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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6세 아동도 땅이 있다? 신도시 소문 틈 탄 '기획부동산'

입력 2021-03-18 15:36 수정 2021-03-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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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좋은 곳 있어요. 곧 개발될 거라 천만 원만 투자하면..."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가 걸려옵니다. 천만 원에 내 땅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에 설레기 시작합니다. 기자도 여러 번 이런 전화를 받은 적 있습니다. '학생인데요'라고 말하면, 대부분 대꾸도 안 하고 끊어버리지만 현혹되기 쉽습니다. 이른바 '기획부동산' 이야기입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기획부동산은 부동산 판매의 한 방식입니다. 투기성이 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발될 것이라는 말로 투자자를 모은 뒤 자신들이 미리 사뒀던 땅을 지분 형태로 여러 사람에게 파는 방식입니다. 값을 올려 팔면 그만큼의 차익이 그들의 수익이 됩니다. 전화해서 홍보하거나 전단을 붙이거나 모집 방식은 각양각색입니다.

개발이 안 되면 처분도 못 합니다. 설령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보상을 받거나 팔기 위해선 다른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필지 단위로 판 게 아니라 지분을 판 거라 정확히 어디가 내 땅인지 구분돼 있지 않습니다.

◆관련 리포트
[밀착카메라] 6세 어린이도 지주…'부동산 지분 쪼개기' 극성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6575

정부가 흔들림 없이 신도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도시 얘기만 나오면 추가 택지로 거론되는 곳들이 있습니다. JTBC 밀착카메라팀은 후보지로 얘기되는 곳들의 등기부 등본을 살펴봤습니다. 3기 신도시 정책이 발표된 지난 2018년부터 확인했습니다.

기획부동산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여러 군데 발견됩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서울과 가깝단 이유로 자주 거론되는 경기 고양시 화전동의 한 임야는 주인이 60명입니다. 2018년에 샀습니다. 소유주 중엔 2015년에 태어난 만 6세도 있습니다. 서울, 충북 청주, 경북 구미, 전남 나주 등 사는 곳도 다양합니다. 아무런 상관없어 보이는 이런 사람들에 지역 주민은 "기획부동산으로 한 투기 중에 완전 상투기"라고 했습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자주 얘기가 나오는 경기 김포시 고촌읍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고촌읍엔 지난 2018년 122명이 나눠 산 땅이 있습니다. 동네 주민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안 좋은 완전 맹지"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6월 경기 하남시 감북동엔 천 평 되는 임야를 68명이 나눠 샀습니다. 인근 부동산을 물어보니 "딱 보니까 기획부동산이다. 무지하게 당하는 사람 많다"고 했습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취재진은 고양시 화전동의 임야를 팔았던 회사 주소를 찾았습니다. 텅 빈 상태였습니다. 건물 관리인은 "비상주 사무실이라 자리에 없다. 예전에 나갔는데, 잠깐 있었던 모양이다"라고 했습니다. 주소를 올려놓고 열심히 전화를 돌리다가, 땅을 모두 팔면 사라지는 게 기획부동산의 주된 수법입니다.


지난해 하남시 임야를 판 곳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불법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텔레마케팅을 이용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개발될 거로 예상되는 땅을 판다는 겁니다. "없는 사실을 갖고 하면 불법이 되지만, 펀드 형식으로 하는 거다"며 취재진을 내보냈습니다.

근처 부동산은 다른 얘기를 합니다. 해당 회사가 판매한 임야에 수도시설이 들어와 있다는 것. 수도시설이 들어와 있는 곳은 '안타깝게도' 개발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모든 기획부동산이 사기는 아닙니다. 다만 광고했을 당시 '허위·과장 광고'를 했느냐가 주요 쟁점입니다. 하지만 개발 예정이라는 소문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몫하려는 마음에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덜컥 지분을 사들이면 당하기 쉽습니다.

기획부동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분 거래' 허가제가 입법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모든 지분 거래를 허가하는 방향으로 가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아직 법안이 미비한 사이 한탕 하려는 업체들 때문에 어떤 '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른 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혹시 모를 피해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방법, 말씀드립니다.

①현장에 가보시길 바랍니다. 어떤 상태인지 옆 동네 주민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세요.
②등기 떼보고 부동산에도 물어보세요. 어떻게 흘러온 땅인지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③계속 의심스러우면 전화를 차단하세요. 곧 개발돼 비싸질 땅을 당신에게 팔 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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