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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MB 보석 후 첫 재판…전두환 '연희동 지키기' 총력전

입력 2019-03-13 18:59 수정 2019-03-1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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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보석으로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늘(13일) 불구속 상태로 처음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뇌물 혐의 핵심 증인인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또 미납 추징금 환수 절차가 진행 중인 전두환 씨는 연희동 자택이 공매에 넘어간 것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는 두 가지 관련 소식들을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오늘 발제, 책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빛나는 첫문장으로 꼽히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입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당시 파리와 런던이 배경이죠.

지금 우리 앞에는 2명의 전직 대통령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두 대통령 이야기'. 주인공은 전두환 그리고 이명박인데요. 디킨스는 최고와 최악, 지혜와 어리석음, 믿음과 의심, 빛과 어둠, 희망과 절망 이렇게 상반된 단어로 정치적 격변기를 압축했지만 우리는 두 전직 대통령을 어떤 말로 담아낼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의 저자는 공교롭게도 요즘 가장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과 이름이 같습니다. 서울고법 정준영 부장판사입니다. 두 전직 대통령 전두환 이명박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데요. '두 도시 이야기'는 결국 주인공의 비극으로 마무리가 됐죠. '두 대통령 이야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먼저 전두환입니다. 5·18 명예훼손 재판 말고도 재산 지키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죠. 정준영 부장판사는 전 씨 가족들이 청구한 이의 신청을 심리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겼지만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죠.

연희동 자택은 이순자 씨 아버지죠. 육군 준장 출신 이규동 씨 것이었습니다. 본채는 딸 순자에게, 별채는 사위 두환에게 물려주는데요. 이후 2003년 경매에 넘어간 별채를 처남 이창석 씨가 사고 10년 뒤에 며느리가 매입을 합니다. 나머지 토지 2곳은 전 씨 개인 비서관 출신 인사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연희동 자택은 전 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매집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데요.

오늘 법정에서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전 씨 측 "90세 노인을 집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은 생존권 위협"이라고 했습니다. 본채를 소유한 이순자 씨 측은 "판결집행은 피고인에 대해서만 해야 하는데 대통령 취임 전 부인이 취득한 재산"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별채를 가진 며느리 측도 "정당한 경매 절차를 통해서 낙찰 받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 만들어진 특별법에 따르면 친인척과 제3자로부터도 추징할 수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검찰은 연희동 집이 전 씨의 차명재산이라고 했는데요. "취득 당시 이순자 씨는 아무런 소득이 없었고 군 장교인 전 씨는 소득이 있었기 때문에 전 씨 재산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별채를 며느리가 소유한 데 대해서도 "본채와 별채는 지하통로로 연결된 하나의 집이고 며느리가 굳이 시아버지가 사는 집을 살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는데요. 전두환 씨도 연희동 집에 대한 애착이 매우 큽니다.

[전두환 (2012년 3월 14일) : 시간을 할애해서 집도 협소하고 이런데 우리 집까지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우리 집이 조그마하고 이래가지고 귀한 손님들 모실 형편이 못 되는데 그리 이해하시고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참으시고,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이 집이 팔릴지는 다소 미지수입니다. 유찰을 거듭해서 현재 5차 공매가 진행 중인데요. 최초 감정가 102억 원이었지만 현재 최저입찰가는 61억 원 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번에도 유찰되면 다음에는 감정가의 절반으로 떨어지는데요. 아무래도 전 씨의 집이라는 부담감, 그리고 낙찰 되더라도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 불확실성이 큰 탓으로 보입니다.

'두 대통령 이야기' 두 번째 주인공 이명박입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앞서 이 전 대통령을 보석 석방시키며 지금 이야기의 전개를 펼쳐나가고 있죠. 오늘 보석 후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일주일 만의 외출이기도 했지만 더 관심이 간 것은 바로 법정에서 마주하게 될 증인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당초 오늘은 1심에서 19억 원의 뇌물을 인정하는 핵심 증거였던 이팔성 비망록의 당사자에 대한 신문이 예정돼있었죠. 재임 당시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은 그야말로 MB측근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비망록에서는 그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팔성 비망록 (음성대역) : 이명박에 대한 증오감이 솟아나는 건 왜일까. 이명박과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그러니까 돈을 건네고 인사청탁을 했지만 소위 '먹튀'를 당한 심경을 고스란히 적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 또한 "나는 그에게 관심도 갖고 있지 않았다"며 "차라리 이팔성을 불러 거짓말 탐지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죠.

그러나 그동안 이 전 회장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소환장조차 전달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여기서 스토리를 멈출 수 없는 정준영 판사, 경고장을 띄웁니다.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이렇게 실명을 공개를 했죠. 그리고  나오지 않으면 강제로 구인하겠다고 압박을 했습니다.

그 날이 바로 오늘인데요. 측근 아니, 알고보니 앙숙이었던 두 사람이 법정에서 마주할 수 있었지만 불발됐습니다. 이 전 회장이 심장질환 등을 이유로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인데요. "건강을 회복한 뒤 나오겠다"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것은 정당한 사유가 안 된다"며 구인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달 5일 증인신문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이명박 보석 후 첫 재판…전두환 연희동 자택 지키기 총력전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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