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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괌 사드포대 취재기

입력 2016-08-01 17:29 수정 2016-08-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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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카메라! 노 레코드!"…미군이 보여준 것과 보고 싶은 것

공동 취재단 일원으로 괌에 다녀온 지 2주가 지났다. 돌이켜보니 당시에는 바빠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부분이 적지 않다. 늦게나마 짧은 취재기를 올린다. 이번 취재 일정은 매우 빠듯했다. 출발하기 사흘 전에야 기자단 구성이 확정됐다. 세부 취재계획은 떠나는 그날까지 잡지 못했다.

괌에 도착해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동행한 국방부 관계자들은 늦은 밤까지 열심히 미군 측을 설득했다. 전화기를 든 당국자의 낯빛에서 초조가 읽혔다. 관건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 측정이었다. 미군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일단 군은 한국에서 전자파 측정기와 함께 요원(전파 관리 담당 공군 장교)을 괌행 비행기에 태웠다. 도착 시간은 사드포대를 방문하기로 한 7월 18일 새벽 1시였다.

당일 아침, 당국자는 웃고 있었다. 밤 사이 미군이 '오케이(OK)' 했다는 뜻이다. 딱 거기까지였다. 사드포대가 있는 미 공군 앤더슨 기지 입구에서 주의사항이 전달됐다. 미군 기지 보안규정, 일명 '그라운드 룰(ground rule)'이었다. 기지 안에서는 '노 카메라, 노 레코드(No camera, no record)'라는 얘기였다. 펜과 수첩만 허용됐다. 그마저도 매서운 감시가 뒤따랐다. 일례로 사드 발사대 주변에서 단순 전개 상황(발사대 배치 형태)을 수첩에 그리려 하자, 즉시 미군 관계자가 "무엇을 그리느냐"며 제지했다. 일부 현장 사진만 미군 비행단 소속 사진병이 찍어 공유해주기로 했다. 방송기자 입장에서는 갑갑한 내용이었다.

[취재수첩] 괌 사드포대 취재기


미군은 반나절 취재를 허락했다. 한미 양군이 협의한 장소에서의 전자파 측정 시험, 사드 레이더와 요격미사일 발사대 방문, 미군 당국자와의 질의·응답 7건 등이었다. 전자파 측정은 사드 레이더로부터 북서 방향 1.6km 떨어진 미 태평양사령부 훈련장에서 진행했다. 레이더가 바라보는 방향, 즉 무수단(화성-10) 미사일의 발사가 우려되는 북한 방면이었다. 사드 배치가 확정된 경북 성주 성산포대로부터 성주읍까지의 거리가 1.5km 정도인 것을 감안한 장소였다.

이미 보도한 대로 측정값은 매우 낮게 나왔다. 소식이 전해지자, 사드 반대 진영에서 "레이더가 가동 중인 것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1.6km 떨어진 곳에서 어떻게 레이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기자들 중 '600만불의 사나이'는 없었다. 무작정 미군의 설명을 믿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설령 일부 기자가 동시간에 레이더 상황을 확인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일까.

이미 한국 공군 레이더 기지 2곳(패트리엇 레이더, 그린파인 레이더)에서 전자파 시험을 했을 때 예견됐던 상황이다. 내심 '굳이 사드 레이더로 똑같은 시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은 전자파가 존재한다. 2년 넘게 환경 분야를 취재했던 경험으로 볼 때,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스마트폰이다. 가장 가까이, 장시간 우리 몸에 붙어있기 때문이다. 레이더 전자파가 유해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검증할 수 없다는 얘기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레이더 전자파와 암 발병 인과관계 등 유해성에 대한 결론을 아직 내지 못했다. 장기간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수의 전문가들 지적이기도 하다.

[취재수첩] 괌 사드포대 취재기


애초 본질에서 벗어난 것을 취재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군이 보여주고 싶은 것과 진짜 알고 싶은 것 사이의 괴리였다. 군 당국자들은 "너무 안 믿으니까 이렇게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오판이다. 반대 진영 사람들은 과학이 아닌 군, 나아가 정부를 불신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를 일사천리로 끝낸다고 해서 지금 당장 안보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리 없다. 서둘러도 내년 말이나 배치된다. 그사이 어떤 많은 일들이 일어날 지 모른다. 우리가 검증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확신'이다. 사드 배치가 안보와 국익에 유용한 것인가. 본질로 돌아가는 게 정답이다.

[취재수첩] 괌 사드포대 취재기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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