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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런던에 쏠리는 눈…블링컨 만나는 정의용, 모테기도 만날까

입력 2021-05-03 14:50 수정 2021-05-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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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한꺼번에 3개의 대남ㆍ대미 비난 담화를 쏟아낸 2일 오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영국 런던으로 출국했습니다. 주요 7개국(G7) 외교ㆍ개발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은 회원국이 아니지만 의장국인 영국의 초청을 받아 참석하게 된 겁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이번 정 장관의 행보가 주목받는 까닭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회의에는 모테기 도미니쓰 일본 외교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참석합니다. 2월 취임 이후 전화 한 통 하지 못한 모테기 장관과 마주 앉을 수 있을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 시점에 맞춰 한·미 양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북한에 대해 블링컨 장관과는 어떤 논의를 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오늘 저녁 한·미 외교장관회담…북한 '상응 조치' 예고에 긴장감 고조

정 장관은 먼저 현지시간 3일 오전 10시 30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합니다. 미국은 앞서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공식 발표는 아니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던 중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공식 발표를 앞두고 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낼 구체적 접근법을 논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는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ㆍ미 정상회담 의제도 조율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북측과의 대화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일단 북한은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측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의제를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공산이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이 실질적인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돼 긴장감이 높아집니다. 지난해 6월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낸 뒤 3일 만에 실제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북한이 어제 낸 담화에서도 '상응 조치'를 언급한 만큼, 이런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6월 북한이 공개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지난해 6월 북한이 공개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구체적으로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3월 한ㆍ미연합훈련을 앞두고 언급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 국제관광기구 폐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가 거론됩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금강산 호텔을 폭파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며 “그럴 경우 모든 남북관계가 6.15 남북공동선언 이전으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오늘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상응 조치' 관련 징후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 자리에서 제가 확인해 드릴 만한 특이 동향을 알고 있지 못하다"라고 답했습니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의 조치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젠 사키 대변인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다.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힌 만큼, 우리 정부가 또 다시 '중재자' 역할에 나설지도 주목됩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오늘 아침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북한의 잇단 비난 담화는) 한국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라고 분석했습니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동 가능성…양자 회담은 불투명

현지시간 4일부터 시작되는 G7 회의를 앞두고 본격적인 외교전이 시작됐지만, 아직도 한·일 양자 회담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외교부는 지난주에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ㆍ영국 등과 양자 회담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본과의 양자 회담이나 한미일 3자 회담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조율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라고만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3.1절 축사에서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도 같은 달 31일 내신 기자회견에서 “조기에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개최되길 희망한다"라고 강조하는 등 우리 정부는 지속해서 일본을 설득해왔습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ㆍ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에 '해법을 가져오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지난 1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첫 전화 통화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모테기 도미니쓰 일본 외무상. 지난 1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첫 전화 통화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모테기 도미니쓰 일본 외무상.

한 외교소식통은 “한ㆍ일 양측 장관이 현장에서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공식적인 양자 회담은 불투명하다고 들었다”며 “공식 일정이 정해졌다면 진작에 시간표가 나왔어야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조율하겠다는 건 일본이 성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한미일 3자 형식의 회담은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기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놓고 동맹국들 간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 장관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측이 중재 역할에 나설지도 주목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모든 일이 그렇듯 한 번 물꼬를 트면 그 다음 부터는 잘 풀릴 수 있다”며 “그 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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