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탈 화석연료'…한국은?

입력 2024-09-30 08:01 수정 2024-09-30 10:11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5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55)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탄의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소비량은 43억 766만톤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 늘어난 수준입니다. 이미 2023년의 연간 소비량이 전년 대비 2.6%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었는데, 올해에도 증가세가 이어진 것입니다. 분명 재생에너지도 확산하고 있고, 세계 각국이 탈석탄에 동참하고 있는데 어찌된 일일까.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는 “주요 국가들의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면서 “전 세계 차원의 석탄 소비량은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탈 화석연료'…한국은?
2023년 상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 사이, 석탄 수요가 어디서 늘어난 것일까. 전 세계 석탄 소비의 증가를 이끈 것은 아시아, 그 중에서도 중국과 인도였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07만톤, 5,029만톤이 늘었습니다. 에너지전환이 이미 진행중인 EU에선 3,189만톤의 소비 감소가 있었지만, 두 나라의 수요 증가분을 넘어서진 못 했습니다. '증감분'을 넘어 소비량 자체를 놓고 봤을 때, 중국 한 나라가 사용하는 석탄의 양은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을 넘습니다. 그나마 지난해와 달리 가뭄이 해결되며 수력발전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했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확산한 덕분에 중국의 석탄 소비량 증가가 1,707만톤으로 제한될 수 있었다는 것이 IEA의 분석입니다. 인도의 경우, 중국처럼 매년 전력수요 자체의 증가폭이 매우 큰 가운데, 여전히 수력발전량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 했습니다. 결국 필요한 전기를 당장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연료인 석탄을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올해 하반기엔 인도도 수력발전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탈 화석연료'…한국은?
연 단위로 2025년까지의 석탄 수요 전망을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폭염과 경제성장 등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2024년 연말까지 한 해동안 전 세계에서 소비된 석탄의 양은 87억 3,659만톤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보다 0.4% 증가할 전망입니다. EU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열심히 석탄 소비량을 줄였음에도 중국과 인도, 미국 등에서의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5년부턴 드디어 연간 석탄 소비량의 증가세가 끝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상당 수준의 탈석탄을 달성한 EU의 경우, 감소폭이 868만톤으로 이전보다 많이 작아지나 중국에서 전년 대비 무려 4,874만톤의 소비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석탄 소비국이자 생산국이기도 한 중국의 석탄 생산량은 인도 또한, 수력발전의 회복과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석탄 수요의 증가폭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탈 화석연료'…한국은?
또 다른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는 어떨까요. 올해 상반기까지의 수급 상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천연가스의 수요 감소를 이끈 가장 큰 원인은 유럽의 가스 수요 감소였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던 PNG(Pipeline Natural Gas,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공급이 끊긴 덕분이죠. 2023년 1분기 기준, 유럽의 러시아산 PNG 공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3bcm(십억입방미터) 적었습니다.

