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된 들개. 남양주 사건과는 상관 없음.〈JTBC 뉴스룸 캡처〉 지난 20일 남양주에서 150cm 크기의 대형견이 길을 가던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했습니다. 인근엔 개 사육장이 있습니다. 사고견은 이 사육장에서 가끔 밥을 먹곤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사육장에서 사고견을 관리하고 보호한 정황이 있었는지 수사 중입니다. 월령 2개월 이상인 개는 등록하게 돼 있지만, 등록이 안 된 개였습니다.
동물보호법은 '소유자 등'을 동물을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사육·관리 또는 보호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워 키운 개는 견주가 누구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가장 최근에 개를 보호한 사람을 견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사육장 주인은 해당 개가 밥을 훔쳐먹으러 왔을 뿐 만지려 하면 피했고, 자신은 견주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현장 검증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반가워하고 좋아라한다고 다 주인은 아니다"라며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아빠라도 때리는 아빠라면 도망가려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장 검증에 대한 나름의 판단은 있다곤 했지만,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JTBC 밀착카메라 팀은 수도권에서 들개들이 출몰한다는 여러 제보를 받고 확인에 나섰습니다.
▶관련기사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6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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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데 달려들어…아파트 누비는 '들개' 반려견과 함께 지나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들개.〈JTBC 뉴스룸 캡처〉 지난 20일 밤, 반려견과 함께 서울 강동구 강일동 어머니 집을 찾은 A 씨는 변을 당할 뻔했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들개 두 마리가 자신을 습격한 겁니다. 반려견을 끌어안고 “도와달라”며 소리친 A 씨는 다치진 않았지만, 그 이후 어머니 집 방문을 꺼리고 있습니다.
A 씨는 “관리소 있는 쪽으로 비명을 지르며 뛰어갔다”며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일손이 달린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인근 소방서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 한 마리는 포획했다”며 “10번 이상 출동했지만 민감하기 때문에 보통 개와는 달라 포획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취재진도 먹이를 놓고 몇 시간을 기다려봤지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야생성 때문에 뿌려놓은 먹이에는 잘 반응하지 않고, 경계심이 극도로 높아져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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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잡아먹는 야생성…포획 틀은 덩그러니”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주민 B 씨는 “3년 반 전부터 들개들이 길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고 했습니다. B 씨는 “비 오는 날이면 산이나 폐공장에 있는 들개들이 내려와 주차장을 활보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6일에도 5마리 넘는 개가 아파트를 활보해 쫓아가 보니 고양이 사체가 있었다며 한숨 쉬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을 누비는 들개들.〈JTBC 뉴스룸 캡처〉 B 씨는 지자체에서 놓은 포획 틀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B 씨는 “주민들 민원이 많이 들어간 상태지만, 포획 틀만 덩그러니 놓여있다”라며 “포획 틀 문은 닫혀 있고 먹이통은 비어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포획 틀은 폐공장 대문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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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직접 포획…“중성화시킬 것” 주민들이 직접 나선 곳도 있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경기도 안산시 이규혁 씨의 집엔 개 5마리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마을을 위협하던 들개였습니다. 먹이로 유인해 씻기고 목줄을 채웠습니다. 개집도 지어줬는데 목줄을 자주 끊고 빠져나가 닭을 물어 죽인다고 합니다.
취재진을 보자 짖는 들개들.〈JTBC 뉴스룸 캡처〉 이 씨는 “돌아다니면 사람들한테 해코지하고 피해 줄까 봐 가둬두는 것”이라며 “매형네 집의 닭이 13마리, 여기 16마리 등 닭이 남아나지를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규혁 씨가 지은 개 우리 이곳저곳의 철망은 뜯겨나 있었습니다. 사룟값만 감당되면 계속 키우고 싶지만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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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이기 전 사람과 늑대 관계” 최영민 서울특별시수의사회 회장은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들개가 모여있다 보면 옛날 숨겨져 있던 야성이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사람과 접촉을 안 하면 길들이기 전에 사람과 늑대의 관계랑 비슷하게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기견이든, 벼려진 반려견이든 야생에서 살다 보면 대를 이어 갈수록 사람과 사이가 멀어진다는 겁니다. “사람은 무서운 동물이고 접촉하면 안 돼”라는 일종의 선행학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찰과 지자체는 이번 사고견을 안락사할지 조만간 결론 내릴 계획입니다. 한 전문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개는 무는 게 본능"이라며 "(해당 개가)돌발 상황이나 특별한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교육을 못 받은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