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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백신 수송 훈련 직관기…'사소'했지만 '사소하지만은 않은' 돌발상황

입력 2021-02-04 12:00 수정 2021-02-04 14:46

예행연습 통해 마주한 돌발상황…'완벽 준비' 위한 밑거름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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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행연습 통해 마주한 돌발상황…'완벽 준비' 위한 밑거름 돼야

◇"월요일 연습 땐 안 그랬는데..."

어제(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부터 시작된 정부의 백신 수송 훈련. 특수 차량으로 이동 땐 경찰 특공대와 군사경찰 등 11대나 긴 행렬을 이뤘습니다.
 
백신 수송 훈련(출처 : JTBC)백신 수송 훈련(출처 : JTBC)
백신 수송 훈련 (출처 : JTBC)백신 수송 훈련 (출처 : JTBC)


훈련의 종착역은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였습니다. 센터 냉동고에 모형 화이자 백신 2상자를 보관하면 종료되는 일정이었습니다. A4 종이보다 작은 크기의 흰 상자 1개엔 백신 195병, 1병을 5명에 접종하니까 약 1,000명분이 들어갑니다.



이 작은 백신 상자 2개를 보관하려고 냉매제인 드라이아이스를 채우고 상자로 감싸고 스티로폼으로 또 감싸고 겉 표면은 다시 튼튼한 재질로 감쌌습니다. 백신을 싣고 온 1톤 냉동 트럭은 경호도 삼엄했지만, 컨테이너 안을 여러 개의 쇠기둥으로 받쳐놨습니다. 전복사고까지 대비한 겁니다.



◇'사소한' 돌발상황

센터 안 접종 준비실로 옮겨진 상자에서 백신 상자를 꺼내려던 순간. 모형 백신인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센터 의료진과 관계자들, 취재진은 긴장했습니다. 뚜껑을 열 때까지도 온도는 -75도. 정상 수준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흔히 보는 '골판지' 재질의 속 상자가 스티로폼 상자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손잡이 부분이 뜯겨 나갈 정도였습니다. 쇠막대로 가장자리를 떼보려 했지만 잘 안됐습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전화로 담당자들을 불렀습니다. 취재진이 잠시 퇴장하고 관계자들이 문제를 확인했습니다. 5분쯤 뒤 다시 들어가 보니 상자는 분리됐고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샘플'이라고 쓰인 흰 상자 2개가 나왔습니다.



◇실제 화이자 백신이었다면?


뚜껑이 열린 채 10분 가까이 백신이 실온에 노출됐습니다. 질병청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괜찮은 건지. 관계자는 "스티로폼 상자를 개봉해도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문제 없는 걸로 본다"라고 답했습니다. 실제 상자 안 온도 변화는 없었습니다. 뚜껑은 열려 있었지만 냉매인 드라이아이스가 덮여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관계자는 월요일 자체 모의 훈련에선 이런 일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미리 냉매를 넣어놓는 바람에 얼어붙은 거 같다고 했습니다. 실제 상황에선 평택에 있는 백신 물류센터에서 드라이아이스를 채워 오는데, 이 땐 이른 아침부터 상자를 만들어 놓아 벌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상자 형태나 재질도 실제와 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그 '실제' 포장을 아직 우리 관계자들이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배송 완료된 백신은 접종센터 냉동고에 보관된다 (출처 : JTBC)배송 완료된 백신은 접종센터 냉동고에 보관된다 (출처 : JTBC)

◇"훈련은 훈련일 뿐"...'완벽 준비' 위한 밑거름 돼야


상황이 열악합니다. 우리 백신센터 의료진은 백신 도입 준비만 하는 게 아닙니다. 경험해보지 못 한 대규모 접종을 준비하는데 기간도 빠듯합니다. 그런 와중에 이 상황이 보도되는 걸 걱정하는 의료진과 관계자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어제(4일) 훈련은 각 단계에서 모두 예상 시간을 단축했습니다. 백신센터도착 시간도 1시간 30분이나 줄였습니다. 계획대로 원활하게 진행됐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외국에선 화이자 백신 유통 사고로 어렵게 구한 백신을 반납하고 폐기했다는 소식을 여러 차례 접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독감백신을 유통한 민간 업체가 상온에 노출했다가 접종자의 사망사고까지 나면서 백신의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돌발상황을 점검하려고 진행한 예행연습이었습니다. 실제 배송 때, 화이자는 우리가 연습한 업체가 배송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은 돌발변수가 있을 거란 뜻입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당장 설 연휴 뒤엔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됩니다.

취재를 마치고 센터를 나가는 기자에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제 상황에선 차질 없게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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