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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LH '1타 강사'와 '신입 사원'을 취재해 보니...둘의 공통점

입력 2021-03-09 17:28 수정 2021-03-0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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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LH '1타 강사'와 '신입 사원'을 취재해 보니...둘의 공통점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발표된 뒤 LH 관련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그중에서 LH 직원 오모 씨가 유료 사이트에서 토지 경매 '1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제보를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H 직원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면서까지 유료 온라인 강의를 한다는 게 쉽사리 상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취재할수록 '1타 강사'와 LH 직원이 동일 인물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둘은 생년월일이 같고, 경매로 낙찰받아 소유하고 있는 건물도 같았습니다.

 
[취재썰] LH '1타 강사'와 '신입 사원'을 취재해 보니...둘의 공통점

하지만, 오씨는 온라인 강의한 적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러 차례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회사 직원인데 그런 걸 할 리가 있느냐"고도 반문했습니다. LH 직원이 온라인 강사 활동을 병행하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관련 정황이 명백하기에, 오씨가 '1타 강사'라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오씨는 바로 다음 날, 자신이 1타 강사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오씨는 본업보다는 강사 활동에 더 진심이었나 봅니다. 해당 논란이 불거진 다음 날 수강생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다음 강의를 홍보했습니다. 반성과 자숙보다는 수강생들을 안심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듯한 태도였습니다.

 
[취재썰] LH '1타 강사'와 '신입 사원'을 취재해 보니...둘의 공통점

또 다른 LH 신입직원 정모 씨도 본업이 아닌 다른 곳에 관심이 많아 보였습니다. 취재 도중 정씨가 동료와 나눈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을 입수했습니다. 메신저 대화가 오간 시점은 지난해 10월로 정씨가 입사한 지 6개월 정도 됐을 때입니다.

정씨는 대화에서 "대구 연호지구는 무조건 오를 거라 오빠 친구들과 돈을 모아 공동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본인이나 가족 이름으로 LH 땅을 살 수 없어 명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취재썰] LH '1타 강사'와 '신입 사원'을 취재해 보니...둘의 공통점

연호지구는 2018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기 때문에 이후로는 LH 직원들이 이 땅을 살 수 없습니다. LH 직원이 해서는 안 되는 투자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던 겁니다.

다음 대화에서 정씨는 자신의 속내를 내비칩니다. "이걸로 잘리게 돼도 어차피 땅 수익이 회사에서 평생 버는 돈보다 많다." LH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었습니다.

 
[취재썰] LH '1타 강사'와 '신입 사원'을 취재해 보니...둘의 공통점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대화를 나눈 적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정씨는 "그런 이야기를 했을 순 있지만, 농담으로 한 말"이라며 "연호지구를 매매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취재하면서 느낀 오씨와 정씨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공직자라는 생각을 별로 안 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공기업 직원도 공직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공기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회 공공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경영하는 기업'입니다.

공기업 직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건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오씨와 정씨는 많은 혜택을 받았을 겁니다.
웬만한 사기업보다 많은 월급, 정년 보장, 성과 압박을 덜 받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취재썰] LH '1타 강사'와 '신입 사원'을 취재해 보니...둘의 공통점

하지만, 드러난 실상은 국민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오씨와 정씨는 이런 혜택을 받으면서도 사익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LH에 공직자로서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갖고 일하는 직원도 적지 않을 겁니다.
당장 LH 신입직원의 부적절한 사내 메신저를 제보한 사람도,
LH 내부 직원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LH가 뿌리부터 썩어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진통을 겪더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할 때입니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LH뿐 아니라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도덕적 해이를 돌아봐야 합니다.

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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