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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한국당, '미친개' '박근혜 불쌍' 논평에 후폭풍…대변인 탓?

입력 2018-04-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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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한국당, '미친개' '박근혜 불쌍' 논평에 후폭풍…대변인 탓?


 

공보팀에 질문이 있습니다. 이 논평, 컨펌(확정)이 난 당 공식입장으로 받아들여도 되나요?



지난달 28일,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의 세월호 7시간 관련 논평이 나오자 한 출입기자가 단체 카톡방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홍지만 대변인은 이날 "세월호 7시간 진실이 밝혀졌다. 이제는 농단 주범이 책임을 말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논평을 냈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7시간 부역자는 모조리 석고대죄하라.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쌌습니다. 오히려 국민을 향해 '석고대죄'를 하라고 성을 냈습니다.

또 "세월호 7시간 의혹에 실체가 없다고 발표한 것으로, 7시간을 두고 난무했던 주장들 가운데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국정농단이라는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까지 표현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함께 '세월호 7시간' 동안 집무실이 아닌 침실에서 늦은 보고를 받았고 당일 행적을 조작했다는 충격적인 검찰 조사 결과 발표 내용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이날 나온 한국당의 논평이었습니다.

예상대로 논평 발표 직후부터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지도부는 직접 사과했고 논평을 취소한 뒤 새 논평을 냈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이유로도 활기차게 일해야 할 시간에 침실에 있었단 사실 하나만으로 할 말이 없다"고 수습에 나선 겁니다. 하지만 논평으로 나간 말을 주워담기엔 늦은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에 걸렸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불쏘시개된 막말 논평

이보다 앞서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논평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울산 시청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 경찰을 '미친개'에 비유하면서 반발을 산 겁니다. 경찰 조직은 강하게 항의했고, 장 대변인은 결국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로 경찰이 한국당에게 등을 돌렸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역시 유감 표명을 하고 장 대변인도 뒤늦게 사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지방 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은 예방 주사를 맞았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막말 정치' 보수의 품격은 어디로

이렇게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공식 논평이 연일 구설에 오르면서 당의 위기를 더 부추기고 있습니다. 당의 논평을 보면 그 당의 현실 인식 수준이 어떤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당은 겉으로는 반성과 혁신을 외치지만, 아직도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도 한 몫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국민의 정서와 유가족의 고통에 아랑곳없는 한국당의 논평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미친개', '석고대죄' 같은 발언이 꼭 필요한 걸까요.

당 대변인들의 발언 수위가 강해진 데에는 홍준표 대표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페이스북 정치를 하는 홍 대표는 항상 막말의 중심에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번씩,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극적인 표현을 쏟아냅니다. 그렇다보니 언론의 관심도도 조금씩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면 더 자극적으로, 수위도 갈수록 강해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당 대변인들은 메시지를 내기 전 홍 대표의 컨펌을 받을 정도로 긴밀하게 상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실제 논평을 내고 나면 홍 대표로부터 피드백이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지도부가 대변인들의 메시지에 관여하고 톤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대변인이 대표의 눈치를 본다" "당 대변인이 아니라 당 대표 대변인이다"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자연스럽게 자질 부족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결국, 말에 대한 실수, 그로 인한 공분은 당 전체를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당의 입' 대변인 4인방의 역할

자유한국당에는 총 4명의 대변인이 있습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 정태옥 대변인, 전희경 대변인, 그리고 얼마전 합류한 홍지만 대변인입니다. 이들은 매일 당번제로 돌아가면서 논평을 냅니다. 세어보니 지난 달 보도자료를 제외하고, 자유한국당은 모두 231개의 논평을 냈습니다. 각 주요 사안별로 당의 공식 입장을 하루 평균 7개 정도 낸 겁니다. 중요한 건, 논평의 개수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는지와 균형감이 있는 지입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단지 제1야당의 역할만 하지 않습니다. 정부 여당의 국정 파트너로 여당과 적절히 협력하면서 정부 여당이 제대로 못 할 때 비판을 하고 견제를 해야 국민이 공감합니다. 그런데 당 대표에 이어 대변인들마저 막말 논란으로 계속 홍역을 치른다면,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밖에 더 나올까요. 특히 선거를 앞둔 만큼, 당의 목소리를 내는 대변인들이 메시지와 언어부터 정제해야 하고 절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부터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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