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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이북에서 4명 희생하며 가져온 자료"...'5·18 북한군 개입설' 근거?

입력 2024-05-21 05:00 수정 2024-05-21 06:44

'5·18 왜곡' 신문사 찾아가 보도 경위 물었더니
"이북에서 가져온 자료"라며 '북한군 개입설' 주장
전문가들 "레드 콤플렉스와 군 이상화 결합한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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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왜곡' 신문사 찾아가 보도 경위 물었더니
"이북에서 가져온 자료"라며 '북한군 개입설' 주장
전문가들 "레드 콤플렉스와 군 이상화 결합한 가짜뉴스"

지난 17일 JTBC 보도 화면

지난 17일 JTBC 보도 화면


40년 넘게 반복되는 거짓말이 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북한군이 선동했다는, 이른바 '북한군 개입설' 입니다.

정부 조사와 학계 발표, 대법원 판결로 이미 가짜뉴스로 밝혀진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 거짓말은 지겹고 끈질기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런 주장, 올해 1월 허식 당시 인천시의회 의장이란 인물 때문에 다시 불거졌습니다. 허 의장은 '5·18은 북한과 김대중 세력이 주도한 내란'이란 내용이 실린 신문을 돌렸습니다.

당시 만난 허 의장은 "내가 뭘 잘못했냐. 신문 내용은 신문사에 문의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신문사,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5·18 왜곡' 신문사 대표 "이북에서 자료 구하느라 4명 죽었다"


스카이데일리라는 이름을 쓰는 이 신문사가
북한군 개입설을 보도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부터입니다.
 
지난해 6월부터 스카이데일리가 연재 중인 5·18 왜곡 보도 시리즈

지난해 6월부터 스카이데일리가 연재 중인 5·18 왜곡 보도 시리즈


'5·18 진실 찾기'라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올해 5월까지 기사 40여 건을 썼습니다.

이 신문사 조 모 대표는 당당했습니다. "기자니까 취재가 돼서 썼다"고 했습니다. 취재원도 확실하다고 했습니다. "전직 국정원 직원이 여러 자료를 제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신감엔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습니다. "남파 북한군 명단이 있다"며 책자를 펴 보였습니다. 책자엔 1980년 6월 19일에 동시에 사망했다는 북한군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들이 남한 광주에 잠입했다가 전사했고 모두 이 날짜에 사망 처리가 됐다는 겁니다.
 
스카이데일리 조 모 대표는 5·18 당시 사망한 북한군 명단이란 자료를 보여줬습니다. 조 대표는 자료 출처에 대해 "북한에서 직접 가져온 자료"라면서 "취재원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스카이데일리 조 모 대표는 5·18 당시 사망한 북한군 명단이란 자료를 보여줬습니다. 조 대표는 자료 출처에 대해 "북한에서 직접 가져온 자료"라면서 "취재원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료, 어디서 어떻게 구한 걸까.

조 대표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은밀한 얘기를 했습니다.
"제보자들이 북한에 가서 구해왔다"고 알려 줬습니다. 그러면서 "이걸 구하느라 4명이 죽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엄청난' 자료를 가져온 취재원이 누군지 물었습니다.

조 대표는 "아직은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있는 캐비닛이 열리면 언젠가 우리 주장이 맞다는게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정도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1급 국가기밀이 아닐까요.

조 대표는 "현재까지 입수한 자료는 검증을 거쳐 추후에 공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33회까지 쓴 5·18 기획은 100회까지 쓸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이 북한군 개입설 유포, 한동안 지속될 걸로 보입니다.
 

'북한군 개입설'은 "레드 콤플렉스와 군 이상화 결합한 가짜뉴스"


5·18 전문가에게 이런 주장에 대해 자문을 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5·18 북한군 개입설은 대응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5·18 북한군 개입설은 대응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합니다.


전남대 5·18 연구소 김희송 교수는 "'이미 거짓으로 밝혀진 주장이기 때문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5·18 가짜뉴스가 반복되는 이유는 5·18을 폄훼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김 교수는 "'레드 콤플렉스(공산주의에 대한 극단적인 공포증)'와 '군에 대한 이상화'가 결합한 결과일 것"이라고도 분석했습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국가가 반공 정서를 이용한 가짜뉴스를 공식 비공식 통로로 퍼트렸고 그 씨앗이 남아있다는 겁니다.

다른 한편으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군대가 시민들을 학살한 부끄러운 역사를 부정하고 싶은 심리도 깔려있다고 봤습니다.

이제 논리와 증거로는 '가짜뉴스'라는 게 분명해진 이런 북한군 개입설, 더이상 어떻게 싸워야 할까요.

김 교수는 "합리적인 시민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진부한 얘기 같지만 결국 개개인이 거짓을 걸러내야 한다는 겁니다.

함께 아파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시민의 연대 의식이 필요합니다.

JTBC도 계속 묻고 반박하고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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