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았고, 195개국 과학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한 이 전망은 현실이 된 셈입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상청은 2024년 6월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3℃ 높은 22.7℃로, 전국 단위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구가 역대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된 2023년과 비교했을 때에도 0.4℃ 높은 수준입니다. 평균최고기온은 28.4℃로 평년 대비 1.7℃나 높았고, 지난해보다도 0.9℃ 높았습니다. 6월 상순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 동쪽 상공에 머문 찬 공기의 영향으로 기온이 높지 않았지만, 중순부터 강한 햇볕에 기온이 높아지다 중국 대륙에서 달궈진 따뜻한 공기가 서풍을 타고 유입된 것입니다.

특히, 정읍(6월 19일 37.5℃), 강원 정선(6월 19일 37.4℃), 광주(6월 19일 37.2℃), 경북 의성(6월 19일 37.1℃), 경남 의령(6월 13일 36.9℃), 충남 금산(6월 19일 36.7℃), 대전과 경북 청송(6월 19일 36.6℃), 전주(6월 19일 36.5℃), 청주(6월 19일 36.3℃), 전북 고창 및 순창(6월 19일 36.2℃), 철원(6월 20일 35.8℃), 원주(6월 19일 35.6℃)등 전국 주요 관측지점 62곳 중 26곳에서 6월 일최고기온 최고기록이 새로 경신됐습니다. 또, 역대 최고기록은 아니더라도, 경남 함양(6월 19일 36.6℃, 역대 2위), 경남 합천(6월 19일 36.5℃, 역대 2위), 서울(6월 19일 35.8℃, 역대 4위), 상주(6월 19일 35.5℃, 역대 5위), 춘천(6월 20일 35.2℃, 역대 5위) 등 각지에서 '역대급 더위'가 기록됐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도 리스크, 기후변화 대응도 리스크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전국 평균 폭염일수 또한 2.8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6월 평년 수준(0.7일)을 넘어, 지난해 6월의 0.9일의 3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대전 6일, 강릉 5일, 서울 4일 등 전국 총 52곳의 관측 지점에서 폭염일수가 기록됐습니다.

6월을 뜨겁게 달군 햇볕에 일조시간은 무려 247.3시간을 기록하며 역대 2위에 올랐습니다. 6월 평년(1991~2020년 평균) 일조시간인 185.1시간보다 33.6% 많았고, 지난해 6월(215.5시간)보다도 31.8시간 길었습니다. 긴 일조시간은 곧, 적은 강수일수로 이어집니다. 6월 19일 제주를 시작으로 장마가 시작됐음에도 6월 전국 평균 강수일수는 7.4일로 평년(9.9일)뿐 아니라 지난해(11.2일)보다도 짧아, 역대 최저 5위를 기록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도 리스크, 기후변화 대응도 리스크
한편, 평균기온 역대 최고 1위, 일조시간 역대 최장 2위, 강수일수 역대 최저 5위라는 덥고 마른 6월의 기록이 무색하게, 올해도 장마는 여전히 매서운 장대비를 쏟아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3명이 목숨을 잃었고, 1명이 실종됐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장마라더니 비 오는 날보다 안 온 날이 더 많은 것 같은데?'라고 느낄 수도 있는 장마였습니다. 들쑥날쑥했던 도깨비 장마는 정부나 지자체를 넘어 개인의 대비, 대응마저도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 이번에도 곳곳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번 장마의 시작은 6월 19일, 제주에서부터였습니다. 7월 10일까지의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총 6차 강수로 나눠볼 수 있을 만큼 비는 오락가락했습니다. 6월 19~21일 나흘간의 1차 강수 기간, 비는 제주에 집중됐습니다. 일 강수량 기준으로 보면, 20일 하루에만 많은 비가 집중됐을 뿐, 그 전후로는 그리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앞서 이웃 나라에선 장마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던 터라 모두가 긴장했었지만, 장마의 시작점이었던 1차 강수는 그 긴장감을 느슨하게 만들 만큼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도 리스크, 기후변화 대응도 리스크
제주와 일부 남해안 지역에만 비를 뿌렸던 1차 강수와 달리, 6월 22일 다시 쏟아진 2차 강수는 전국 각지에 비를 뿌려댔습니다. 이날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진 곳은 경기 남부였죠. 남쪽부터 점차 시차를 두고 북상하는 장마전선과 그에 따라 남쪽부터 차츰 많아지는 강수량에 익숙한 우리의 생각과 달리, 남부지방뿐 아니라 중부지방에도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22일의 강한 비는 다음날부터 빠르게 잦아들었고, 이내 전국에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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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3차 강수가 시작됐고 비는 제주에만 집중됐습니다. 강수량 자체는 100mm를 넘기지 않았고, 바로 다음 날인 28일엔 강수가 기록된 남부지방에서조차 매우 적은 양의 빗방울이 떨어졌을 뿐이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도 리스크, 기후변화 대응도 리스크
그런데 6월 29일, 이번엔 남부지방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 비가 내렸습니다. 4차 강수입니다. 제주 산지엔 하루새 240mm 넘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전남 일대에도 100mm 넘는 세찬 비가 내렸습니다. 강수 강도 또한 거셌습니다. 제주엔 곳에 따라 시간당 60~80mm에 달하는 비가, 전남엔 곳에 따라 40mm 넘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30일엔 빗방울의 굵기가 조금 약해졌지만, 여전히 전국 각지에 비가 내렸고, 7월 1일이 되자 일부 남해안 지방을 제외하고는 비 구경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시 비가 그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도 리스크, 기후변화 대응도 리스크
7월 2일 5차 강수는 다시금 전국에 비를 뿌렸습니다. 이번엔 수도권과 충청권에 많은 비가 집중됐습니다. 반대로 남해안과 제주엔 큰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좁은 한반도 안에서 비는 오락가락했고, 강수가 집중된 지역 또한 남부에서 중부로, 중부에서 남부로 뒤바뀌었습니다. 그리고 7월 4일, 수도권과 충남, 강원 북부를 제외한 전국엔 또 다시 비가 내리지 않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게 됐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도 리스크, 기후변화 대응도 리스크
7월 5일, 이번엔 전국에 하루새 10~20mm 사이의 약한 비가 내렸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다시금 '호우가 찾아온다더니 우산을 챙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헷갈릴 만큼 적은 비가 온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올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긴장이 느슨해지다 7월 7일, 갑자기 한반도를 좌우로 가로지르는 비구름대에 일부 지역에만 엄청난 양의 비가 집중됐습니다. 충남과 충북으로 이어진 좁은 띠와 같은 지역엔 120mm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띠의 폭은 10km 안팎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충주시라고 해도 수안보면엔 120mm 넘는 많은 비가 내렸고, 엄정면엔 10mm 안팎의 비가 내렸을 정도였죠.

