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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1300억 새만금 태양광 둘러싼 '수상한 내막' 감사 착수

입력 2022-10-26 21:44 수정 2022-10-2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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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동아시아 최대의 친환경 메카를 만들겠다며 지난 정권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입니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저희 탐사팀 트리거가 이 사업이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돼 왔는지 들여다봤습니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태양광 사업도 반대해온 사람을 대표에 앉혔습니다. 공사 자재 운반을 특정 업체에 몰아준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감사원도 이 새만금 사업에 대한 본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임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6조원대 사업인 새만금 재생에너지 개발 현장입니다.

그 중 군산시가 맡은 육상태양광 사업은 1300억원대.

지난 2020년 6월 강임준 군산시장이 해당 사업 총책임자로 발탁한 사람은 서모 씨입니다.

서 씨는 군산시가 100억원 출자한 시민발전주식회사 대표이자, 육상·수상태양광, 해상풍력 특수목적법인 대표가 됐습니다.

정작 서씨는 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태양광 사업 반대 운동을 주도해 왔습니다.

[설경민/군산시의회 의원 : 전문인의 자질이 필요한 거고 경험이 필요한 거죠. 시민들은 '무슨 과정이 있었길래 그분이 앉았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서씨는 지금도 군산에서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모 대표 운영 안경점 직원 : {대표님 계세요?} 잠시 나가셨어요.]

지자체 출자 기관 대표는 겸직을 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이를 어긴 겁니다.

[군산시 새만금에너지과 관계자 :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저쪽 것을 그만두든 이쪽 것을 그만두든 해달라고 (서 대표에게 말했는데…)]

이사나 직원에게 고성과 막말을 일삼은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서모 씨/군산육상태양광주식회사 대표 (직원과 대화) : {그건 안 됩니다.} 아니 왜 안 된다고만 해. 끊어, XX. 다 왔으니까. XXXX들.]

[서모 씨/군산육상태양광주식회사 대표 (이사회에서의 대화) : {대한민국에서 이런…} 나도 대한민국에서 당신 같은 교수 처음 봐! 빨리 하자고 그러니까!]

JTBC 취재 결과, 최근 감사원이 해당 사업에 대한 본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감사원이 주목하고 있는 건, 지난해 이 구역 내 도로에 깔린 17만톤 제강슬래그 반입 과정입니다.

제강슬래그는 철강을 만들 때 나오는 찌꺼기로 환경 오염 우려가 제기돼온 자재입니다.

보통 폐기물 전문업체들이 돈을 받고 가져옵니다.

그런데 애초 이 회사가 새만금청에 제출한 실시계획서에선 제강슬래그가 아닌 '순환골재'를 쓰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공사가 설계에 따라 '순환골재'를 쓰기로 정한 겁니다.

그런데 승인 열흘 뒤 공사는 제강슬래그로 바뀌어 시작됐습니다.

이 사실은 이사회는 물론 대주주가 될 한국서부발전에도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김형주/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기술이사 : (제강슬래그로 바뀐 걸) 언론 (기사) 통해 알았습니다. 이사들한테 공유한 것도 없고.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해서 했어야 하는데…]

제강슬래그의 경우 물과 만나면 강알칼리성 용출수가 나올 수 있어 시민단체 반발도 거셌습니다.

서 대표는 이사회에 사후 보고를 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

[서모 씨/군산육상태양광주식회사 대표 (기자와의 통화) : 내가 이사회 보고했다고 했어요, 안 했어요? 추후 보고해도 되고 공사 전에 보고해도 되고…]

또 해당 제강 슬래그는 환경부 인증을 받아 합법적으로 재활용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서 대표는 해당 승인을 받기 넉 달 전, 이미 특정 운반업체와 제강슬래그 공급 협약서를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업체엔 지역구 국회의원 의원 캠프 출신의 청년위원장이 이사로 있습니다.

해당 의원은 서 대표와 평소 사업 관련해 지역 내 공장 유치 방안 등을 논의했을 뿐, 계약에 관여한 바 없단 입장입니다.

[군산 지역구 국회의원 : 정말로 몰랐습니다. 특정 업체를 지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승인을 해준 새만금청은 사업비가 10% 이상 바뀌지 않아, 승인 내용과 다른 자재를 썼어도 법적으론 문제가 없단 입장입니다.

하지만 법인 측엔 환경 문제에 철저히 대비하란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모 씨/군산육상태양광주식회사 대표 : 새만금청도 지금 (제강슬래그 전부) 걷어내라는 거야, 문제가 되니까. 근데 (걷어내면) 내가 배임죄가 돼요. 이제 나 죽으라는 얘기지.]

현재 금감원도 해당 사업에 대한 펀드 발행 신고를 받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를 둘러싼 감사가 착수된 만큼 사업의 위험도가 높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감사원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지난주 본감사에 들어갔고, 12월 중 결론을 내겠단 계획입니다.

(인턴기자 : 나한아)
(VJ : 장지훈 / 영상디자인 : 신재훈·이정회·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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