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9장짜리 유서에 고달팠던 삶을 꾹꾹 눌러 담았던 수원 세 모녀는 떠나는 마지막 길까지 쓸쓸했습니다. 가까운 가족이 없고, 어렵게 찾은 먼 친척도 시신 인수를 포기해 무연고자 장례식을 치르게 됐습니다.
이해선 기자입니다.
[기자]
세 모녀가 떠나고 텅 빈 집.
현관문 앞에 쳐져 있던 폴리스라인도 없어졌고 도시가스 검침원의 안내 메모도 사라졌습니다.
다시 방문한 현장에서는 텅 빈 방안을 소독하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청소업체 대표 : 다른 일보다는 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저희가 더 신경 쓰고…]
이웃 주민들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웃 주민 : 속상하지. 왜 그러냐면 우리도 그 나이 먹었잖아. 좀 안타깝지, 불쌍하고. 아무리 살기가 힘들어도 얼마나 힘들면…]
세 모녀가 떠나는 길.
이마저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먼 친척이 장례를 포기하면서 결국 세 모녀는 무연고자라는 이름표가 붙었습니다.
[장례식장 관계자 : 어제 저녁에 그 가족들(먼 친척)이 결정이 났대요. 가족끼리 이제 상의를 해 가지고 우리는 돈이 없으니까 이제 안 되겠다 해 가지고 포기를 했나봐요.]
수원시는 장례 비용을 지원하는 공영장례를 치러주기로 했습니다.
등록된 주소지가 화성시여서 대상자가 아니지만,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없고, 이들이 수원에서 실제로 살았다는 점을 고려한 겁니다.
장례는 오늘(24일)부터 3일 동안 치러집니다.
[경기 수원시 관계자 : 워낙에 시민분들도 이제 조문을 하시고 싶을 수도 있고 관심을 갖는 상황이다 보니까 저희가 조문을 하실 수 있도록 3일장으로 하게 됐고요.]
위패로 다시 만난 세 사람.
영정사진마저 찾을 수 없었던 세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은 쓸쓸함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