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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관리비·주차비 떠안는 택배 기사…"안 되는지 알면서 떠넘기는 거죠"

입력 2021-03-26 13:38 수정 2021-03-26 14:22

[취재썰] 관리비·주차비 떠안는 택배 기사…"안 되는지 알면서 떠넘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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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관리비·주차비 떠안는 택배 기사…"안 되는지 알면서 떠넘기는 거죠"

경북 김천에서 택배 노동자 김종규 씨가 배송 중 뇌출혈로 숨진 이후,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한참 동안 "산재 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에 결함이 있었다" "사회적 합의에 동참하라" 등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기자의 눈에, 현장 구석에 조용히 패널 두 개를 들고 있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호기심에 다가갔습니다. '지대 6만원'이라 적힌 명세서였습니다. 하차비 10만원, 주차비 5만원을 내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택배노조 기자회견지난 16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택배노조 기자회견

"로젠택배에서는 택배기사들한테 지대도 받고, 주차비도 받고 있습니다. 부당 비용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교육선전국장)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이런 관행은 하루이틀 있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상하차비 뿐만 아니라 관리비, 주차비, 지대 등 여러 명목으로 회사에 비용을 내고 있었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배송 및 집하 수수료 외에 다른 비용들입니다. 매달 많게는 30만원까지 액수는 지점 별로 다양했습니다. 내야할 돈이 급격히 뛸 때도 있었습니다. 한 지점에서는 매달 5만원 내던 관리비를 17만원으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시설 투자를 하면서 임대료 목적으로 올리겠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합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다양한 명목으로 부당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고 말한다택배 노동자들은 다양한 명목으로 부당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고 말한다

기자 "부당한 비용이면, 안 내면 안 되나요?"
택배 노동자 "생계가 달렸는데 다들 일은 해야 하잖아요. 여기에 반박하면 분명 불이익이 있을 건데…"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접한 택배 노동자들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인터뷰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한 택배 노동자는 본인 지점 외에도 다른 지점 명세서까지 구해 전해왔습니다. 이 한 사람이 구해 온 지점만 10곳이 넘었습니다. 이런 명세서조차 전달할 수 없는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들 지점에선 명세서에서 내역을 아예 빼버린다든지 아예 현금으로 입금하라는 식이었습니다.

 
고 김종규 씨 역시 숨지기 직전 달에 관리비 3만 7천원을 부담했다고 김종규 씨 역시 숨지기 직전 달에 관리비 3만 7천원을 부담했다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는 분류작업 사안을 얘기하고 있는데, 저희는 아직도 '비용 전가'를 해결하지 못한 단계입니다." (최세영 로젠택배 소속 택배 노동자)

업계 4위 로젠택배에서 아직도 '비용 전가'가 문제 되는 것은 운영 구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말합니다. 타 회사와 달리 지점이 본사와 계약만 맺고 각자 터미널을 운영하다 보니 이런 비용 전가가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본사에서 지난 1월 '상하차비 및 타 명목을 이유로 돈을 걷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비용 떠넘기기는 아직 이뤄지고 있습니다. 상하차비 외에 다른 부당 비용에 대해서 알고 있냐는 JTBC의 질문에 로젠 본사 측은 "'과도한 경영간섭의 우려가 있어' 관리비, 임대료, 주유비 등 기타 비용 관련해서 계약 내용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의 후속 조치로 택배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공정 사례에 대한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비용 전가' 관련 신고가 많이 들어오자, 지난 1월 이를 주요 불공정 사례로 정의하고 택배 업계에 개선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회의적입니다.

"지점도 비용 전가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하고 있거든요. 고칠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 시정 조치가 돼야 하는데 강력하게 제지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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