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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이민자들의 나라, 그 민낯…'인종 증오' 뉴욕의 기억

입력 2021-03-19 16:42 수정 2021-03-1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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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 중국으로 돌아가! 망할 그 더러운 중국으로, 중국 X들아!" 2018년 뉴욕 첼시 거리를 지나던 한인 여성 두 명이 다짜고짜 욕을 듣습니다. 갑자기 뛰어든 백인 남성에게 말입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여성들은 그대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2019년의 어느 초저녁, 같은 뉴욕의 유니언 스퀘어 역 앞에선 또 다른 아시아계 여성이 흑인 남성에게 맞고 있는 게 보입니다. 지하철 노선이 여러 개 지나 늘 북적이는 곳입니다. 누구 하나 말리지 않습니다. 웅크리고 있던 체구 작은 여성은 끝내 핸드폰을 뺏깁니다. "망할 아시안!" 욕은 덤입니다.
아시아계 증오 범죄를 취재하면서 잠시 잊고 있던 모멸적인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습니다. 미국에 체류하면서 직접 겪거나 본 제 경험담입니다. 아시아인으로 말입니다.

비슷한 공격을 당한 한인 부부가 또 있습니다. JTBC에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2021년 3월 18일 뉴스룸 눈 마주치자 "꺼져라" 욕설…한인 부부가 겪은 '인종 증오'〉
http://naver.me/5rsM3xOK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인종 증오 공격을 당한 마리아 하 씨와 남편 대니얼 리 씨가 JTBC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인종 증오 공격을 당한 마리아 하 씨와 남편 대니얼 리 씨가 JTBC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부 모두 충격으로 칩거 중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주말 아내가 백인 여성에게 봉변을 당하고, 하루 뒤 뉴욕 경찰로부터 종일 수사를 받고,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접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많은 감정이 요동쳐 버겁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잠시 쉬겠다, 미국인 동료에게 이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도 고통스럽다고 했습니다. 아시아계만이 느낄 감정을 어찌 알겠나 싶었을 것입니다.
"공산 국가 중국으로 꺼져!" 폭언을 들은 아내 마리아 하 씨는 사실 여러 번 당했습니다. 흑인 남성이 자기 얼굴에 침 뱉은 적도 있다 했습니다. 인종 증오가 담긴 폭언을 듣는 건 일상이 된 듯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우버라도 탈 땐 "중국에서 왔냐, 중국인이면 안 태운다. 내려라" 기사에게 굴욕적인 말을 듣는 게 익숙하다고 했습니다. 남편 대니얼 리 씨는 코로나가 왜 아시아인의 탓이냐며 그건 책임 회피라고 분노했습니다.

아시아계 6명이 숨진 이번 애틀랜타 총격은 그래서 더 아픕니다. "Asian Lives Matter (아시아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급기야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Black Lives Matter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미국 전역을 휩쓴 이 운동을 이미 보았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길 것 같아 복면을 씌웠다"던 백인 경찰 손에 질식사 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피해는 데자뷔처럼 또 반복되고 있습니다.

미국 헌법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in order to form a more perfect Union (우리 미국 국민은 더 완벽한 통합을 위해)…."
그리고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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