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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2030년에도 발전설비 44%, 발전량 43%가 석탄·LNG?

입력 2024-09-23 08:00 수정 2024-09-23 10:34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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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54)

1990년대 이래로 인류가 사용하는 전력의 양은 줄곧 늘어왔습니다. 2009년과 2020년,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곤 매번 증가해왔죠.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없는 충격으로 우리의 활동 자체가 큰 타격을 입지 않는 한, 우리의 전력 소비는 줄어든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예외적으로 줄어든 이듬해엔 언제나 '역대급 증가율'을 보였고요.

이런 와중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방법이 '전기화'인 만큼, 전력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기름으로 가던 자동차, 가스로 열을 내던 보일러와 화구 등 다양한 장치에서 연료로 쓰이던 화석연료를 점차 퇴출시키고, 그 에너지원을 전기로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럼 그 전기를 어떻게 만들어낼 건데?'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인류의 과제가 됐죠.
 
[박상욱의 기후 1.5] 2030년에도 발전설비 44%, 발전량 43%가 석탄·LNG?
이렇게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전 세계 차원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빠른 ICT 기술 발전과 더불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 데이터센터 등 많은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산업의 확장은 국내 전력 수요의 급증을 부르게 되죠. '전기화'라는 에너지전환의 흐름을 차치하고서도 말입니다. 오는 2038년까지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정책을 결정짓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최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공개됐습니다. 지난 5월 31일 첫 실무안의 공개 이후,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안엔 초기 실무안과 대체로 유사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30년에도 발전설비 44%, 발전량 43%가 석탄·LNG?
발전설비의 추가 등 주요 계획의 기초가 되는 전력수요 목표와 관련한 내용은 지난 239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 길목' 책임질 '15년 계획'〉에서 전해드렸던 실무안과 동일했습니다. 경제의 성장, 해마다 더워지는 여름, 산업구조와 인구구조의 변화 등의 변수를 반영한 모델로 예측된 '모형수요'는 2038년 기준 128.9G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전문가위원회는 여기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의 조성, 데이터센터의 확장, AI 사용의 확산 등으로 향후 16.7GW의 수요가 추가될 것으로 봤습니다. 모형수요와 추가수요를 합하면, 2023년 최대수요보다 48% 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 셈입니다.

이렇게 급증하는 수요를 그대로 반영해 발전설비를 늘리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비효율적이기에, EERS(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 에너지 효율 향상 의무화제도), DR(Demand Response, 수요 반응) 확대 등을 통해 16.3GW의 수요를 낮춤으로써 최종적으로 2038년 129.3GW를 목표수요로 설정했습니다. 이에 발전설비는 이 수요에 22%의 예비율을 더한 157.8GW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요. 지금보다 10.6GW 수준의 발전설비가 더 필요한 것이죠.

단순히 지금의 발전설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10.6GW 규모의 설비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노후해 수명을 다 했거나,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발전설비는 빼고, 최대한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는 발전설비를 새롭게 더해야 하는 만큼, 거기에 설비의 건설 기간과 비용, 기술의 상용화 시점 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셈법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30년에도 발전설비 44%, 발전량 43%가 석탄·LNG?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30년 확보해야 하는 전체 발전설비 용량은 이전 10차 계획 대비 6.2GW 늘었습니다. 이러한 설비 용량의 증설을 책임지는 것은 신재생에너지였습니다. 10차 계획 당시, 2030년 72.7GW 규모의 설비를 목표로 했던 것과 달리, 11차 계획안에선 78.9GW(이중 재생에너지는 76.1GW) 규모를 목표로 했습니다. 2023년 31.4GW(이중 재생에너지는 30GW)의 배를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반면, 원자력(28.9GW)과 석탄(31.7GW), 그리고 양수(5.2GW)발전의 설비 규모는 이전 10차 계획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대형 원전의 경우, 건설 등으로 긴 리드타임이 필요한 만큼, 10차 때와 큰 차이를 보일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있어 발전부문의 역할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2030년 석탄화력발전 설비용량이 10차 때와 동일한 점은 환경단체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10차에서 11차로 넘어오는 시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명시된 '정의로운 전환'에 나섰다면,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발전공기업의 체질 개선이 탄력을 받았을 수 있었을 거라는, 그래서 10차 때보다 조금은 더 줄어든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11차 계획에서 보여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짙게 남습니다.