이후 분기별 천연가스 공급량은 점차 늘어나 3분기 이후 예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그러다 2024년 1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감소해 2분기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죠. IEA는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요가 급감한 2020년 이후 첫 감소세”라며 “피드 가스(LNG 생산을 위해 공급되는 가스) 문제와 예기치 않은 천연가스 프로젝트의 중단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반기엔 새로운 액화설비가 가동을 시작하고, 미국 등 각지에서 기존 플랜트의 확장 및 신규 플랜트의 가동함에 따라 다시 그래프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게 IEA의 전망입니다. 다만, 그 성장세는 하반기 기준, 전년 대비 2% 미만, 2024년 전체 연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력생산 부문에서의 탈 화석연료 움직임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탈 화석연료'…한국은?
이처럼 에너지전환, 그 중에서도 전력부문의 탈탄소화는 기존 화석연료 수급 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전기를 만드는 데에 쓰이는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도, 자동차나 화구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기존 설비의 에너지원을 전기로 바꾸는 것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전력 자체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요. 1991년 이래, 전 세계 전력수요의 변동폭을 살펴보면, 전년 대비 '감소'가 기록됐던 적은 단 두 차례(2009년 ?0.5%, 2020년 ?0.6%)에 불과합니다. 모두가 기억하듯 이 시기는 전 세계 경제가 휘청였던 때이고요. 그러한 예외적 상황을 빼면, 우리의 전력수요는 30여년간 줄어든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생각보다 전기에는 무관심한 편입니다. 석유와 가스의 가격 변동은 항상 톱뉴스가 되고, 가격 변동에 따라 주유소 앞엔 긴 줄이 늘어서기도, 겨울철 난방을 걱정하기도 하는 것과는 다르게 말이죠. 자동차의 연비는 중요하게 따지면서, 그래서 효율 개선을 위한 첨가제를 사거나, 뉴스나 유튜브 콘텐트에선 심심찮게 주유기 속 남은 기름을 줄이는 방법, 가장 많은 양을 주유할 수 있는 시간대 등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가속 또는 감속 페달의 조작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발 컨트롤'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는데,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부가적인 장비를 사려는 사람도, 이를 아끼기 위해 발끝이나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려는 사람도 찾아보긴 힘듭니다. (물론, 전기차의 경우엔 예외적으로 우리의 '기름차 시절' 습관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긴 하지만요.)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탈 화석연료'…한국은?
1991년 이래, 전 세계적인 전력수요의 꾸준한 증가세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중국과 미국, EU, 인도라는 주요 '전력소비국가'의 수요 추이를 살펴보면, 30여년의 세월 사이 가장 큰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중국입니다. 1991년 657TWh였던 전력수요는 2024년 9,882TWh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려 15배입니다. 내년엔 1만T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요. 인도의 경우에도, 기울기는 중국에 비할 바가 안 되지만, 1991년 256TWh에서 2024년 1,741TWh로 6.8배가 됐습니다.

IEA는 “최근 3년새 중국의 전력수요 증가폭은 독일에서 한 해에 사용하는 전력의 총량과 맞먹을 정도”라며 “서비스업과 전기차, 이차전지 등 기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의 활동 증가와 더불어 전력 집약도가 높은 광물 자원의 처리과정 등으로 중국의 전력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인도의 경우, 경제 성장과 더불어 폭염으로 인한 냉방수요의 증가가 가파른 전력수요 증가를 부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미국(1991년 3,070TWh, 2024년 4,392TWh)과 EU(1991년 2,171TWh, 2024년 2,623TWh)의 경우, 같은 기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 전력수요를 세계 각국은 어떻게 감당하고 있을까. 이번엔 글로벌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Ember의 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OECD, G20, 그리고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한국이 속한 집단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탈 화석연료'…한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전력량은 2000년 1만 5,276.47TWh에서 2023년 2만 9,536.18TWh로, 23년만에 1.9배, 거의 배가 됐습니다. 늘어난 전력수요를 모두 화석연료로 대응했다면 지금쯤 지구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훌쩍 넘어 2℃선마저 넘었겠지만, 다행히 우린 에너지전환을 통해 가까스로 최악의 상황을 피했습니다. 전체 발전량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양은 2000년 9,878.13TWh에서 2023년 1만 7,943.41TWh로 늘었지만, 그 비중은 64.7%에서 60.8%로 줄었습니다. 무탄소 전원의 비중이 35.3%에서 39.2%로 증가한 덕분입니다. 무탄소 전원 가운데 원자력발전의 비중은 16.6%에서 9.1%로 크게 감소했으나 '재생 3원'인 수력발전과 태양광발전, 풍력발전의 비중은 17.4%에서 27.5%로 10.1%p. 늘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만 따로 떼어내더라도 이젠 그 비중이 13.3%에 달하게 됐죠.


선진국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회원국들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우선, 발전량 자체가 2000년 총 9,617.84TWh에서 2023년 1만 8668.63TWh로 13% 증가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수요만 억제된 것을 넘어 화석연료 발전량도 5,831.51TWh에서 5,449.04TWh로 6.6% 줄었죠. 그 결과, 전체 발전량에서 무탄소 발전원의 비중은 49.9%로 절반에 이르게 됐습니다. 원자력의 비중이 2000년 23%에서 2023년 16.5%로 줄어들었는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재생 3원의 비중이 15.5%에서 30%로 거의 배가 된 덕분입니다. 이젠 태양광과 풍력발전만으로 전체 전력생산의 17.3%를 충당하는 수준인 것입니다.

