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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로 2025년까지 연간 1.7조 달러 손실"

입력 2021-04-05 09:32 수정 2021-04-05 09:36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72)

미 NYU 정책연구소, 전 세계 경제학자 대상 설문조사 실시
"당장 2025년, 지구 평균기온 1.2℃만 올라도 글로벌 GDP는 연간 1% 하락…연간 1조 7천억달러 손실"
"2050년, 지구 평균기온 3℃ 오르면 글로벌 GDP 연간 6% 하락…연간 20조 8천억달러 손실"

응답자 98% "지금 당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행동 필요"
응답자 89% "기후변화로 국가간 양극화 심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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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72)

미 NYU 정책연구소, 전 세계 경제학자 대상 설문조사 실시
"당장 2025년, 지구 평균기온 1.2℃만 올라도 글로벌 GDP는 연간 1% 하락…연간 1조 7천억달러 손실"
"2050년, 지구 평균기온 3℃ 오르면 글로벌 GDP 연간 6% 하락…연간 20조 8천억달러 손실"

응답자 98% "지금 당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행동 필요"
응답자 89% "기후변화로 국가간 양극화 심화할 것"

하루가 다르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젠 제법 눈에 보이는 일로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죠.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평소 기후의 변화를 연구해온 전문가가 아닌, 경제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로 2025년까지 연간 1.7조 달러 손실"

미국 뉴욕대 법대 정책연구소(NYU School of Law Institute for Policy Integrity)는 최근 전 세계 경제학자 7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기후변화가 미칠 영향은 얼마나 될지, 기후변화 예측 모델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얼마나 될지,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등을 물어본 것이죠.

#전문가도_우리와_다르지_않았다
 
(자료: NYU 정책연구소)(자료: NYU 정책연구소)


경제학자들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데엔 일반 시민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최근 5년간, 기후변화에 관한 당신의 관점에 무엇이 영향을 미쳤나"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 현상을 목격해서"라고 답했습니다. 이밖에도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이와 관련한 경제, 사회과학 연구 결과 등은 경제학자들의 관점에 영향을 미친 이유로 꼽혔습니다. 우리 시민사회도 마찬가지였죠. 전에 본 적 없는 더위나 폭우, 초강력 태풍, 갑작스런 한파나 폭설 등을 경험하고서 '와, 이게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체감하게 됐으니까요.

위와 같은 이유로 79%의 응답자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답했습니다. 어느 정도 늘었다는 답변이 38%, 매우 강하게 늘어났다는 답변이 41%였던 것이죠.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선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질문 '기후변화에 관한 당신의 관점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은?'에 대한 답변 (자료: NYU 정책연구소)질문 '기후변화에 관한 당신의 관점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은?'에 대한 답변 (자료: NYU 정책연구소)


NYU 정책연구소는 지난 2015년과 이번 2021년 두 차례의 조사에서 경제학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관점을 물은 것인데요, "즉각적이고도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50%에서 74%로, "일정 수준의 행동이 지금 취해져야만 한다"는 답변은 43%에서 24%로 달라졌습니다.

그러니까,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답변 전체는 93%에서 98%로 5% 포인트 늘었는데, 특히나 즉각적이고도 과감한 행동에 빨리 나서야 한다고 보는 경제학자들이 급증한 겁니다. 또,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회의론도 5%에서 2%로 줄었습니다. 정책연구소의 피터 하워드는 이러한 응답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대가가 상당하며, 재앙적인 수준으로 심각해질 수 있다는 데에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학자가_바라본_기후변화
 
질문 '기후변화가 국가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가?'에 대한 답변 (자료: NYU 정책연구소)질문 '기후변화가 국가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가?'에 대한 답변 (자료: NYU 정책연구소)


경제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가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국가간 양극화의 경우 응답자의 55%가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답했고, 34%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후진국일수록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에 더욱 취약하다는 판단에섭니다. 경제 구조적으로 농업이나 기타 야외 노동으로 소득을 얻는 만큼 자연환경에 기대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체 응답자의 70%는 기후변화가 국가 안에서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NYU 정책연구소는 "최근 점차 불거지고 있는 환경정의, 기후정의 문제에 대한 우려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에 추가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양극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기후변화 대응 비용 역시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연구소는 "국가 내, 지역간, 글로벌 차원의 양극화 심화는 1인당 GDP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탄소저감기술 발달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NYU 정책연구소는 이들에게 '2050년,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의 비중은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하나'라는 질문도 던졌습니다. 이들의 답변을 취합한 결과, 절반이 넘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7백여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2050년 무공해 에너지의 비중, 평균값으론 53.9%, 중앙값으론 50.5%였습니다.