이후 7월 10일에 이르기까지 장장 나흘 동안 이러한 좁고 긴 강수폭은 한반도 위아래를 오르내리며 좁은 구역에 많은 비를 퍼부었습니다. 8일, 충북 남부와 경북 내륙엔 200mm 넘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 지역이 호우로 정신없는 사이, 그리 멀지 않은 전남과 경남권 일대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이 띠는 전북, 그리고 경북과 경남의 경계로 내려왔고, 180~190mm의 많은 비가 이 지역에 걸쳐 내렸습니다. 그리고 10일, 이 띠는 다시 북쪽으로 자리를 옮겨 충남 남부와 전북 북부 일대에 200mm 넘는 비를 퍼부었습니다. 이날 군산엔 시간당 131.7mm에 달하는 역대 최대 수준의 강한 비가 쏟아졌고, 군산의 어청도 관측 장비엔 무려 시간당 146mm의 강수가 기록됐습니다. 이 밖에 전북 익산 함라(시간당 125.5mm), 충남 서천(시간당 111.5mm), 충남 부여 양화(시간당 106mm) 등 좁은 구역 내에 강한 비가 집중됐고, 이는 곧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도 리스크, 기후변화 대응도 리스크
이처럼 올해에도 장마 기간 비는 도깨비처럼 오다 그치다를 반복하고, 그렇게 비가 내리는 지역조차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습니다. 또한 이번에도 어김없이 밤사이 취약 시간에 집중된 비는 우리의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낮 시간엔 높은 기온으로 인해 수증기가 그대로 구름의 상태를 유지하며 하늘에 떠 있었지만, 일몰과 함께 기온이 낮아지면서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수증기는 빗방울이 되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도 리스크, 기후변화 대응도 리스크
이렇게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10일까지 전국에 내린 비는 평균 285.6mm로, 평년보다 크게 많았습니다. 특히 중부지방, 올해엔 충청권에 많은 비가 집중돼 전국 평균을 끌어올렸습니다. 중부지방의 평균 누적 강수량은 275.5mm로, 평년(127.8mm)의 배를 넘었습니다. 그중 충청권엔 무려 396.3mm에 달하는, 평년의 3.2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내린 양은 3.2배에 달했는데, 강수일수는 9.6일로 전라권(11.5일)이나 경상권(11일)보다도 적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비가 집중된 것입니다.

10일까지 이어진 비는 11일 돌연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전국적인 찜통더위가 본격화하기 시작했고요.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에너지전환과 RE100 등의 움직임이 우리의 산업 경쟁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현재 얼마나 심각한 위기 상황인지 지난 수 주간의 연재를 통해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장의 기후변화 그 자체 또한 심각한 위기라는 점입니다. 아시아는, 동북아시아는, 한반도는… 기후변화의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도리어 지구 평균을 상회하는 심각한 온난화를 겪고 있는 취약지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의 두 축인 감축과 적응에 있어, 어디에 더 우선순위를 둘 것 없이 모두 전력을 다해 정부도, 시민사회도, 산업계도 노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라는 부제로 2019년 11월 이래 연재를 이어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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