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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신고하러 갔지만 '텅빈' 치안센터…주민들은 더 불안

입력 2018-10-02 22:08 수정 2018-10-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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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 간판은 있지만 경찰이 없을 때가 많은 시설이 있습니다. 동네 곳곳에 있는 '치안센터'들입니다. 치안센터는 경찰이 전국의 파출소를 통폐합하면서 남겨둔 곳인데 비어있는 곳이 많아서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주택가에 있는 치안센터입니다.

낮 12시가 조금 지났는데요.

이 치안센터 안에는 경찰관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바깥에 '순찰 중'이라는 안내가 붙어있는데요.

그런데 문 앞에는 오늘(2일) 아침에 배달 됐을 신문이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사정상 경찰관이 상주하지 못한다'고 써놨지만, 주민들은 추석 연휴 이후 출근하는 경찰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평소에는) 아침 6시면 와요. (9월) 21일부터…거의 열흘 좀 넘었네요.]

경기도의 또 다른 치안센터입니다.

퇴근 시간을 한참 남겨두고 있지만, 안에는 형광등만 켜진 채 아무도 없습니다.

경찰이 없으면 사용하라고 설치한 전화기는 먼지가 쌓여있습니다.

인근 치안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상 전화로 물어보자 교대 시간이라고 해명합니다.

[지구대 관계자 : 저희 지금 교대, 교대라서 지금 저. 저희 통상 교대하는 시간이 20분 정도 돼요. 한 명이 상주하는 건 아니죠.]

취재진이 이틀에 걸쳐 수도권 치안센터 18곳을 가봤더니, 근무 시간인데도 절반이 넘는 11곳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보니까 없어졌더라고요. 그런데 좀 안 좋더라고요. 있는 게 좋지. 저는 한 번도 못 봤어요.]

경찰이 근무 중이지만 정작 문은 잠가놓은 곳도 있습니다.

[치안센터 관계자 : 이게 저절로 잠겨요. 이 시설들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보안도 해줘야 필요한 사람이 쓰라고 해야지. 아무나 들어왔으면 ㅇㅇ됐을 거 아니에요?]

경찰이 치안센터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03년입니다.

전국 파출소들을 지구대로 통폐합하면서 일부 파출소들은 치안센터로 전환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센터는 전국에 1000곳이 넘지만, 경찰이 배치되지 않은 곳만 200여 곳에 달합니다.

5개 중 1개꼴로 사람이 없는 상태입니다.

운영 중인 센터에 배치된 경찰은 928명에 그쳐, 센터당 평균 1명에 그칩니다.

그마저도 대부분 평일만 일하고 주말과 공휴일은 쉽니다.

24시간 문을 여는 곳은 전국 28개에 불과합니다.

오후 8시도 안 됐는데요.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문도 이렇게 굳게 잠겨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치안센터 주변 주민들은 밤이 되면 더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치안센터 문 열려 있겠지' 했는데 없어서 신고했더니 그때는 늦은 거야. (취객이) 도망가는데 잡을 수도 있잖아. 치안센터가 있으면. 근데 가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그다음에 무섭더라고.]

지난 2014년에는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해 목격자들이 인근 치안센터로 갔다가 신고가 지체된 일도 있었습니다.

문이 잠겨있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시설로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활용도가 썩 좋진 않아요. 우리가 그래서 주민센터에서 이거를 좀 활용해서 써볼까 몇 번 (문의를) 해봤는데. '경찰 건물이라 안 된다' 그러더라고요.]

경찰은 센터 재활용에 대해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도, 주민들과 더 가까워질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치안센터가 도입된지 올해로 15년입니다.

단순히 경찰관이 모자르다는 이유로 수시로 비우는 것이 당연시 되어서는 안 되겠죠.

시민 안전을 위해 곳곳에 이런 시설을 만든 당초의 취지를 살려야 합니다.

(영상취재 : 강태민)
(인턴기자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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