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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8시간, 5번 바뀐 입...이재명 구속 여부 가를 변수

입력 2023-09-14 06:00 수정 2023-09-1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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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 50분.'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일과 12일 이틀 동안 수원지검에서 조사받은 시간입니다. 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 송금 관련해서입니다. 혐의는 다소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단식 투쟁하는 이 대표 건강 때문에 2차례 나눠 조사했습니다. 조사 2시간마다 10분 주는 휴식 시간을 1시간 40분 조사 뒤 '20분 휴식'으로 늘렸습니다. 검찰은 소금을 따로 준비했습니다.

1차 조사에서 이 대표는 조서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2차 조사에서도 1차 조서에 끝내 서명하지 않고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9시간 50분 가운데 1차 조사 분량 '8시간'이 삭제됐습니다. 치열한 수 싸움과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이화영에게 책임 넘긴 이재명

이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의 배후라는 혐의를 받습니다. 쌍방울은 지난 2019년 북한에 약 100억 원을 보냈습니다. 경기도가 북한에 세우려던 스마트팜(협동농장) 비용과 이 대표 방북 비용으로 의심받습니다. 이런 사업을 추진하던 인물, 이 대표 측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입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에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받고 있습니다.

이 대표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합니다. 협동 농장 추진했고 방북하려 했지만 쌍방울에 돈을 대신 내게 한 적 없다고 반박합니다. 이 대표 측 박균택 변호사는 12일 "방북하고 싶어했다는 증거는 있지만 돈을 대납하게 했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하려고 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11월 27일 경기도 공문. 독자 제공

2019년 11월 27일 경기도 공문. 독자 제공


논란이 된 이 대표 직인이 찍힌 '방북 초청 요청' 공문에 대해서도 해명합니다. “운전 면허증에 경찰청장 직인이 찍혀있다고 해서 청장이 저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해준 사실을 알겠느냐”고 말합니다. 이 대표 직인이 찍혔지만 이 대표는 몰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아랫사람에게 위임했고 전결권에 따라 서명하면 관인은 저절로 찍히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아랫사람' 바로 이화영 부지사입니다.

박 변호사는 “부지사 전결이라고 분명히 찍혀 있기 때문에 부지사가 최종 결정자"라고 말합니다. 이화영 책임이라는 겁니다.
 

쌍방울과 관련된 건 모두 이화영 책임?

이 대표 측 박 변호사는 '이재명과 쌍방울은 관계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때도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모든 책임을 넘깁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고는 이 전 부지사를 언급합니다. "이화영 씨의 소개가 있었음에도 (이 대표가) 한 번도 거기에 대해서 접촉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상대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해 접근 허락을 아예 안 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북한 측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북한 측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이화영 전 부지사가 김 회장 한번 만나보라고 했지만 안 만났고 상대할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이 모시는 도지사가 '상대할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한 인물'과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뇌물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상황입니다. 결국 이 말에 따르면 경기도와 쌍방울이 엮인 모든 문제는 '이화영 책임'입니다.
 

5번째 입장 변화 이화영에 재판부 '또 바뀔라'

이 대표가 2차 조사받던 시각, 옆 건물 수원지법에선 이 전 부지사 재판이 열렸습니다.

애초 '이재명과 이화영은 쌍방울 송금과 관련 없다'고 했다가 '이 대표에게 보고했었다'고 입장 바꿨다가, 다시 아니라고 편지를 썼다가, 얼마 뒤 또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최근 다시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한 적 없다'고 말을 뒤집은 이 전 부지사 재판입니다. 5번째 입장입니다.
 
230907 뉴스룸 캡쳐.

230907 뉴스룸 캡쳐.


왜 이렇게 자꾸 입장을 바꾸는지 그 마음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전 부지사 스스로도 정확히 모를 수 있다는 생각들만큼 진실이 뭔지 알쏭달쏭한 대목입니다.

아무튼 이 전 부지사의 가장 최근 진술은 '이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이 대표를 보호하는 입장입니다. 이 대표 측은 '내가 아니고 이화영 전결 사항이야'라고 이 전 부지사에게 책임을 넘겼습니다. 화살은 이 전 부지사를 향하게 됐습니다. 이 전 부지사가 이대로 '자기 책임'이라고 인정할지 아니면 또 마음이 바뀔지 알 수 없습니다.

오락가락하는 이 전 부지사의 입장 변화에 재판부도 사실상 '신중하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담은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의견이 변동될 수 있다"며 보류했습니다. 말이 또 바뀔 수 있으니 기다려보자는 얘기입니다.
 

검찰 영장 청구서에 담길 '비장의 카드'?

이제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는 마무리 단계입니다. 검찰은 다음 주 이재명 대표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묶어 구속 영장을 청구할 거로 보입니다.

구속은 단지 혐의가 중하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구속 그 자체를 처벌로 생각하지만, 꼭 필요할 때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제도입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을 때입니다.

이 대표, 도주 우려는 없습니다. 거대 야당 대표가 도망갈 이유는 없지요. 백현동 의혹은 관련 증거와 증인들을 이미 검찰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범죄 혐의 액수가 크더라도 구속 수사가 아니라 재판정에서 혐의를 다투면 될 일입니다. 이른바 '공판중심주의'입니다.

대북 송금 사건은 좀 다릅니다. 문제의 '이화영'이 또 키맨으로 등장합니다. 이 전 부지사는 앞서 보신 것처럼 5번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가 다시 불리한 진술로 바꿨다가 그런 뒤 다시 유리한 진술하기를 거듭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 대표 측근들이 이 전 부지사를 면회하거나 가족을 접촉했습니다.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자 이 전 부지사 부인이 재판정에서 '정신 차리라'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진술을 두고 변호인과 공개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모습도 연출했습니다.
 
230808 뉴스룸 캡쳐.

230808 뉴스룸 캡쳐.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말이 자꾸만 바뀌고 외부 인사들이 관여하는 걸 '사법 방해'로 규정했습니다. 진술 증거도 증거입니다. 이러면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틈새를 검찰도 공략하겠지만 그러려면 먼저 국회 체포동의안 절차를 넘어야 합니다. 검찰의 무기는 모두 국회를 넘어서 법원으로 가야 꺼내 들 수 있습니다.
 

법정의 시간, 남은 변수들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감정 다툼과 수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무대는 곧 법정으로 바뀝니다. 이 대표는 '대북 사업과 방북을 진행한 건 맞지만, 비용 대납은 모르는 일'이란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책임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지게 됐습니다. 이 전 부지사가 이 사실을 받아들일지, 이제는 말을 더 바꾸지 않을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8시간 분량 피의자 신문 조서에 이 대표가 서명하지 않는 바람에 이 진술은 재판 자료로 쓰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불리하게 작용할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습니다.

다시 법정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JTBC가 끝까지 친절하고 꼼꼼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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