반면, 국가 GDP 규모 순으로 상위권 국가들을 묶은 G20 기준의 통계는 OECD 회원국 통계와 또 다른 차이를 보입니다. 당장 발전량은 2000년 총 1만 3,030.16TWh에서 2023년 총 2만 4,897.8TWh로 1.9배가 됐습니다. Ember 통계상의 전 세계 발전량 가운데 G20의 비중이 84.3%에 달하는 셈입니다. 그나마 화석연료의 비중은 2000년 65%에서 2023년 59.5%로 줄어들었고, 전체 발전량에서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비중 또한 같은 기간 0.2%에서 14.9%로 늘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만, 이는 OECD와 달리, G20 그룹의 에너지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숙제를 드러내는 통계이기도 합니다.

아시아의 경우, 전력 수요 자체가 세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2000년 4,199.21TWh에서 2023년 1만 5,249.67TWh로, 발전량이 무려 3.6배가 된 것입니다. 중국과 인도의 탓이 크겠지만, 한국도 이러한 발전량 급증에 책임이 적지 않습니다. 이 기간, 우리의 발전량도 290.45TWh에서 617.92TWh로 배 이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역내 화석연료 발전량은 3,125.7TWh에서 1만 415.32TWh로 3.3배가 됐고, 한국의 화석연료 발전량 또한 177.37TWh에서 381.7TWh로 2.2배가 됐습니다. 아시아 역내 원자력 발전비중은 한국이 속한 모든 집단(전 세계, OCED, G20)의 흐름과 동일하게 11.9%에서 5.1%로 감소했고요.

글로벌 선진국을 넘어 아시아 리더로서 한국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아시아 전체로 봤을 때, 그나마 화석연료의 발전비중은 74.4%에서 68.3%로 6.1%p. 줄어들었지만, 한국의 경우 그 비중이 61.1%에서 61.8%로 되려 늘었습니다. 전 세계 통계로도, OECD나 G20 통계로도, 한국과 일본 등 선진국보다 개도국의 수가 더 많은 아시아 지역의 통계로도 모두 화석연료의 발전비중이 줄었는데, 한국만 반대 행보를 한 셈입니다. 아시아 역내 재생 3원의 발전비중이 12.6%에서 24.1%로 늘고,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비중이 0.06%에서 12.4%로 크게 늘어난 사이, 한국에선 재생 3원의 발전비중은 1.4%에서 5.9%로,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비중은 0.01%에서 5.3%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고요.

결국, 재생에너지 확산에 더딘 것을 넘어 화석연료 발전비중의 증가라는 '역주행' 행보는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IEEFA(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는 최근 〈재생에너지로의 글로벌 전환을 놓치는 한국의 경제 위기(South Korea's Economy Risks Missing Out on Global Transition to Renewables)〉 보고서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보급이 15년 이상 뒤쳐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셸 김 IEEFA한국담당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격차는 공급망의 환경·사회적책무·지배구조(ESG)를 강조하는 글로벌 트렌드와도 역행한다”며, 최근 SK E&S, 포스코 인터내셔널 등이 자사의 전력수요 충당을 위해 LNG 화력발전소의 신규 허가를 신청한 것에 대해 “화석연료 기반 전력을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하는 것은 SK 하이닉스의 RE100 목표 달성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저 정부에 대한 비판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타 에너지 대비 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저 언제 어디서나 콘센트에 코드를 꽂기만 하면 쉽게,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 사용하는 석유나 집에서 난방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기에, 그 '흔함'에 우리의 관심은 줄어든 셈입니다. 어쩌면, 이는 우리 정부의 에너지전환, 특히 발전부문의 전환이 더딘 이유 중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할지도 모릅니다. 그냥 건들지 않는 편이,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표심에 도움이 되니까요. 우리나라 전기의 주요 소비자인 산업계가, 법률의 입안자와 행정부의 수반을 결정하는 유권자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의 당사자인 시민 개개인이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의 더딘 에너지전환, 에너지 '역주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탈 화석연료'…한국은?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