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취재썰] 연세대 피아노과 합격 '번복'…모두가 '피해자'

입력 2021-02-03 19:12 수정 2021-02-03 22:3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연세대학교 피아노과 입시에서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뒤바뀌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 측은 전산 오류로 인해 예심 합격자 가운데 20명에게 합격과 불합격 통보가 뒤바뀌었다고 밝혔습니다. 뒤늦게 바로잡았지만 이미 20명의 학생은 본심까지 마친 상태에서 예심에서 떨어지는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에 처해진 겁니다. 애초 예심을 통과했어야 했지만, 불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 20명은 뒤늦게 본심을 치렀고 지난달 30일 추가로 본심을 봤습니다.

◆ 관련 리포트
불합격자 20명에 "합격"…2차 시험도 본 연대 피아노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0177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출처: JTBC 뉴스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출처: JTBC 뉴스

일단 합격에서 불합격으로 바뀐 학생들이 가장 억울하게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연세대 피아노과는 20명을 뽑습니다. 지원자는 101명으로 예심에서는 최종 합격자의 200%를 뽑게 돼 있습니다. 연세대 측은 동점자가 있어 41명을 추렸는데요. 이 과정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해, 20명의 합격·불합격이 바뀌었던 겁니다. 이때 학생들은 3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합격했다가 불합격한 20명, 불합격했다가 합격한 20명, 합격여부가 바뀌지 않은 21명입니다. 각각 A, B, C그룹으로 나눠보겠습니다.

연세대가 수험생들에게 보낸 피아노과 본심 대상자 오류 관련 문자. 출처: JTBC연세대가 수험생들에게 보낸 피아노과 본심 대상자 오류 관련 문자. 출처: JTBC

아무래도 A그룹의 학생들의 불만이 가장 높습니다. 본심을 치르고도 탈락을 했기 때문이죠. 최종 합격 여부를 기다리던 상황에서 다시 본심 대상 여부를 확인하라는 공지를 받았고,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된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합니다. 한 학부모는 저에게 "서울대는 정시모집이 없어서 소위 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선 연세대만 목표로 한다"라며 "재수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습니다. 학교는 전산 착오라고 했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입시 부정 등 의혹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예심에 합격하고 본심을 본 이후 예심 불합격 통보를 받은 수험생 학부모. 출처: JTBC예심에 합격하고 본심을 본 이후 예심 불합격 통보를 받은 수험생 학부모. 출처: JTBC

예심 결과가 바뀌어 추가로 시험을 치르게 된 B그룹도 불만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예심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한 뒤 망연자실해 본선 입시곡 연습에 손을 놓아,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 수 없다는 겁니다. 수험생을 지도한 한 강사가 직접 제게 메일을 보내왔는데요. "정신적 충격으로 본심 곡을 다 놔버렸다. 입시생은 하루라도 연습을 안 하면 손가락이 돌아가지 않는다"라며 "이틀 뒤에 본다고, 전혀 유리하지 않다"라는 겁니다. 즉 애초부터 예심을 통과해 본심을 볼 수 있었던 상황과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지도 학생이 예심 불합격에서 합격으로 재통보를 받았다며 강사가 취재진에게 보낸 이메일.지도 학생이 예심 불합격에서 합격으로 재통보를 받았다며 강사가 취재진에게 보낸 이메일.

끝으로 논란 속에서도 합격 여부가 바뀌지 않은 학생들도 불만은 마찬가지입니다. C그룹 학생들은 B그룹이 더 유리하다고 주장합니다. 본심 과제곡은 미리 주어지는데, 최소 이틀간은 더 연습할 시간이 주어진 것 아니냐는 겁니다. 또 실제 시험에서는 곡 전체를 치는 게 아니라 특정한 대목에서 끊는데, 이미 본심이 치렀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 멈추는지도 알 수 있지 않으냐고 했습니다. 한 수험생은 "심사위원들도 사람인지라, 번복된 학생들이 원래 합격 대상이었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 심사하면 선입견이 있지 않겠냐"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연세대 관계자는 "단순 오류일 뿐"이라며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바로 잡은 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지원자 101명을 대상으로 예심부터 다시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릴 학생은 20명입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 따른 피해자는 어느 한 명이 아니라, 목표를 위해 달려온 모든 학생들일 겁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