양수발전도 10차 때와 동일한 5.2GW로 유지됐습니다. 새로운 부지를 선정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 및 환경영향평가 등 발전설비의 건설 외에도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목표가 10차 때보다 무려 6.2GW 늘어난 가운데, 이에 대응할 유연성 자원의 필요성은 더욱 빠르게 커져갈 수밖에 없어 전력망의 안정성,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의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 대규모 사업자를 넘어 상대적으로 중소규모의 개인 발전사업자에 대해서도 곳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커테일먼트가 빈번해진 만큼, 정부가 충분한 유연성 확보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는 지금의 신재생 발전사업자의 수익 악화는 물론, 늘어난 설비 목표를 위해 새로 설비를 설치해야 할 미래 사업자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이는 정부의 '2030년 78.9GW'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목표와 '2030년 76.1GW'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목표 달성에 있어 스스로의 발을 묶어버리는 결정일 수도 있는 셈입니다.

2038년은 어떨까요. 발전설비에 있어선 46.4%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로, 13.7%를 원자력 발전설비로 채우겠다는 것이 이번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의 내용입니다. 석탄의 설비용량은 22.2GW로 지금의 56.6% 수준으로 줄이겠다지만, LNG 화력발전은 2030년 58.8GW, 2038년 69.5GW로 계속 늘어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탈화석연료'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적합한 전략일지, 예상치 못한 공급망 위기로 가격의 불안정성과 수급 자체의 불안정성마저 있는 LNG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 안보 차원에서 적합한 전략일지, 최소 30년 이상 가동하는 발전설비인데,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2050년에도 화석연료를 태우겠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 목표와 일치하는 전략일지… 그간 정부가 탈탄소 과정의 '다리 역할'로 LNG를 활용하겠다고 말했던 것과 달리, '다리 이상의 역할'을 부여하는 계획엔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아무리 석탄에 암모니아를, LNG에 수소를 함께 태우겠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혼소에 쓰이는 수소와 암모니아의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은 만큼,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정책과의 합목적성뿐 아니라 발전원가라는 경제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30년에도 발전설비 44%, 발전량 43%가 석탄·LNG?
이렇게 구성된 발전설비로 그럼 얼마나 많은 전력을 생산하게 될까요. 2030년에도 국내 전력의 17.4%는 석탄, 25.1%는 LNG에서 비롯된 것일 전망입니다. 정부는 “2030년 NDC 달성이 가능하다”며 “10차 대비 원전 및 신재생의 발전량은 모두 증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10차 계획 대비 무탄소 발전원에서 비롯된 발전량이 늘어난다는 정부의 설명은 맞지만, 문제는 화석연료 발전량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10차 계획과 비교했을 때, 원전과 신재생 발전량은 6.8TWh 늘었습니다. 그런데, 석탄과 LNG의 발전량은 7.8TWh로 무탄소 발전원보다 더 늘어납니다.

지난주 연재에서 2030 NDC는 총배출량과 흡수 및 제거량을 합한 '순배출'을 기준으로 하고, 그런 상황에서 얼핏 발전부문의 감축곡선 기울기가 이전보다 덜 가파르더라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현재 정부가 목표로 하는 흡수 및 제거량이 달성 가능할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칫 흡수량과 제거량이 목표에 못 미칠 경우 기존 배출부문의 감축 압박은 이전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가장 많은 압박을 받을 부문은 다름 아닌 전환부문, 바로 '발전'입니다. 이런 변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최종안을 확정할 때엔 훨씬 보수적으로 반영이 되어야만 하고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우리나라의 15개년 전력수요를 전망하고, 이에 따른 전력설비 등의 확충을 계획하는 매우 중요한 계획입니다. 이번 11차 계획(계획기간: 2024~2038년)은 남은 4분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와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 및 공고까지 마쳐야 하는 상황이고요. 2년에 한 번, 향후 15년을 내다보는 계획인 만큼, 이번 계획은 대한민국의 2030년 NDC를 넘어 2035년 NDC, 그리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시점에서 수립되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수립되는 중요한 계획에서 '유보'라는 라벨과 함께 12차 계획에서 확정한다는 내용이 실무안에 이어 공청회를 앞두고 나온 계획안에도 남아있다는 것은 너무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30년에도 발전설비 44%, 발전량 43%가 석탄·LNG?
너무도 중요한 시점이고, 미래 기술의 개발 및 상용화 시점에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면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도입 가능한 선택지들로 최선을 다한 기본계획을 만들고, 그 계획의 보완과 개선을 12차 계획에 맡기는 것이 현실적이고도 책임감있는 모습이지 않을까요.

현실적인 선택지는 무엇일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선택이 무엇일지. 글로벌 에너지전환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어지는 연재를 통해 차근차근 뜯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30년에도 발전설비 44%, 발전량 43%가 석탄·LNG?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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