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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이설주 등장의 국제정치학

입력 2018-03-3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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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이설주 등장의 국제정치학


◇'동지'에서 '여사'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깜짝 베이징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부인 이설주의 대동이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3월 28일)은 1면에 김정은 부부가 베이징에서 환대받는 사진을 집중 배치했습니다.

다음날 중국 인민일보 1면에는 김정은-시진핑 사진과 양국 정상 부부 사진이 같은 크기로 실렸습니다.

이설주에 대한 예우는 사진에 그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권 매체에서 거명 순서는 곧 권력서열입니다.

노동신문은 이설주를 기존 '동지'에서 '여사'로 호칭을 바꿨고 최용해 당 부위원장에 앞서 호명했습니다.

인민일보 역시 시진핑, 김정은, 펑리위안에 이어 네번째로 '부인' 호칭으로 거명했습니다.

'파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초외교서 이탈 가속화

과거 공산권 국가는 남성 지도자의 단독 외교가 전통이었습니다.

중국의 마오쩌둥이 부인 장칭과 부부 이름으로 출현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옛 소련의 레닌, 스탈린도 마찬가지였고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도 벗어나지 않은 그들의 '질서'였습니다.

2011년 김정일은 마지막 외유였던 러시아·중국 순방에 그의 네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을 대동했지만 '국방위원회 과장' 호칭으로 부르는데 그쳤다고 홍콩 명보는 보도한 바 있습니다.

공산권 마초 외교의 전통은 지금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설주는 국제 외교 무대에 동참했을 뿐만 아니라 호칭도 기존의 '동지'에서 '여사'로 승격됐습니다.

이를 놓고 중국이 죽의 장막을 연 계기로 평가받는 덩샤오핑·줘린 부부의 1979년 1월 미국 방문과 비교하는 분석이 눈길을 끕니다.

당시 화궈펑(華國鋒)을 제치고 최고지도자에 오른 덩샤오핑이 부인을 대동한 건 중국도 글로벌 외교 의전을 따르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는 것이지요.

◇'정상국가?'의 핵심 자산

북한 역시 지난해 '핵무력 완성'을 발표하고 '정상국가'로 변신하는데 이설주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방중 기간 장소마다 바뀐 이설주의 패션도 정상국가란 메시지를 강화한 핵심 도구였습니다.

중국당국은 각종 소셜미디어와 포털에서 이설주를 금지어로 지정하며 북한을 배려했습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빛의 속도'로 삭제되기 직전에 확인했다며 "이설주는 퍼스트레이디 외교에 적합하다. 김여정보다 낫다"는 중국 네티즌의 댓글을 소개했습니다.

"(이설주 보다) 펑리위안의 옷이 패셔너블했지만 외모는 더 나았다"는 댓글도 보였습니다.

홍콩의 패션 디자이너 윌리엄 탕은 "이설주의 패션이 절묘했으며 보수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마초외교를 넘어 패션외교의 영역까지 넘봤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녀 이방카 보좌관을 외교전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외신 보도들이 있었지요.

우리에겐 김정은은 물론 이설주 등장이 갖는 국제정치학적 의미를 분석해야할 숙제가 던져진 셈입니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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