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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제재 해제-비핵화 두고 북·미 '진실게임' 공방

입력 2019-03-01 18:20 수정 2019-03-0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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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어제(28일) 결렬된 데 이어서 이번에는 협상과정을 놓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가 무산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워싱턴행 전용기에 오른데 이어서 북한도 이례적으로 심야 기자회견을 자처했죠. 북한이 설명한 합의 무산 이유는, 미국의 입장과는 또 달랐습니다. 다만 양측 모두 추가 회담에 대한 여지는 남겨두고 있는데요.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그 이후 상황을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소위 '하노이 핵 담판'으로 불릴 수도 있었지만 260일만에 다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결국 빈손으로 두 번째 회담을 마쳤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그리고 미국의 상응조치를 두고 그동안 밀당을 해왔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두 정상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합의가 무산된 배경에 대해서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다릅니다. 먼저 제재완화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어제) : 북한은 제재 완화,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습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상당수를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전면적인 제재 해제는 할 수 없었습니다.]

[이용호/북한 외무상 :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모든 제재완화를 요구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했지만 북한은 민생과 관련한 제재해제만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또 두 번째죠. 북한의 비핵화 범위에 대해서도 북한과 미국은 달랐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외에는 더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며 비핵화 준비가 안 됐다라고 했지만 북한은 영변이면 충분한데도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며 오히려 미국이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어제) : 영변 핵시설이 대규모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의 해체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원합니다. 추가적인 비핵화가 필요합니다.]

[이용호/북한 외무상 :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사실상 트럼프의 기자회견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한 것입니다. 북한이 이렇게 공개석상에서 또 외신 취재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요. 현지시각 오늘 새벽 0시 10분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가 넘은 시점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마친지 10시간 뒤였는데요. 그러니까 미국 시간대를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미국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도 내놨습니다.

[이용호/북한 외무상 :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거 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듭니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당초 질문을 받지않겠다고 했지만 이용호 외무상 발언이 끝나고 취재진 질문이 이어지자 최선희 부상이 자리를 뜨지않고 질의응답에도 응했는데요. 그동안 북한 인사들을 상대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또 회담과 관련 없는 질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부상 : 우리 외무상 동지가 한 기자회견에 있어서 좀 물어볼 것 있으면 몇 가지 질문 받겠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지적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회담에 대한 질문만 받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다"며 외교적으로 잘 마무리지었다고 했었죠. 김정은 위원장의 심경 어떠했을까요. 백악관 대변인이 찍은 사진에선 김 위원장 역시 활짝 웃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담장을 나올 때 포착된 모습은 이렇게 굳어있었죠. 최선희 부상의 설명으로 들어보시죠.

[최선희/북한 외무성 부상 :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에서 하는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좀 이해하기 힘들어하시지 않았나. 이해가 잘 가지 않아서 하는, 그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으로의 이런 조·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이런 느낌을 제가 받았습니다.]

한동안 북·미관계가 냉각기로 접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양측 모두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는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이 나서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북·미간 대화의 동력이 이어지도록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제100주년 3·1절 기념식 : 우리 정부는 미국·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입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습니다.]

회담 과정을 신속하게 국내에 전하고 있는 북한 또한 관영매체를 통해서는 이번 회담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별다른 성과없이 회담이 끝났다는 점을 강조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양국이 존중과 신뢰를 두텁게 하고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럴법도 한 것이 김 위원장이 올 신년사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은 경제 발전이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제재 완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1월 1일) : 자립경제의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현시키고 경제 발전의 새로운 요소와 동력을 살리기 위한 전략적 대책들을 강구하며 나라의 인적, 물적 자원을 경제건설에 실리 있게 조직 동원하여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예정대로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 호텔에서 나왔죠. 베트남 주석, 그리고 이어서 총리와의 양자회담을 갖습니다. 내일 호찌민 주석 묘소 참배 등 외교 일정을 소화한 뒤 당초 예정보다는 일찍 북한으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해보겠습니다. < 제재 해제 - 비핵화 두고 북·미 '진실게임' 공방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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