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RAGON - 무제(無題) (Untitled, 2014)]
[앵커]
가수 지드래곤이 발매한 신곡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 음반이 CD 같은 방식이 아니라 USB 형태로 나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더 특이한 건 이 안에 음악 파일이 없고 다운로드를 위한 링크만 들어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음악계에서는 음반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고 아예 앨범 순위에서 빠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건 한 가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예술과 제도의 충돌이라는 차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우선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기자]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미국의 빌보드에서 음반차트가 있습니다. 여기서 192위를 차지를 했습니다. 그 뒤에 프랑스 또 뉴질랜드의 앨범차트에도 올랐는데요.
그런데 우리나라 대표차트라고 불리는 가온차트에서는 앨범 순위에서 아예 빼기로 했습니다. 디지털에만 일부 포함이 되는데요.
주요국에서는 이걸 앨범으로 보고 있는 반면에 가온차트는 앨범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이걸 어떻게 봐야 되느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가온차트라는 게 문체부에서 공인하는 바로 그 차트인데 한국에도 빌보드 같은 차트가 있어야 한다면서 만든 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2010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해서 한국판 빌보드를 한 번 만들어보자고 해서 벌써 7년이 됐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미국의 빌보드는 전통이 있는 차트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렇게 같은 USB 앨범을 두고 좀 다른시각 차를 보이는 이유는 뭐라고 볼 수 있습니까?
[기자]
USB 안에 음원이 없기 때문인데요. 이번 앨범이 이런 식으로 구성이 돼 있습니다.
PC에 연결을 해서 저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그러면 비밀번호를 넣어야 음악을 다운로드를 할 수가 있습니다.
1980년대 주로 쓰던 LP 기억나실 겁니다. 그 뒤에 테이프, 또 CD와는 전혀 다른 방식입니다.
빌보드는 이런 매체의 특성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음원 전체를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음반이 곧 앨범이다, 이렇게 판단을 했습니다.
반면에 가온차트는 링크만 쭉 걸어놨기 때문에 이건 앨범이 아니다, 그냥 다운로드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앨범인지 아닌지 음반인지 아닌지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는 겁니까?
[기자]
법적으로만 먼저 보겠습니다, 법적으로 음반이 맞습니다.
음반은 음이 유형물에 고정돼 있을 경우, 예를 들면 CD처럼 저장된 것만 해당이 됐는데요. 지난해 법이 바뀌어서 저장되지 않은 저 디지털음원도 음반으로 포함이 되게 됐습니다.
가온차트는 이런 법을 인정을 하면서도 앨범 차트에는 포함시킬 수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래서 굳이 따지면 앨범과 음반이 다르다, 이런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보면 창작자도 그렇고 법적으로도 음반이 맞다고 하는데 정작 차트를 운영하는 쪽에서만 이제 다르게 보고 있는 거군요.
[기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 앨범과 또 음반을 인위적으로 나눌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히려 앨범으로 볼 수 없다는 자의적인 해석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렇게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김작가/음악평론가 : 자체적인 규정 때문에 음악적 기장의 현실과 대중들의 통념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아날로그 시대적인 규정이 오히려 이런 불필요한 논란을 낳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죠.]
영국의 저명한 음악평론가 밥 스탠리는 차트는 살아 있는 사회적 역사다,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앨범 차트를 소모적 논쟁보다는 이처럼 역사의 기록의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지난주에 봉준호 감독이 뉴스룸에 나왔을 때 비슷한 답변을 했었잖아요. 그러니까 영화계가 변화보다는 전통을 좀 고수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이 '옥자'라는 영화가 영화 상영관 중심이 아니라 인터넷 스트리밍 중심으로 넷플릭스라는 온라인 방식으로 개봉을 하는데요.
이를 두고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온라인스트리밍영화는 내년부터 초청을 하지 않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극장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존중해 달라는 이유였는데요. 이후에 국내 대형 상영관도 보이콧 의사를 밝혔습니다.
USB 앨범, 또 옥자. 변화의 수용이냐, 전통의 고수냐, 예술계의 고민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어쨌든 오늘 결론은 음반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들의 선택이다, 라고 정리를 하면 되겠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