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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1cm만 띄워도 비상"

입력 2021-03-18 07:02 수정 2021-03-18 09:04

인천공항, 불법 드론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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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불법 드론과의 싸움

지난해 11월 15일 낮 12시 53분 인천국제공항 남서쪽 고도 172m의 오성산 부근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체가 공항 드론 탐지 시스템에 포착됐습니다. 이 비행체는 3차례에 걸쳐 모두 28분 동안 오성산 주변을 오갔습니다.
 
당시 드론을 띄우자 공항 드론 탐지시스템이 이를 바로 포착했다.당시 드론을 띄우자 공항 드론 탐지시스템이 이를 바로 포착했다.

공항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공항 반경 9.2km에서 드론이 비행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공항 코앞에 있는 장소에서 드론이 떴기 때문이죠. 오성산은 공항에서 직선거리로 수백 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비행기 활주로 동선과도 겹칠 위험이 큰 곳입니다.

 
인천공항은 오성산은 물론 반경 약 9km 정도 공간에서 드론 비행이 금지된다.인천공항은 오성산은 물론 반경 약 9km 정도 공간에서 드론 비행이 금지된다.
▶ 비행체의 정체는 뮤직비디오 업체가 띄운 드론…피해 규모는
현장으로 곧바로 출동해보니 비행체의 정체는 '드론'이었습니다. 즉각 비행을 중단시켰지만, 상당한 규모의 재산 피해는 이미 발생한 뒤였습니다. 금지 구역에서 드론 하나 띄웠는데 어떤 재산 피해가 있었던 걸까요? 다음은 당시 발생한 피해 규모입니다.

1. 대기 중 항공기 11대 이착륙 지연
2. 아시아나 OZ318편(화물기) 김포 긴급 회항
3. 회항에 따른 비용 발생
- 연료비 : 224만 원
- 운항 착륙료 : 160만 원
- 소음부담금 : 27만 원

물질적 피해가 이렇지만, 만약 비행기와의 충돌 등이 발생했다면 상상할 수 없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겠죠. 이착륙 지연에 따른 승객 불편도 무형의 피해라고 하겠습니다.
 
오성산은 폐쇄적인 자연 환경 때문에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 많은 촬영자들이 찾는 장소다.오성산은 폐쇄적인 자연 환경 때문에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 많은 촬영자들이 찾는 장소다.

이 업체는 그런데 왜 공항 인근에 드론을 띄운 것일까요. 그리고 통제구역에는 어떻게 들어온 걸까요.
해당은 오성산 주변의 독특한 풍경 때문입니다. 공항 조성 당시 절개된 오성산은 현재 매우 독특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아무런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곳인지라, 해외의 낯선 사막에 와 있는 듯한 경치를 보여주죠.
특히 코로나 19로 해외 촬영이 어려워지자, 이곳에서 촬영이 빈번하게 이뤄졌다고 합니다. 통제구역이긴 하지만, 사전 승인을 받으면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서 가능한 일입니다. 문제의 뮤직비디오 업체는 이전에도 정식 승인을 받아 해당 지역에서 촬영을 진행한 적이 있고, 이번에도 '뮤직비디오 촬영 사전 답사'가 필요하다며 오성산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인천공항 주변 오성산에서는 드론 비행 및 촬영이 금지돼 있다.인천공항 주변 오성산에서는 드론 비행 및 촬영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지상 촬영과 드론 촬영은 엄격히 구분돼 있습니다. 드론을 띄우려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촬영 역시 별개의 문제입니다. 보안 시설인 만큼 군 측의 사전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상업적 촬영이 목적이라면, 드론 비행과 촬영이 허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는 상황입니다.

▶ 조용히 띄우면 안 걸리겠지?…1cm만 띄워도 탐지된다
현재 공항에는 지난해 9월 말 도입된 드론 탐지 시스템이 있습니다. 9월 말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적발된 드론 비행은 무려 80건에 달합니다. 이중 단 4건을 제외하면 모두 드론 탐지 시스템이 찾아낸 사례입니다.

 
인천공항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드론 탐지 시스템을 도입해 지금까지 80건의 불법 드론 비행을 적발했다.인천공항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드론 탐지 시스템을 도입해 지금까지 80건의 불법 드론 비행을 적발했다.
JTBC는 공항 측과 국토교통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 비행기 동선과 겹치지 않는 지역에서 실제로 드론 비행 및 탐지 상황을 실험해봤습니다. 실험 전에는 '1~2cm 정도 띄우면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드론을 작동하는 순간, 이미 공항 드론 탐지 시스템상에 드론 표시가 떴기 때문입니다.

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드론의 비행 고도를 갖고 탐지하는 게 아니라 조종자와 드론 본체가 주고받는 신호, 드론 본체에다 쏴서 반사되는 신호 등을 종합해서 탐지가 이뤄진다고 합니다. 걸리지 않고 조용히 띄웠다가 서둘러 철수하면 된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항 주변에서는 드론 비행이 전면 금지돼 있다.공항 주변에서는 드론 비행이 전면 금지돼 있다.
드론이 포착되면 대테러 상황실에서 즉각 현장으로 출동이 이뤄지며 시간은 약 5~10분 정도 소요됩니다. 하지만 레이더 상으로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드론을 띄운 자는 알 수 없어서 일단 비행기 이착륙을 지연시키는 편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번 뮤직비디오 업체처럼 장시간 비행을 하면 아예 비행기를 회항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적발과 별개로, 누군가 드론을 띄우는 순간 일정 규모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 형사고소까지 하게 된 이유는…'고의성' 때문
지난달에는 공항 앞 하늘정원 상공에 연이 떠서 비행기 이착륙이 일도 있었습니다. 드론까진 아니었지만, 설을 맞아 연을 띄웠던 사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공항 측은 구두로 주의만 주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를 지었죠.

 
지난 2월에는 공항 인근 하늘정원에서 연이 나타나 일부 비행기들이 착륙하려다 고도를 상승해 다시 올라가는 등의 소동이 빚어졌다.지난 2월에는 공항 인근 하늘정원에서 연이 나타나 일부 비행기들이 착륙하려다 고도를 상승해 다시 올라가는 등의 소동이 빚어졌다.
그런데 이 뮤직비디오 업체에 대해선 왜 형사 고소, 더 나아가 민사 소송까지 준비하는 걸까요? 공항 측은 '고의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해당 업체가 이미 드론을 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전에도 뮤직비디오 촬영을 여러 차례 진행했고, 공항 주변에 수십 개의 현수막이나 전광판, 표시판으로 이를 경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촬영 당일 펜스를 개방하는 과정에서 드론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지했고, 촬영허가증을 교부할 때도 드론 비행이 불가능함을 알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형 인명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한 만큼, 이번 기회에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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