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일) 한미 정상통화가 있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14일만입니다. 미일 정상통화가 이뤄진게 벌써 며칠 전인데, 왜이렇게 늦어지나 궁금해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 중 하나로 북한 문제를 꼽기도 했습니다. 한미 정상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자신의 대북관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자리가 될테니, 관련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거란 설명입니다.
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하고 있다. ◇바이든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
어제(4일) 청와대와 백악관이 밝힌 바이든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청와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미가 공동 노력해나가자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는 겁니다.
미국이 '같은 입장을 취하겠다'고 한 우리 정부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내년 봄 끝나는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다시 한번 남북미 대화를 이끌어내자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외교·통일·국방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2년 전 '하노이 결렬' 이후로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텄던 전례처럼, 도쿄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하려던 시도도 코로나19 위기로 모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원래 외교와 정치는 전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겠느냐. 전혀 가능성 없으리란 법도 없다"고 말했지만, '뭘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끝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 룸에서 코로나19 관련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 AP=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 우선 화상으로 할 가능성
일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우리 정부의 다음 행보는 한미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서로 눈을 마주보며 하는 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의 시기는 '코로나가 진정될 때'로 여백을 남겨놓았지만, 양 정상이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는 설명입니다. 문 대통령은 6월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초대받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한미 정상회담도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6월까지 기다리기에는 문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상반기 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성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화상으로 이뤄질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수행원과 경호 인력 등을 감안하면 수 백명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대규모 인원의 이동은 양국이 모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북한이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는 3월 한미연합훈련 등 양국간 당장 풀어야 할 문제들이 쌓여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통화에서는 (연합훈련을 비롯한) '각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안들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쌓아온 '언택트 정상회담'의 노하우를 활용해, 이른 시일 내에 한미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