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젯(29일)밤 누구보다 애탔던 것은 실종자 가족들이었을 겁니다. 현장에서 잃어버린 것으로 보이는 신발과 가방 같은 물건을 품에 안고 밤새 이곳 이태원을 맴돌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년에 결혼을 앞둔 딸을 잃은 아버지는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권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한 블록 떨어진 도로에 구두, 운동화, 가방까지 나뒹굴고 있습니다.
실종자와 사망자가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들을 경찰이 모아 둔 겁니다.
연락을 받고 급히 현장에 온 가족들은, 정확히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어 밤새 마음을 졸였습니다.
여러 병원의 장례식장을 돌아보기도 하고
[실종자 가족 : 전화가…오늘 간다는 얘기만 듣고 전화가 안 돼요. 살았으면 다른 사람들 핸드폰이라도 빌려서 받을 거 아니에요. 지금.]
새벽부터 원효로 실내체육관에 꾸려진 임시 안치소를 찾아 서성거리기도 했습니다.
[사망자 친구 : (친구가)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라서. 이제 CPR을 했는데 너무 늦어서 손쓸 수 없는 단계라고…]
내년 결혼을 앞둔 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예비 사위에게 들은 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이정민/사망자 아버지 : 도저히 납득이 안 돼요. 이거 사고가 왜 났는지. 지금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밤사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에 접수된 실종 신고만 약 3000건.
이가운데 250여명의 사상자 가족들은 밤새 고통을 겪었습니다.
[실종자 어머니 : (키는) 170 정도 될 거야 아마. OO이 주민등록증 가져갔을걸.]
올해 갓 스무살이 된 둘째 딸, 들떠서 나가는 모습이 마냥 예뻐 쥐어준 용돈이 마지막이 됐습니다.
[안연석/사망자 어머니 : 5만원 딱 줬거든요. 달라고 해서. 뭐 말로 표현을 못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