이미 EU에선 재생에너지의 실제 발전량이 화석연료를 넘어섰고, 미국 역시 발 빠르게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선 만큼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미래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 된 거죠. 다만 연구소는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각종 청정에너지가 이처럼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1.5℃나 2℃ 시나리오에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전 세계가 골똘히 연구 중인 것이 있습니다. 바로, 포집 및 저장하는 기술, CCUS(Carbon Capture, Utilize, Storage)입니다.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걸로 모자라니 내뿜은 온실가스를 어떻게든 잡아두겠다는 거죠. 아직까진 그 어디서도 실용화 단계까지 올라서지 못 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이들의 생각을 통해 실제 '실현 시점'을 알 수는 없더라도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활발할지 가늠해볼 수는 있을 겁니다.

 
질문 'CCUS 기술의 실현 시점이 언제가 될 것으로 보는가?'에 대한 답변 (자료: NYU 정책연구소)질문 'CCUS 기술의 실현 시점이 언제가 될 것으로 보는가?'에 대한 답변 (자료: NYU 정책연구소)


절반 가까운 응답자는 CCUS 기술이 실현되는 시점을 40년 이내로 내다봤습니다. '꿈의 기술' 혹은 '미래의 기술'이라기보단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물론, 응답자의 25% 가량은 별다른 의견이 없다고 답 했고, 이와 같은 기술 자체가 아예 실현되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도 일부 있었습니다.

#숫자로_따져보는_기후변화의_피해
그렇다면, 경제학자들이 본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얼마나 심각했을까요. 경제학자들이 각각 제시한 경제적 충격을 종합해보면 대략 아래와 같은 수치가 나옵니다. NYU 정책연구소는 이 수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응답 가운데 상위 5%와 하위 5%에 해당하는 값은 제외하고 중앙값을 구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예측 결과 (자료: NYU 정책연구소)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예측 결과 (자료: NYU 정책연구소)


2025년,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불과 1.2℃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미 경제적 피해는 현실로 다가옵니다.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연간 피해액은 무려 1조 7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917조 6천억원에 달합니다. 해마다 천조 단위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GDP로 따지자면, 전 세계 GDP가 연간 1% 줄어드는 거고요.

지속적으로 온실가스를 내뿜어 2075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3℃ 높아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전 세계 GDP는 5%가 줄어 연간 29조 8천억 달러, 우리 돈 3경 3614조 4천억원의 손실이 해마다 발생한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예측입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감축에 나서지 않고, 그저 기후변화의 속도를 지금보다는 조금 늦추는 수준에 그친다면 어떨까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3℃ 오르지만, 그 시점이 2100년이 된다고 했을 때를 따져본 겁니다. 전 세계 GDP의 감소폭은 4% 줄어들지만 피해액은 연간 36조 1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도저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규모의 손실입니다. 이 때문에 응답자의 66%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그로 인한 편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NYU 정책연구소는 "조사에 참여한 경제학자들은 양극화의 심화와 글로벌 경제성장률 감소 등 기후변화에 따른 많은 문제점들을 우려했다"며 "이들은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에서 보여준 드라마틱한 기술 비용 감소를 통해 탄소중립 혹은 감축 관련 기술의 비용 역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고 정리했습니다. 즉각적이고도 대대적인 기후 대응 전략이 경제적으로도 정당성을 갖는다는 데에 경제학자들도 강한 컨센서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진 거죠.

대통령이 직접 나서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이행할 기반이 되는 기후위기 대응 기본법도, 그린뉴딜 기본법도, 탄소중립 기본법도… 그 어떤 것 하나 통과된 것이 없습니다. 더 이상 대응을 늦출 이유도, 시간도 없는데 말이죠. 하루, 하루 이를 늦출수록, 우리는 위에서 수치로 목격한 그 피해에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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