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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사진 있을까 싶어 왔어"…미공개 사진 출판회 찾은 오월의 어머니

입력 2024-01-25 16:08 수정 2024-01-25 18:49

[취재 뒷 이야기] 우연히 들은 대화 한 토막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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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이야기] 우연히 들은 대화 한 토막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우리 애기 사진 있을까 싶어서 왔제, 근데 없다야"

"형님 애기 사진이 여기 있겄소, 찾기 어렵제"


어제 오후 광주 전일빌딩245에서는 5·18 미공개 사진 공개하고 그동안 나왔던 사진을 일자 별로 정리한 도록을 출판했습니다.

이 출판기념회에선 당시 타임즈 기자였던 로빈 모이어의 컬러 사진들도 공개됐는데요. 충격적인 사진들 속에서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기자는 뒤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한 마디에 왈칵 눈물을 쏟았습니다.

너무나 처참하게 훼손돼 차마 기사에 싣지도 못합니다. 1980년 5월 27일 로빈 기자가 전남도청에 처음 들어갔을 때 입구에 있었던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씨의 시신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로빈 모이어 기자가 1980년 5월 23일 새벽에 찍은 화순 너릿재 터널 앞 사진.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

로빈 모이어 기자가 1980년 5월 23일 새벽에 찍은 화순 너릿재 터널 앞 사진.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

패트릭 쇼벨 기자가 1980년 5월 27일 찍은 꼬마 상주 사진.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

패트릭 쇼벨 기자가 1980년 5월 27일 찍은 꼬마 상주 사진.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


이 밖에도 프랑스와 로숑 기자가 찍은 '꼬마 상주'의 모습이 다른 각도에서 찍힌 또 다른 사진들도 세상에 나왔습니다. 독일 퀵 지에 실려 전 세계에 광주의 참혹한 현실을 알린 꼬마 상주 조천호 씨의 사진은 29일 망월동 묘역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는 데, 이 각도의 사진을 통해 26일 광주 상무관에서 촬영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렇듯 공개된 사진을 통해 정교한 역사적 진실들이 드러나고 또 맞춰지고 있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행사장을 빠져 나와 탄 엘리베이터에서 기자는 우연히 80년 5월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의 대화를 엿듣게 됐습니다.


"우리 애기 사진 있을까 싶어서 왔제, 근데 없다야"
"형님 애기 사진이 여기 있겄소, 찾기 어렵제"

어머니들은 혹시나 자식이 찍힌 사진이 있을까 이 곳을 찾았고 이런 헛걸음이 별 일이 아니라는 듯 행사장을 빠져나가셨습니다.

어머니들의 말과 뒷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 다시 도록을 펼쳤습니다. 사진 속에 관을 안고 통곡하던 마흔의 어머니들은 팔순이 넘는 노인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이들은 아들을 그리워하고, 아들을 찾아나서고 있었습니다.

1980년 5월 23일 로빈 모이어 기자가 촬영한 전남도청 내 안치된 사망자 관을 정리하는 유족과 시민.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

1980년 5월 23일 로빈 모이어 기자가 촬영한 전남도청 내 안치된 사망자 관을 정리하는 유족과 시민.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


이렇게 살아서 아파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옆에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5·18민주항쟁을 왜곡하고, 폄하하려는 이들은 부끄러움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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